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늘 엄마의 말에 반대로 행동하던 말썽쟁이 청개구리가 있었다. 엄마는 죽기 전, 자신이 죽으면 물가에 묻어달라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그제야 철이 든 청개구리는 엄마를 물가에 그대로 묻었고, 비가 올 때마다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구슬프게 운다는 이야기, 기억하는가? ‘어른들 말을 잘 들어라’라는 이 슬픈 동화의 교훈과 달리 연애 세계에서는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들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제는 고유 명사처럼 널리 쓰이는 ‘츤데레(앞에서는 쌀쌀맞게 구는 척하면서 은근히 챙겨주는 행동)’, ‘밀당(밀고 당기기)’ 같은 연애 용어(?)가 유행한 데도 너무 잘해주고 착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청개구리 심리가 숨어 있다.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잡힐 것 같지 않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것도 이런 심리.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늘 긴장과 설렘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청개구리 심리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다가는 진정한 사랑 대신 무의미한 심리 게임만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성장 없는 안정이 청개구리를 만든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은 청개구리 연애 심리가 발동하는 원인이 ‘의외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의 생각과는 다른 의외의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경우 청개구리 연애 심리가 발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나타날지 본인도 모릅니다. 사람은 가끔 새로운 것을 찾는 본성이 있습니다. 익숙한 것도 편하고 좋지만 새로운 것에 자신도 모르게 관심이 가고 이끌리는 경우가 종종 있죠. 재벌 2세 남자가 예쁘고 잘난 여자들에게는 관심도 없다가 지금껏 봐왔던 여자들과 달리, 잘난 것 하나 없는데도 불구하고 날 좋아하지 않는 여자에게 끌리는 드라마 설정이 바로 청개구리 연애 심리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적당한 청개구리 심보는 연애 초반 불을 댕기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꾸만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다가는 안정적인 연애에 금이 갈 수도 있다. 강용 원장이 전하는 청개구리 연애 심리 극복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자신만의 틀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안정은 본인도 모르게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가 생기게 합니다. 연인과의 안정적인 관계가 변화와 성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로의 틀에 대해 대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명길 연애 코치가 말하는 청개구리 연애 심리
“사람은 쉽게 얻은 것을 쉽게 생각한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하면 청개구리 연애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설사 그것이 사랑일지라도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남자는 자신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그런 여자를 좋아한다. 반면 자신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여자는 사랑한다.
청개구리 연애 심리의 원인 5가지
주운 돈 심리 길을 걷다 현금 100만원을 주운 명길 씨. 그 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옷을 샀다. 한 달 뒤 명길 씨는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1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을 어떻게 벌었나 생각하니 도저히 쓸 수 없다.
→ 같은 돈이라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과 주운 돈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연애도 마찬가지. 삶의 나침반을 남자에게 맞춰두고 모든 것을 남자의 계획과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여자를 남자는 어떻게 대할까?
정치인 심리 정치인을 뽑는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다. 그 사람의 사회적인 성공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데 대중은 자신을 대변해줄 만한 사람보다 동경하는 사람을 뽑는다. 당연히 정치인은 자신들을 동경하는 대중을 존중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정치인은 아이돌 같은 스타며, 정치인에게 대중은 그저 ‘빠돌이’, ‘빠순이’에 불과할 뿐이다.
→ 여자들은 능력 있고, 키 크고, 잘생긴 남자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동경하는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들도 그만큼 그녀를 존중할까? 상대를 동경하면 할수록 그저 ‘빠순이’가 되는 불편한 진실.
엄마 아빠의 심리 애들을 키우다 보면 ‘차라리 직장생활을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너무 미안해 주말에는 아내를 집 밖으로 ‘퇴근’시킨다. 사령관(아내) 없는 집은 전쟁터다. 그날 저녁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애들 키우는 게 쉽다면 살다가 말 안 들으면 확 버렸을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힘드니까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 내가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아껴줄 때 상대를 더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끔은 애들 때문에 열받아 죽을 것 같지만, 죽을 만큼 내 새끼들이 사랑스럽다.
더 돌아보고 올게요 심리 길을 걷다 매장 앞에 진열된 원피스를 보고 매장에 들어갔는데 점원이 반갑게 다가와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원단이 어쩌고, 디자인이 어쩌고,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린단다. 가만히 두면 내가 알아서 보고 고를 텐데 갑자기 구경하기가 싫어졌다. 싱긋 웃는 그녀에게 “더 돌아보고 올게요”라고 말하며 매장을 나왔다.
→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누가 무언가를 제안하거나 할 때 너무 과하게 들이대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밥 먹기 싫은 아들의 심리 퇴근 후 샤워하고 욕실 청소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욕실 청소’를 좀 하라고 한다. 분명 내가 알아서 하고 칭찬받으려고 했던 일인데, 아내가 먼저 시키니 갑자기 ‘청소 욕구’가 사라졌다.
→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대놓고 뭘 시키면 안 하려고 한다.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자존심 상해하기 때문이다.
청개구리 연애 심리 극복 방법 5가지
이기적인 여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이기적인 여자가 싫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실에선 이기적인 여자가 더 사랑받는다. 이기적이라는 말도 잘못됐다. 남자에게 맞춰주지 않고, 좋은 것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당한 여자지 이기적인 여자가 아니다. 자기 소신을 당당히 말하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단호한 여자를 이기적이라고 한다면 여자는 이기적이 되어야 한다. 청개구리 같은 남자들은 겉으로는 순종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척하면서도 결국 그런 당당한 이기적인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성 친구 활용법
학창 시절 여자 후배가 남자 친구가 예전 같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녀를 따라다니는 역할을 해줬다. 함께 있을 때 전화하고, 샤워하고 나오면서 사진을 찍어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은근히 그 사진을 보여줬고, 나의 존재를 알렸다. 당연히 남자 친구는 분노했고, 나를 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여자 친구가 여전히 다른 남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질투와 함께 그녀에 대한 마음도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우호적인 이성 친구는 든든한 보험이다.
밀당의 정석
밀당의 정석은 ‘너 없이도 잘 사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청개구리 심리에서 자유로워지는 최선의 방법은 작은 일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남자 없이도 멋진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남자는 자신과 늘 함께 있어야만 행복한 여자 곁에 오래 있지 않는다. 반면 “오빠가 어디서 나 같은 여자를 만나”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며 남자보다 더 중요한 삶의 무언가가 있는 여자는 남자 친구가 옆에 있지 않아도 행복하다. 남자는 자기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여자가 궁금해진다. 자신이 노력해야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물론 예쁜 짓을 했을 때 인정해주는 것은 필수다.
잘 파는 점원은 알아서 생각하게 만든다
패키지 여행을 갔는데 쇼핑 일정이 있었다. 라텍스 매트리스 파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일행당 전담 직원이 한 명씩 붙어 무슨 다단계 회사처럼 제품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다음으로는 주석 제품을 파는 곳에 갔다. 주인은 제품의 장점을 설명한 후 우리를 그냥 ‘방목’시켰다. 마트 쇼핑하듯 물건을 보던 우리는 예쁜 와인 잔을 구입했다. 상대에게 다가갈 때는 초반 어필이 중요하다. 장점을 어느 정도 어필했다면 이제는 상대가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밀어붙이기만 하면 상대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
자기 확신의 중요성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내가 어떤 연애를 하는지에 있어 중요한 기준은 ‘자기 확신’이다. 상대의 카톡, SNS, 전화 한 번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지 않고, 내가 하는 행동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고민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청개구리 같은 연애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준은 자기 확신에 있다. 나라도 나와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너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지만 네가 없다고 내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청개구리 연애 따위에 고민하지 않는다.
글 김수영 기자 일러스트 조성흠 도움말 강용(한국심리상담센터 원장 02-545-7080), 이명길(듀오 연애 코치)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청개구리 연애 심리
‘공부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잡았던 책도 덮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심보. 이는 연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나만 바라보는 상대를 보면 어쩐지 이 사람이 나보다 못난 거 같고,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싶어지는 반대 심리가 작동하는 것. 다가오면 도망가고 싶고, 멀어지면 붙잡고 싶은 청개구리 연애 심리,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6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