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이야기는 19년 전, 서른셋 처녀와 서른넷 총각이 만나 6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식을 올리며 시작된다. 결혼하기 전, 소위 잘나가는 아나운서라 불리던 방송인 윤영미는 10년 동안 약 100번 정도 선을 봤다. 대부분 사회적 지위가 높고, 돈 잘 버는 한마디로 잘나가는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출판사 직원이었던 지금의 남편 황능준이었다. 화끈한 성격으로 유명한 윤영미 아나운서와 차분하고 넉넉한 성품의 남편 황능준은 언뜻 보면 극과 극의 조합 같지만,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평범하고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만난 지 2주 만에 프러포즈했다는 황능준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봉사단체에서 봉사해온 아내가 천사로 보였다는 것. “이 사람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었죠. 그 정도 마음이면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자기 것을 나눌 수 있는 마음 말이에요.”
윤영미 역시 남을 돕고 배려하는 황능준의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다. 이기심이 없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 그렇게 많은 사람과 만나고 잘난 조건에 콧방귀를 뀌던 윤영미는 결혼에서 경제적인 조건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능준·윤영미 가족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오롯이 느껴지는 가족 사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효자로 소문난 남자와 사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19년 동안 대략 50번이 넘게 여행을 다녔다. 전국 팔도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 불편했을 법도 한데 아내 윤영미는 불평하지 않았고 늘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왜 힘들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고 어차피 가는 거 즐겁게 보내야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좋잖아요.”
남편 황능준은 회사를 그만둔 후 생활비로 100만원 이상 가져다준 적이 없었다. “아내가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경우 남편이 사업을 크게 해서 손실을 본다거나 사고를 크게 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 남편은 사업 여건이 여의치 않자 현실을 직시했고 전업주부로 생활했어요. 현명한 거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시간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느 날 아이들이 우리 가족은 정말 화목한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우리가 아이들을 참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창 예민할 시기에 바쁜 엄마 대신 친구가 되어준 남편 덕분이죠.” 부부는 결혼해서 원수가 되고 또다시 친구가 되고 그다음에 서로의 상담자가 되는 순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원수일 때는 헤어짐을 결심한다. “누구나 다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권태로운 순간도 찾아오죠. 하지만 그 고비만 잘 넘기면 친구 같은 부부가 될 수 있어요. 손을 잡고 함께 산에서 내려올 수 있는 기간이 분명 오죠. 그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부부는 입을 모았다.
이들 부부는 결혼하기 전 결혼 예비 학교에 등록할 것을 강력히 추천했다.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결혼 생활에서의 소통 방식과 결혼의 의미, 마음가짐을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이들은 ‘화를 내되 해가 지기 전까지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하루가 지나면 앙금이 남는데, 하루가 지나기 전에 소통하고 대화하면 금세 원만해질 거예요. 부부라서 가능한 일이죠.”(황능준)
행복을 위한 조건, 배려하는 삶
황능준·윤영미 부부
결혼 19년 차로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인 황능준・윤영미 부부는 서로 배려하며 온전히 서로의 편이 되어 살고 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한 걸음씩 물러설 줄 아는 이들 부부의 행복한 삶을 들여다봤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