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워싱 데님 팬츠 모두 휴고보스. 브라운 컬러의 워커 로버스. (박선주) 화이트 셔츠 꾸즈. 블랙 레이스 화이트 재킷 에고이스트. 블랙 쇼트 팬츠 매긴. 브라운 로퍼 로버스. 진주 실버 귀고리 렉스다이아몬드.
강레오는 차분했다. 질문을 던지면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조금 느린 말투로 대답했다. 대답은 간결하고 정직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대답 끝에는 항상 아내 박선주를 향한 신뢰 혹은 사랑의 표현을 덧붙였다. 박선주는 쾌활했다. 잘 웃었고 말솜씨도 유려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대답 끝에는 항상 강레오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 달라 보이는 이 부부는 인터뷰 내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대답을 했다. 이것이 바로 ‘부부일심동체’의 표본일까? 그들은 평생을 같은 마음으로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서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다
2012년 6월 셰프 강레오와 싱어송라이터 박선주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전혀 다른 분야,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짝을 이룬다는 것이 신기했을까? 사람들은 이들의 연애 스토리를 무척 궁금해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 부부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 여자와 연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가간 게 아니에요.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연애하고 싶어졌죠.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강레오는 연애를 시작하고 대중들이 박선주에게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알게 됐다. 박선주에게 전혀 편견이 없었던 그는 왜 대중들이 그녀를 세고 강한 여자로만 인식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선주는 정말 쾌활하고 소녀 같은 여자예요.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죠.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만일 아이를 낳는다면 선주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가 좋았으니까요.” 지인의 생일 파티에서 강레오를 처음 본 박선주는 그의 정확하고 담백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했고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둘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외국에서 지냈던 일들, 한국에 적응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공유하다 보니 나와 참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게다가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취미도 같았죠. 살면서 이렇게 잘 통하는 사람이 있었나 싶었어요.” 이렇게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됐다. 강레오, 박선주는 사실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았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편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냥 같이 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결혼이라는 관문을 거치지 않으면 불편한 시선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어른들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 결혼을 결심했죠.” 강레오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프러포즈했고 박선주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결혼은 하나의 행사에 불과했다. 결혼이라는 틀보다 중요한 것은 평생 좋은 친구로, 최고의 파트너로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2,3 (강레오) 화이트 턱시도 셔츠 마크론슨. 블랙&화이트 재킷, 보타이 카루소. 브라운 윙 팁 슈즈 라바르카. (박선주) 옐로 튜브톱 롱 드레스 이상봉. 화이트 골드 뱅글, 블루 실버 링 모두 프란시스케이. 블루 귀고리 케이트앤켈리.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다
영혼이 비슷하다고 생활 패턴까지 비슷한 것은 아니다. 강레오는 깔끔하다. 물건은 늘 흐트러짐 없어야 하고 옷은 색깔별로 가지런히 걸려 있어야 한다. 반면 박선주는 어지르는 편이다. 물건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고 옷장은 늘 뒤죽박죽이다. 이렇게 다른 부부는 굳이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 성향을 인정하는 거죠. 내 기준에 맞춰서 상대방이 변하길 바라면 그때부터 부딪히게 돼요.” 일적인 부분에서도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다. 강레오는 밖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박선주는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한다. 분야와 환경이 너무나 다르지만 부부는 서로의 일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응원한다.
“항상 상대방의 상태를 살피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요. 일에 대해 꼬치꼬치 묻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방이 일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낌없이 조언해요.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가장 먼저 찾게 되죠.” 박선주는 결혼을 통해 일에 대한 시너지를 톡톡히 얻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서로 존중하는 부부지만 분명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빨리 해결점을 찾는다. 조금 더 잘못한 사람이 인정하고 사과하면 끝나는 일이다.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어우러지는 것, 한 배를 탄 그들이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이유다.
(강레오) 화이트 턱시도 셔츠, 에메랄드 컬러 턱시도 모두 마크론슨. (박선주) 블랙 큐빅 시폰 드레스 럭스엘리자베스. 베이지 트렌치 재킷 이상봉. 블랙 귀고리 케이트앤켈리. 골드 뱅글 타티아나.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는 없다
결혼으로 인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에이미’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이다. 육아에 있어서 부부는 그야말로 환상의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정확히 반반씩 부담해요. 선주가 바쁠 때는 제가 육아를 전담하고 제가 바쁠 때는 선주가 전담하죠. 절대 불평하거나 힘들어하는 일이 없어요.” 강레오는 번갈아가며 육아를 전담하면서 에이미와 애착관계가 형성되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이에 대한 교육관도 같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자. 아이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지 말자. 가장 의지해야 할 것은 부부다. 이것이 우리의 교육관이에요. 에이미는 언젠가 커서 다른 사람과 가족을 이뤄야 해요. 결국 남는 건 남편과 저예요. 에이미가 가족을 잘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만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려 해요.” 세 가족이 되었지만 아직도 박선주는 강레오를 생각하면 ‘남편’보다 ‘남자 친구’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에이미로 인해 육아에 치중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둘은 여전히 연인처럼 서로를 1순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 후 강레오, 박선주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지내고 싶다고 한다. 아들이 생겨도 좋을 것 같다. 결혼 전부터 최고의 파트너로 평생 살자고 약속한 이들은 그 마음이 변치 않고 잘 늙어갔으면 한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제 안다. 결혼으로 두 사람의 모든 것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말이다.
환상의 팀플레이
강레오, 박선주 부부
전혀 맞닿은 지점이 없을 것 같던 강레오, 박선주는 서로를 거울같이 바라보며 사랑에 빠졌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도 결혼 계획이 없었던 그들은 헤어지기 싫어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됐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