현재의 연인이 내 짝이 맞는지 고민된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보라는 말이 있다. 안정적인 일상에서 벗어난 타지에서 생활하는 여행은 자신과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무의식적으로 먹고, 자고, 생활했던 모든 것들을 여행에서는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과 금액 안에서 선택해야 하기에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나며, 소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기에 양보는 쉽지 않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친구나 연인이 여행지에서 틀어졌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여행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항공, 숙소, 관광, 식사 등 많은 요소들이 모두 다 일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취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사람과 사람들에게 물어서 길을 찾는 사람, 배가 고프면 아무 곳에나 들어가 밥을 먹는 사람과 굶어 죽어도 맛집에 가야 하는 사람, 사진으로 추억을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사람과 눈으로 생생하게 담고 싶은 사람까지. 다투게 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일치하는 동행자와의 여행만이 행복한 것일까?
서문에서 언급했던 ‘내 짝을 찾기 위한 여행’의 목적은 상대와 나의 취향이 꼭 맞는지 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 차이를 알고 잘 조율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있다.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친 이들의 비결은 ‘천생연분’이 아닌 ‘배려’하는 마음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개개인마다 여행 취향은 다르지만 남녀의 성향이 나뉘는 것은 분명하다. 설문을 통해 알아본 남녀의 여행 취향은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여행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계획적인 나와 다른 상대를 위해 하루 정도는 무계획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휴양과 관광이 대립되는 상황이라면 둘 모두 누릴 수 있는 관광지를 선택해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욕심 대신 함께 있다는 소중함에 집중하는 것이다. 행복한 여행을 함께할 수 있는 연인이라면, 결혼이라는 인생의 긴 여정에서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달라도 너무 다른 그대
술 vs. 쇼핑
“현지 야시장에서 술 한잔 하고 싶은 나와 달리 그곳에서 밤새도록 쇼핑을 원하는 여자 친구. 결국 크게 다툰 뒤 혼술을 하는 내 모습이 처량해 다시 여자 친구를 따라나섰다.”
김치 없인 못 살아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여행의 가장 큰 낙인데, 한식을 좋아하는 남자 친구 때문에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한인 식당을 찾기에 이르렀다. 결혼 후에는 컵라면을 챙겨 가 저녁은 숙소에서 먹는 것으로 타협했다.”
휴양 없는 휴양지
“휴양지에 가면 하루 종일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맛집, 쇼핑, 관광으로 빽빽한 스케줄 표를 내밀었고, 우리가 왜 올 인클루시브 풀 빌라를 예약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Q 어떤 여행을 선호하나요?
comment 귀찮은 건 딱 질색이며 모험심 강한 남자들은 여행지와 숙소처럼 큰 틀만 정한 후 몸으로 부딪히며 떠나는 즉흥적인 여행을 선호했다. 반면 꼼꼼한 여자들은 항공 자리 선정부터 면세점 쇼핑 리스트, 현지 맛집, 꼭 사야 할 기념품 등 세세하게 계획하는 여행을 선호했다.
Q 선호하는 여행지는?
comment 멋진 여행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 여자들은 긴 비행시간을 감수하더라도 더 멋지고 이국적인 곳으로 떠나길 원했다. 반면 남자들은 이왕이면 직항으로 편안하게 떠날 수 있는 곳을 선호했다.
Q 여행 중 기념품을 구입하나요?
comment 여행지의 기념품은 자신을 위한 것보다 여행 후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것이다. 초콜릿 같은 소소한 선물 하나에도 즐거워하는 여자들과 달리 기념품을 사오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Q 여행 중 가장 얻고 싶은 것은?
comment 식전 인증 샷이 필수인 여자들은 여행 필수품에도 카메라와 셀카봉을 1위로 꼽을 만큼 사진을 중요시했다. 남자들은? 사진을 찍는 동안 식어가는 음식이 아까울 따름이다.
Q 여행 전 챙기는 나만의 준비물
Men Say
Women Say
comment 몸만 건강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남자들은 위기 상황을 위한 비상약을 1순위로 꼽았다. 이 밖에도 여행 중 만난 외국인에게 줄 선물과 책, 손톱깎이 등 실용적인 아이템이 많았다. 기록하길 좋아하는 여자들은 카메라와 셀카봉, 노트와 필기구를 꼽았다. 헤어 아이론, 드라이 샴푸, 트러블 패치 등 자신만의 뷰티 아이템도 많았지만 최고는 역시 마스크 팩이었다.
Q 꼭 가고 싶은 허니문 스폿
comment 다양한 국가를 한 번에 여행할 수 있고 휴양과 관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유럽이 남녀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 여자들은 휴양, 관광, 쇼핑 삼박자를 두루 갖춘 하와이를 압도적으로 선호한 반면, 남자들은 순위 외에 아프리카, 히말라야, 팔라우, 타히티, 쿠바 등 다양한 국가들이 표를 얻었다.
Q 여행 중 가장 돈을 많이 투자하고 싶은 것은?
comment 남녀 모두 식사와 숙소를 가장 중요시했지만, 남자가 관광을 원할 때 여자들은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문제. 남자들은 액티비티, 축구 경기 관람 등 체험에 돈을 투자하는 반면, 여자들은 현지에서만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패션, 뷰티, 리빙 제품들을 섭렵하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하다.
글 김수영 기자 일러스트 조성흠 설문 <마이웨딩> 서포터즈 2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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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생긴 일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