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할 수 있는 반려자, 남편 조기영 2006년 ‘아나운서 고민정’으로 불리던 그녀가 시인 조기영 씨와 결혼하면서 ‘시인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8년이라는 긴 연애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보통의 연애를 하는 이들처럼 그들에게 결혼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데 세상은 아나운서가 시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바라봤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민정 씨. “평생을 함께하는 건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평생을 함께 갈 사람이고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사람이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며 사는 것은 행운이고 행복이에요.”
그녀가 말하는 ‘사람 조기영’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거창한 철학과 사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삶에서 존경심을 느꼈다고. “동아리 방명록에 쓰인 글을 보고 처음 남편을 알았어요. 남편 글씨가 정말 멋지거든요. 글씨를 보고 설렌 건 처음이죠. 그러다 몇 달 후에 그 사람을 봤는데 나이가 열한 살 차이가 나는데도 말을 낮추지 않더라고요. 왠지 존중받는 느낌이었어요.”
언제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소나무 같은 그가 고맙다는 민정 씨.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도, 그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자신에게 ‘존경’이라는 단어를 느끼게 해준 기영 씨를 잃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는다는 그녀는 지금 그와 함께 꿈꾸는 삶을 살아가며 행복을 느낀다.

남편 기영 씨와 함께한 수목원 데이트.
(오른쪽) 결혼 전 서로에게 선물한 반지.

부부란 철길 같은 사이어야 한다 “저희 부부는 항상 ‘부부는 철길 같은 사이’어야 한다고 말해요. 어느 정도 간격은 유지하되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함께 가는 거죠.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는데 그럼 누구 한 명은 희생해야 하잖아요. 저희 부부는 둘 중 한 명이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사랑해서 함께 행복하려고 같이 사는 거고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게 목표예요.”
그녀에게 결혼이란 일심동체를 외치기보다 삶의 방향은 같되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도 남편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남편에게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경제활동은 하지 않고 글을 쓰는 시인으로 살아가는 걸 내버려둘 수 있느냐고 궁금해하는데 저 역시 돈을 벌려고 아나운서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는 다행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침 돈을 버는 것인데 굳이 남편이 하기 싫은 경제활동을 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할까 싶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남편은 남편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다행히 저에게 돈이 들어오니 그걸로 생활하면 되죠. 그리고 저는 아내로서 남편이 글을 쓰는 것이 좋아요. 물론 돈이 많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아요.”
본능은 돈을 따라갈 수 있지만 행복은 돈과 비례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금전적인 것만을 추구하지 않으려한다. 남편 기영 씨를 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불행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 남자의 사랑을 이토록 많이 받으며 행복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답은 할 수 없었을 거란다. 바쁜 아내 대신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글을 쓰고 살림을 하는 주부 9단 남편. 그녀가 돌아오면 묵묵했던 그가 민정 씨의 하루에 대해 묻는다. 그런 그와의 삶은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이 깊어지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