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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갖춘 새색시의 첫인사

즐거운 폐백 시간

폐백은 혼인한 신부가 처음으로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드리는 자리인데 전통이 퇴색되고 결혼 풍습이 간소화되면서 이를 생략하거나 절차를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적으로 준비하다 보니 본래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경우도 다반사. 폐백의 참 의미를 잊지 않고 즐기는 자세로 임하는 폐백 新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요즘 신부가 알아야 할 내용도 10가지로 정리했다.

01 폐백은 선물이에요
며느리가 시집와서 시부모님에게 첫인사를 올리는 예를 폐백이 아닌 현구고례(見舅姑禮)라 하고, 이때 혼인한 신부가 준비해가는 것을 폐백이라 부른다. 비단 폐(幣), 비단 백(帛)자를 쓰는 폐백은 원래 선물이라는 의미고, 시부모님께 올릴 특별한 음식으로 값진 예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나 오늘날 시댁에 인사드리는 그 자체의 의식으로 바뀌었다. 본래 우리의 전통 혼속은 처가에서 혼례를 치르고 신방을 꾸민 후 장인 장모에게 사위가 먼저 예를 올리고 나서, 신부가 시댁으로 들어가 시부모님께 폐백을 올리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오늘날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본식이 끝난 후 시부모님께 폐백을 올리는 것이 일반화됐다.

02 폐백 절차, 참 쉽고 재밌어요
시아버지는 동쪽, 시어머니는 서쪽에 앉는다 → 신랑은 어머니와, 신부는 시아버지와 마주 보도록 나란히 앉는다 → 수모가 신부를 대신해 시아버지에게 대추가 들어 있는 폐백을 올린다 → 폐백을 받고 난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덕담을 해주고 근봉을 푼다 → 신부는 수모의 손을 빌려 시아버지에게 대추고임을, 시어머니에게 육포가 들어 있는 폐백을 드린다 →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허물을 덮어준다는 뜻으로 폐백을 어루만진다 → 신부는 수모의 부축을 받아 네 번 절을 올린다. 앉을 때는 수모가 먼저 앉고, 일어설 때는 신부가 먼저 일어선다 → 절을 마치고 난 신부는 수모의 손을 빌려 시부모님에게 차례로 술을 따라 올린다 → 시부모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면 수모를 통해 안주를 권한다 → 시아버지가 덕담을 해주면서 며느리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져준다. 수모는 그것을 받아 신부 원삼 안에 넣어주면서 덕담을 한다.

03 시조부모가 살아 계신다면?
시조부모가 계시더라도 시부모부터 먼저 뵙고 그다음 시조부모께 절을 올리며 별도로 준비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시부모가 없으면 폐백 음식을 마련하지 않는다. 시부모님 다음 시조부모님께 폐백을 드리고 촌수와 항렬에 따라 차례대로 인사드린다.

04 절할 때, 순서가 중요해요
시댁 쪽 오촌까지 폐백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요즘은 간소화돼 삼촌까지만 인사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항렬은 선후를 따져 손윗분에게 한 번씩, 손아랫분은 먼저 절을 하면 답례로 맞절을 한다. 백부·숙부 내외, 시삼촌·시고모 순으로 절하고 같은 항렬인 형제, 사촌, 외사촌과는 맞절한다. 폐백 절은 지방에 따라 신부만 올리기도 한다. 폐백례는 원칙적으로 며느리가 시부모님께 며느리로서 첫 예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신부만 절하는 것이 맞지만 요즘에는 신랑과 함께 드리는 것이 보편화됐다.

05 신부는 활옷을 입어요
폐백을 올릴 때 신랑은 관복을, 신부는 녹의홍상을 입고 위에 녹원삼이나 활옷을 덧입는 것이 전통적인 예다. 활옷은 원래 공주의 대례복이었으나 혼례 때만은 예외적으로 일반인에게도 허용됐다. 반면 신랑의 부모도 한복을 입는 것이 예의에 맞는데, 시어머님은 황금 당의를 입고 폐백을 받기도 한다.

06 음식에 혼인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폐백 음식은 육포와 대추고임을 기본으로 하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육포 대신 닭을 통째로 쪄서 사용하고, 시조부모님이 살아 계실 경우 장산적 등의 음식이 추가되기도 한다. 시아버지는 자손번창을 약속하는 대추를, 시어머니께는 공경의 뜻이 담긴 육포를 올리는 것이 정석. 폐백실에는 병풍을 두르고 돗자리를 깐 후 폐백상을 가운데 놓는다. 상 위에 붉은 예탁보를 깔고 시아버지는 동쪽에, 시어머니는 서쪽에 모신 다음, 대추고임과 육포 등을 올리고 곁상에는 술과 술잔, 구절판을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음식은 보자기에 싸서 근봉을 치고, 이 근봉은 신부 손에서 수모를 통해 시어머니께 전달되며, 시어머니는 이를 쓰다듬고 개봉한다. 요즘은 근봉을 치지 않거나 미리 개봉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통 예법에 어긋난 것. 시아버지께 올리는 밤과 대추고임은 집안을 일으키고 자손을 번성시키겠다는 의미고, 이를 받은 시아버지가 던져주는 밤, 대추는 부귀, 다산과 조상을 잘 모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어머니께 올리는 육포는 부모를 공경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새 며느리의 실수도 넉넉한 마음으로 감싸주십사 하는 속내가 담겨 있다. 구절판은 오색 진미를 다양하게 담아 올리는데, 다식, 정과, 율란, 어란, 건전복, 잣솔, 은행, 곶감쌈, 대추초 등 정성껏 준비한 귀한 음식을 담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07 요즘 폐백, 이렇게 달라지고 있어요
폐백이 간소화되다 보니 최근에는 양가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시부모와 친정 부모를 함께 모시고 폐백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본래의 전통 의미를 따져볼 때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하지만 사돈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개방적인 가정이라면 서로의 배려 안에서 순서를 나눠 폐백 절차를 치른다. 신부 쪽은 신랑 쪽 폐백을 하는 동안 함께 참관한다거나 신랑 쪽이 끝난 후 진행하는 것이 전통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방법이다.
처음 인사드리는 쑥스러운 자리에 구성진 가야금 선율이 더해진다면 무거운 분위기가 즐겁게 바뀐다. 썰렁하고 단출한 폐백 분위기가 싫다면 신랑 신부의 긴장을 풀고, 참석한 친지들의 흥을 돋워주는 국악 연주를 더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08 폐백실에서 이런 덕담 해주세요
절을 받은 시아버님은 부귀다손의 덕담을 하면서 며느리에게 대추를 던지고 며느리는 치마폭에 받는다. 친지들은 새 신부의 절을 받는 동시에 덕담을 건네는데, ‘아들딸 많이 낳고 잘 살아라’, ‘부모님 공경해라’, ‘평생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등 구태의연한 덕담 대신 센스 있는 덕담을 준비할 것. ‘네가 우리 집의 식구가 된 걸 두 팔 벌려 환영하다. 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는 둘째 삼촌이다. 그래도 왕년에도 장동건 뺨치는 외모였다. 서로 얼굴 잘 기억하자’, ‘허당인 조카와 인생을 함께 걷기로 한 거 축하한다. 그 길 행복하게 가야겠지만, 간혹 힘든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모를 찾아라’ ‘우리 집에 보기 드문 미인이 들어왔구나. 아들딸 상관없다. 외모는 너 닮은 아이 낳아라’ 등 위트 넘치는 덕담으로 신부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09 절값으로 시댁의 선물을 준비하세요
절을 받은 어른들이 봉투에 담아 절값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전통적인 예는 아니지만, 요즘 폐백에서는 일반화가 됐다. 절값은 가풍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만~50만원 정도 주는 것이 기본이고, 절값을 받았다면 신혼여행 경비에 보태거나 신혼여행지에서 친지들의 선물을 사는 센스를 발휘할 것. 절값을 준비한 이들도 신혼여행지에서 쓰기 편하도록 달러를 넣어주거나 폐백 시간에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돈과 함께 준다면 신혼 첫날밤 신부는 편지를 읽으며 ‘내가 시집 잘 왔구나’ 하고 즐거웠던 폐백 시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될 것.

10 사랑받고 싶다면, 폐백 답례품을 준비하세요
하객 전부를 위한 답례품은 챙기지 못해도 폐백에서 인사드린 시댁 식구들에게 줄 꽃바구니, 초콜릿과 쿠키 박스, 캔들 등 답례품을 준비해 강렬한 첫인상을 남길 것. 신부가 마련한 갖가지 선물을 직계, 친척, 인척 순으로 나눠 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잘 봐달라는 애교 섞인 메시지를 추가하거나, 신부의 신상 정보가 궁금한 친지들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PR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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