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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머뭇거리는 남자와 그의 프러포즈를 기다리는 여자의 속사정

결혼 앞에 멈춰 선 남자

사귀기 전에도, 사귄 후에도 늘 나를 향해 전력질주하던 남자가 ‘결혼’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에게는 ‘결혼’이라는 글자가 사랑의 목적지이자 결승선이 아닌 ‘위험! 접근 금지’ 경고판으로 보였던 걸까? 결혼을 머뭇거리는 남자와 그의 프러포즈를 기다리는 여자의 속사정에 대해 알아보자.

“남자의 프러포즈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하고 배려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미안,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연애 전, 혹은 연애 중 급하게 달려오는 남자를 향한 제동장치로 자주 내뱉었던 이 말을 불행히도 결혼이라는 마지막 관문 앞에서는 남자에 게서 듣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토록 매달리던 남자의 전투력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우리는 흔히 남자가 무릎 꿇고 반지를 내미는 프러포즈를 상상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왜 나한테 결혼하자고 안 해?”, “프러포즈는 언제 할 거야?” 라며 여자가 남자를 무릎 꿇리게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머뭇거리는 남자, 조급한 여자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은 이처럼 남자들이 결혼을 머뭇거리는 이유에 대해 ‘불안 심리’를 꼽았다. “연애할 때는 순간적 기쁨과 만족을 위해 모든 걸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자신감과 문제 대처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자주 나타납니다. 현실과 이상이라는 차이를 받아들이고, 결혼한 선배들의 조언과 충고를 표지판 삼아 서로 위로와 힘이 되는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합니다.” 그는 남자와 달리 여자들이 결혼에 조급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첫째, 행복한 가정(삶)을 빨리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부모님과의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셋째, ‘나이가 차서, 부모의 성화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다 결혼해서’ 등 주변의 상황에 압박을 받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날 사랑하는 것 같은데 위와 같은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먼저 용기를 내서 프러포즈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용 원장은 프러포즈만 기다리는 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일침을 놓았다. “프러포즈는 상대방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누가 먼저 하느냐가 중요한건 아니라고 봅니다. 고백할 때 중요한 것은 진실성과 존중, 그리고 배려입니다.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즉흥적인 고백이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계속될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남자의 프러포즈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하고 배려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이명길 연애 코치가 말하는 남자의 심리
<주홍글씨>의 작가 너대니얼 호손이 말했다. “행복은 나비와 같아서 잡으려고 하면 날아가버리고, 가만히 있으면 당신의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 행복이란 단어를 ‘결혼’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진도’를 서두르는 이유
학창 시절 수업 진도를 못 따라가던 남자들도 연애를 하면 ‘진도’(?)를 빨리 빼길 원한다. 왜 남자는 연애만 하면 우등생(?)이 되고 싶어 할까? 진화론과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파트너를 선택할 때 좀 더 신중한 쪽은 여성이다.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 임신과 출산, 양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아이가 태어난다면 양육의 주 책임자는 누가 될까? 여성이다. 남성은 부모가 되면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여자는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여성은 이런 미래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남성을 만날 때 좀 더 신중한 이유 중 하나이며, 동시에 연애 초반 남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진도’를 빨리 빼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이 ‘비효율적’인 연애를 빨리 끝내는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스킨십은 마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같다. 아낌없는 투자와 연구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한다. 마침내 개발이 완성되면 그다음부터 들어가는 비용은 초반 연구 개발 비용에 비하면 껌 값(?)이다. 연애가 그렇다. 처음 스킨십을 시작하기 전까지 공을 들이는 비용과 그 이후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해보면 왜 남자들이 스킨십을 그리 서두르는지 알 수 있다. 나름 전략적인 액션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이것이 연애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연애 초반의 열정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결혼 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뜨거웠던 애정이 식는 것은 연애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전략이기도 하다.

남자가 ‘결혼’을 머뭇거리는 이유
낭만과 현실
‘결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아침에 함께 눈을 뜨는 것일까 아니면 책임질 가족이 생기는 것일까? 여성들은 결혼하면 ‘내 편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 등과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결혼의 장점을 보는 것이다. 반면 남자들에게 결혼은 ‘다큐멘터리’다. 누군가의 자식으로만 자라, 아직 남편이 될 자신이 없다. 더욱이 여전히 남자가 ‘가장’인 세상에서 그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애 둘 있는 유부남 입장에서 보면 결혼은 남자에게 더 이익인 것이 맞다.

준비 문제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 1~2년 동안 몇 천만 원이라도 더 모으고 결혼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나도 그랬다. 신림동 쑥고개 근처 쪽방에 살던 시절 여자 친구와 만나 결혼할 때 1~2년만 더 돈을 모으고 결혼하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 그냥 무모하게(?) 결혼하길 잘했다. 1~2년이 아니라 10년을 준비해도 결혼에 완벽한 준비는 없다. 결혼은 최선의 준비가 되었을 때 그냥 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위 두 가지 내용이 보편적인 일이라면 이건 ‘케바케(case by case)’다. 많은 연인들이 행복한 연애 끝에 결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남녀는 한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몇 번의 이별을 거친다. 특히나 연애 기간이 짧아 불꽃 튈 때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면, 몇 년을 연애했다면 이미 서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남자가 결혼을 머뭇거린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연애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머뭇거리는 남자를 변하게 하는 행동
라이벌 효과
어릴 적 좋아하던 만화 <영심이>에 보면 왕경태가 등장한다. 언제나 영심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지만 그녀는 그런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항상 4m 뒤에서 따라오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50cm까지 거리를 허용한다.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을까? 바로 그토록 무시하던 왕경태를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른바 ‘라이벌’이다. 이미 볼 장 다 봤다고 안심하던 그에게 내가 다른 남자에게는 여전히 ‘워너비’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남자 친구 외에도 편한 이성 친구를 만들어라. 질투도 사랑이고, 그런 감정이 있어야 옆에 두고 싶어진다.

마감 효과
홈쇼핑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경험한다. 분명 조금 전까지 별로 구매 욕구가 없었는데 화면에 ‘5분 후 마감’과 같은 문구가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게 된다. ‘마감 효과’다. 사람은 오늘도 친구로 만날 수 있고, 내일도 친구로 만날 수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 만나고 싶어 한다. 쉽게 예를 들면, ‘리스’(?)하면 내 차처럼 쓸 수 있는데 굳이 보험료 내고 관리비 들이면서 ‘내 차’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네 여자 친구가 아니다. 너뿐 아니라 나 역시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결혼을 원하는 여자와 아직 준비가 안 돼 망설이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 집에서 ‘맞선’을 요구했고, 여자는 남자에게 그 사실을 솔직히 말했다. 자기 때문에 여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남자는 ‘맞선’을 보라고 했고, 여자는 화를 내며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러 나갔다.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비로소 남자는 그녀에 대한 감정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돌발 상황
연애는 한두 가지 특장점이 좋으면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건 다 별로인데 키가 크다거나 목소리가 좋으면 그것만 보고도 할 수 있다. 반면 결혼은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다. 외적인 매력 요소 한두 가지만 보고 결혼했다가 낭패를 보는 여성들을 많이 봐오면서 느낀 점이다. 연애할 때 남성은 ‘허세’를 부린다. 최대한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 자신이 가진 것을 부풀려 말한다. 그가 말하는 연봉은 상여금과 보너스를 합친 금액은 물론 세전 금액일 확률이 높으며, 키는 구두 굽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은 그것이 상대의 진짜 모습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용인에 34평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 대출이 70% 이상인 경우, 멋진 차를 끌고 다녀서 부자인 줄 알았더니 5년 할부로 월급의 1/3을 할부금으로 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집안에 빚이 있을 수도 있고, 차마 말 못했던 가정사가 있을 수도 있다. 혹시라도 가발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의 행동에 불을 붙이기 전, 미리 ‘돌발 상황’을 감지하길 바란다.

김수영 기자 일러스트 조성흠 도움말 강용(한국심리상담센터 원장 02-545-7080), 이명길(듀오 연애 코치)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6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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