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프라하의 찬란한 전경. 

프라하는 모차르트를 비롯해 드보르자크,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등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도시다. 한국에도 프라하를 찬양한 예술가가 있다. 소설가 성석제다. 그는 자신의 프라하 여행기에서 ‘떠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도시’라고 표현했다. 또 로댕은 이곳을 ‘북쪽의 로마’라 불렀고, 괴테는 ‘백탑의 도시’라 불렀으며, 음악가들은 ‘유럽의 음악학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토록 숱하게 많은 표현 중 유독 눈에 띄는 말이 있다. ‘사랑이 이뤄지는 연인들의 도시, 프라하’. 중세 시대에 시간이 멈춘 듯한 낭만의 프라하에서 내내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면 좋았을 걸…’ 많은 이들이 프라하를 신혼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꿈꾸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연인들의 도시, 프라하

3,6 셔터만 눌러도 작품이 되는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 웨딩 촬영의 필수 코스다. 4 연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카를 다리. 5구시가를 편하게 둘러볼 때 좋은 마차 투어. 7카를 다리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이곳에서 사랑을 빌면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한국인에게 프라하는 <프라하의 연인> 속의 배경으로 각인되어 있다. 벌써 10년이나 된 드라마지만 프라하가 낭만적인 여행지로 인식된 데는 이 드라마의 공이 크다. 드라마 속 모습을 기대하고 직접 프라하를 찾았을 때 기대만큼 실망도 크지 않을까 우려한다면,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겠다. 유럽에서 이렇게 변화가 더딘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프라하는 변치 않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연인들에게 있어 프라하 제1의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단연 카를 다리다. 돌로 만든 다리 중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카를 다리는 구시가와 프라하 성을 잇는 곳이자 프라하 성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카를 다리에는 해마다 수백만 명의 연인들을 이곳으로 부르는 동상이 있는데, 바로 네포무크 동상이다. 성직자였던 네포무크는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끝까지 비밀로 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하게 됐는데, 죽기 직전 “내 마지막 소원을 이 다리에 바치노니 이 다리에 선 자는 모두 소원을 이룰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뒤 이곳에서 사랑을 빌고자 하는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물론, 그 효과는 믿거나 말거나다.

최근 프라하가 신혼여행지로 더욱 각광받는 비결은 허니문 스냅 샷을 찍기에 안성맞춤인 ‘포토제닉’ 도시이기 때문이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바로크, 아르누보 양식까지 다양한 건축물들이 도시를 가득 채운 프라하에서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정석이자 필수 스냅 샷 코스는 프라하 성이다. 870년에 건축된 보헤미아 왕국을 대표하는 프라하성은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대규모를 자랑한다. 한곳에서 여러 가지의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허니문 스냅샷도 다양한 분위기로 찍을 수 있다. 로브코비츠 궁Lobkowicz Palace 또한 허니무너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로브코비츠 가문은 체코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명문 귀족이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 예술가를 후원하며 활발하게 교류해온 그들의 종적은 로브코비츠 궁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작품부터 그릇, 악기까지 그들이 모은 컬렉션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하이 라이트는 야외 테라스다. 프라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와인을 한잔 하고 있노라니 식었던 사랑도 절로 뜨거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통창이 있는 룸에서의 점심 식사와 클래식 음악회가 결합된 런치 패키지도 로브코비츠 궁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또 이곳은 프라하 예비 신부들이 꿈꾸는 결혼식 장소로도 유명하다.


1 프라하에서 차로 2시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훌루보카 성. 체코에서 결혼식 장소로 가장 인기이고, 허니문 스냅 샷 장소로도 좋다. 2 블타바 강을 유유히 흐르는 낭만적인 크루즈. 

프라하에서 가장 로맨틱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선상 디너를 선택해볼 것. 파리의 센 강만큼이나 낭만적인 정취를 품고 있는 블타바 강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콘셉트의 크루즈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신혼여행객에게는 ‘프라하 보트’를 추천한다. 장장 2시간 동안 블타바 강을 천천히 흘러가는 동안 프라하 보트 안에서도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조도가 낮은 선내에서 달콤한 피아노 라이브 연주를 감상하며 특제 버터를 바른 식전 빵, 전채, 스테이크, 디저트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를 차례로 음미하고, 무제한 와인을 마시며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한 번 더 취할 수 있다.
허니문에서 빠지면 섭섭한 것이 바로 쇼핑. 프라하는 값싼 골동품부터 세계 명품 브랜드까지 구시가에서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시가 광장 바로 지척에 자리한 ‘파리거리’는 명품 브랜드들이 길게 늘어서 프라하의 샹젤리제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체코에 왔다면 골동품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좋은 골동품들은 프라하 중심 구시가와 요세포프Josefov 지역에 집약돼있다. 카프로바Kaprova 거리에 가면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골동품부터 19세기의 보석, 소형 가구, 도자기, 시계, 그림, 유리 꽃병과 자기로 만든 동상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파리 거리 초입에는 롤스로이스 팬텀 리무진 투어가 대기하고 하고 있으니 쇼핑이 끝난 후엔 롤스로이스 리무진을 타고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으며 프라하 시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프라하 근교 여행

3,6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 아기자기한 풍경을 자랑하는 체스키 크루믈로프. 4 체스키 크루믈로프의 성을 바라보며 맛보는 체코 맥주는 꿀보다도 달다. 5 체코 전통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식당 우 드바우 마리이.

동화 같은 마을 체스키 크루믈로프Cesky Krumlov는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신혼여행을 위해 체코를 찾은 이들이 프라하 다음으로 선택하는 곳이 바로 체스키 크루믈 로프. 100년 동안 새로 지어진 건물이 5개도 안 될 정도라니 옛것을 보존하려는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체스키 크루믈로프에서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거리를 산책하는 것만으로 색다른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크고 화려한 르네상스식 성과 건물마다 지닌 기묘한 전설들이 이 도시의 특징이다. 꿀로 만든 와인도 별미다.

14세기경 황제 카렐 4세가 사냥을 하다가 온천을 발견한 이후 대표적인 온천 마을로 자리매김한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 카를로비 바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흔히 알고 있는 온천과 ‘온천 웰니스’를 구분해야 한다. 온천 웰니스는 단순히 효능을 넘어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엄연한 치료법.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수를 맛보려면 자신만의 온천수 컵을 사서 도시 곳곳의 치료용 온천수 투어에 나서면 된다. 이 도시에만 40여 개의 치료용 온천수가 있고 근처 지역까지 합하면 무려 100여 개에 달한다. 피터 대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바흐, 괴테, 카사노바, 베토벤도 이곳의 온천수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매해 7월 초에 열리는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는 도시의 가장 큰 축제다. 영화 <올드보이>의 배우 최민식과 박찬욱 감독도 이곳을 찾았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영화제다. 디자인 제품에 관심 있는 커플이라면 크리스털 주얼리 브랜드 모제르Moser 공장에 방문해볼 것. 유럽 왕족의 중요한 행사장에 반드시 등장해 ‘왕의 유리’라는 별명이 붙은 모제르는 19세기부터 이곳에 공장을 두었다. 카를로비 바리의 모제르 공장을 방문하면 장인이 마스터피스를 빚는 과정을 바로 지척에서 볼 수 있다.


TRAVEL TIPS
허니문에서 올리는 작은 결혼식 지난 몇 년 동안 프라하에서는 ‘심벌릭 웨딩’이 유행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만을 초대해 단출하게 여는 소규모 결혼식을 가리키는 말인데, 최근에는 신혼여행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심벌릭 웨딩을 올리는 커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체코의 가장 대표적인 웨딩 업체인 화이트는 동양인 신혼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심벌릭 웨딩 노하우도 풍부하다. 문의 www. praguewedding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