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쇼윈도에 걸린 옷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작품을 볼 수 있는 접근성 최고의 윈도 갤러리. 설명이 없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자세히 보게 된다.”
룬트갤러리
1.5평의 작은 공간에 주인도 없고, 설명도 없이 그림이 방치되듯 전시돼 있다. ‘룬트갤러리’라고 적힌 간판이 전부인 이곳은 김상현 작가를 비롯해 예술을 사랑하는 여러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윈도 갤러리다. ‘룬트’는 ‘둥근’이라는 뜻의 독일어로, 작가와 관람객, 컬렉터가 둥글게 손을 잡고 춤춘다는 의미로 붙였다. 설 자리가 많지 않은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마련해주고, 동네 주민들이 쉽게 현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싶어 수익과 상관없이 운영하고 있다. 동네에 사는 한국인과 외국인 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 전시가 바뀔 때마다 ‘이 그림은 너무 답답하다’, ‘이건 무슨 의미냐’라며 훈수를 두기도 한다. 유리창을 통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닫혀 있지만, 관람객이 요청하면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전시 일정 8월 3일~31일, 나점수 작가의 ‘식물적 사유’전
주소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88
문의 010-9500-0815
룬트갤러리 김상현 추천 “연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공간. 맛있는 안주와 다양한 주류도 좋지만, 야경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슈퍼마켓
오직 하루 한 팀,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슈퍼마켓에서는 주인이 없는 친구의 집을 아지트 삼아 홈 파티를 여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주방이 있는 1층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아늑한 원탁이 있는 2층과 이곳의 메인 공간인 3층 루프톱으로 연결된다. 주인 장진우가 3층의 전망을 보자마자 ‘장사가 안 되면 이곳에서 살겠다’는 마음으로 계약했을 만큼 한남대교가 내려다보이는 환상의 전망을 자랑한다. 샐러드, 돼지고기, 소시지, 라면,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바비큐 세트를 시키면 대관료 없이 3시간 동안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집 한 채를 통째로 쓰는 프라이빗함 덕분에 스타들과 방송 관계자들도 자주 찾으며, 금・토・일요일은 최소 한 달 전 예약은 필수다.
추천 메뉴 바비큐 세트 1인 3만5000원
영업시간 ~23:00
주소 서울 용산구 장문로49길 83
문의 070-8831-3571
슈퍼마켓 장진우 추천 “남산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정겨운 루프톱에서 경치만큼 훌륭한 피자와 맥주를 즐길 수 있다. 4명의 젊은 청년의 자신감과 소신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곳.”
UPP
주워온 물건들을 대충 쌓아놓은 듯한 공간에 힙합 음악이 울려 퍼지고, 4명의 청년들이 피자와 맥주를 판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1층과 달리 비장의 전망을 자랑하는 2층 루프톱에서부터 UPP의 반전 매력은 시작된다. 젊은 청년들이 만든다고 우습게 봤다간 바삭한 도와 기본에 충실한 토핑이 조화된 피자 맛에 놀랄 것이다. 이쯤 되니 ‘우주 평화 기획(Universe Peace Project)’이라는 UPP의 뜻 역시 우스갯소리가 아닐 것 같다. 유니폼 사업을 하던 김세영은 김정수, 박민수, 이규종 3명의 친구와 함께 소셜 디자인 그룹인 UPP를 만들었고, 디자인 작업과 피자 판매 수입의 일부를 근처 보육원 등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20대에 기부를 생각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냥, 멋있잖아요”라는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추천 메뉴 유피피, 페퍼로니 하프 앤드 하프 피자 1만8000원
영업시간 15:00~
주소 서울 용산구 장문로49길 104
문의 010-5026-9318
UPP 김세영 추천 “이 근처 가게들 중 가장 마음에 든 곳이다. 아늑한 가게 안 통유리에서 바라보는 멋진 전망, 외국인 사장님이 요리해준 음식이 이국적이다.”
블록파티
블록파티에서는 통유리창으로 한남동의 전망을 바라보며 프랑스계 미국인 셰프 그레고리 에트하트가 만드는 ‘집 밥’을 맛볼 수 있다. 한국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탤리언 소시지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었다는 소시지 맛이 일품이다. 먹고 마시는 데 목숨을 거는 집안의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0대 이후로는 어머니보다 자신이 만든 파스타가 동네에서 더 유명했을 만큼 요리에 재주가 뛰어났다. 요리 비결을 묻자 “I love it”이라고 답하고, 음식 사진을 찍기도 전에 어서 먹어보라고 포크를 권하는 그에게서 음식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추천 메뉴 홈메이드 이탤리언 소시지 1만4000원
영업시간 17:00~02:00(주말 15시부터)
주소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51
문의 070-8683-7656
글 김수영 기자 사진 장주흡
DATE SPOT
우사단길 풍경
이슬람 중앙 성원 위쪽에 위치한 우사단길과 도깨비시장 윗길은 이태원에서 가장 한적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랜드마크인 ‘계단장’은 사라졌지만, 골목길 곳곳에서 아름다운 전망이 반겨주는 매력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