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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건축 임형남,노은주 부부

삶은 여행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건축가 부부로 얼굴을 알린 임형남·노은주 부부. 함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책을 쓰고, 딸들과 소통하는 둘은 한 명만 떼서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함께’가 익숙한 그들의 관계는 부부, 그 이상이다.

웨이브 진 장발에 뿔테 안경, 편안한 옷차림, 그리 크지 않은 키까지. 두 사람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여전한 미모를 뽐내지만 1994년 결혼할 당시의 노은주 소장을 보면 누가 봐도 절세미녀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임형남 소장은 소탈하고 남자다운 면모로 흔히 말하는 꽃미남(?)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종종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건 20년 가까이 부부로 지내온 시간이 준 선물이 아닐까. 이런 둘의 관계를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선후배이자 가온건축 공동 대표이며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집 큰 생각> 등을 함께 집필한 저자다. 이 모든 수식어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말은 ‘인생의 동반자’가 가장 적당해 보인다. “저희가 동문이긴 하지만 11년이라는 차이가 있다 보니 처음 만난 건 둘 다 졸업한 후였죠. 선후배 사이로 만나며 매일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했는데 노 소장(임형남 소장이 아내를 부르는 호칭)이 대학원에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공부할 때 옆에서 과일을 깎아주겠다며 꼬였죠.”(임형남) “막상 결혼했더니 과일은 전혀 안 깎아주던데요? 그래도 연애할 때 와인 한 잔씩 하곤 했는데 알고 봤더니 술을 하나도 못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노력이 가상해서 참았죠.”(노은주) 탁구공이 통통 튀며 양쪽을 오가듯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 의견은 다를지라도 늘 유쾌함이 묻어난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까지 받아들인 여유가 느껴진다.



결혼 후 첫해 남부지방 답사를 위해 부안에서 시작해 경주까지 여행했던 두 사람. 그때 본 책과 나침반은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다.

특이한 시작, 특별한 인생
이들의 삶의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인데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걸까’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20여 년 전 올린 결혼식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렇다. 직접 그려 만든 청첩장에 ‘주례 없는 결혼식’을 이미 시작했고, 주말에 남의 결혼식에 가는 하객들을 고려해 회사 인근에서 월요일 점심시간에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 들어도 꽤나 파격적이다. “토요일에 결혼식 다니려면 짜증나잖아요. 그래서 점심 먹을 겸 잠시 들르라고 월요일 점심시간에 올리자고 했죠. 회사가 잠실 쪽이어서 올림픽공원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사는 거요?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뭐가 힘들어요. 하하하하.” 급진적이다 못해 평범한 사람은 쉽게 수긍할 수 없을 행보이지만 노은주 소장은 그럴 때마다 그저 남편의 편에 섰다.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지금 고생하고 희생하는 것보다 지금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해진다는 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지닌 삶의 가치관이다. 건축 분야의 특성상 전국을 돌며 현장을 방문하는 일 역시도 여행하고 사람을 만나는 즐거운 일로 생각하는 두 사람이기에 오늘도 웃는다. “부부 사이에 가장 무서운건 침묵인 것 같아요. 일이건 애들이건 취미에 대한 것이건 대화 소재가 끊이지 않는다는 건 우리 부부가 누리는 축복이죠. 세상 그 무엇보다 내 옆의 이 사람이,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 하나면 싸울 시간도, 다른 사람의 눈치 볼 시간도 없어요. 그저 오늘을 행복하게 살 궁리를 하기에도 바쁘니까요.”

마음 잘 맞는 상대만 있다면 험난한 여행길도 든든하듯 믿음직한 인생의 동반자만 있다면 고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하고 결혼하는 이유가 아닐까.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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