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웨딩드레스는 그해 신부들의 웨딩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마이웨딩> 20주년 기념 특집, 그 시작은 스타들의 웨딩사진에서 읽은 드레스 변천사다.
2010~2012
최근 3년간의 웨딩드레스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수입 드레스의 강세다. 특히 2000년대 후반, 국내에 수입 드레스가 등장하기 시작할 때에는 이탈리아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나 점점 미국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2010년 이후에는 뉴욕 컬렉션 중심의 드레스가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신부들의 사랑을 독점하고 있다. 2010년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리며 장동건의 아내가 된 고소영은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배우 강성연은 암살라를 전지현과 현영은 림 아크라를 선택해 뉴욕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가 트렌드임을 확인시켰다.
2011년 4월 29일, 전 세계의 웨딩 트렌드를 흔들 만한 큰 이슈가 있었다. 바로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거행된 것. 뜨거운 기대를 모으며 결혼식 당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친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는 영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인 사라 버튼의 작품으로 어깨와 소매를 레이스로 가린 단아한 아이보리색 실크 드레스였다. 네크라인은 브이V자로 깊게 파 답답함을 피하고 치마는 엉덩이 부분을 부풀려 넓게 퍼지는 스타일로 고전미가 넘쳤다. 단아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을 강조한 그녀의 스타일은 전 세계 신부들은 물론 국내 스타들의 웨딩드레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우 박시연은 보디라인이 돋보이는 슬림한 튜브톱 드레스에 여러 겹의 튤로 어깨를 감싸며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새하얀 브라이덜 베일로 머리와 소매를 감싸 시선을 집중시켰다. 유지태와 결혼한 김효진은 레이스 디테일이 돋보이는 인어 라인의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로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선보였는데 앞모습에서는 하이네크라인 스타일로 우아하게, 뒷모습에서는 은은하게 비치는 튤 소재를 사용한 디자인으로 반전을 주었다. 서지영은 그녀만을 위해 디자인된 벨 라인 드레스를 입었는데 깊게 파인 상체 라인은 잡아주고 스커트는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부풀려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2012년까지 이어진 로열 웨딩 스타일은 레이스 소재를 사용하되 과감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믹스 매치로 로맨티시즘과 시크함이 공존하는 복합적 스타일로 변화되었다.
2005~2009
2005년에도 슬림하고 심플한 실루엣에 대한 애정은 계속 이어진다. 조금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레트로풍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셔링이나 볼륨감 있는 페티코트를 사용해 포인트를 준 웨딩드레스가 트렌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드레스를 구비한 수입 웨딩드레스 숍이 늘어난 점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드레스에 새로운 시도와 변형을 꾀한 다채로운 웨딩드레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로맨티시즘과 미니멀리즘이 공존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미니멀리즘에 걸맞게 전체적인 실루엣은 심플하지만 장식 요소에 로맨틱한 느낌을 더한 것. 또 해외 명품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는 톱스타들이 많아지면서 수입 드레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고 수입 드레스 멀티숍도 빠르게 늘었다. 2007년 4월호에서는 디자이너 서승연은 배우 이소연과 함께 로맨틱한 헵번 룩을 제안했다. 실크에 메탈사가 섞인 타프타 실크는 그 당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에게 각광받는 신소재였다. 그해 바비 인형 한채영은 김지나레아에서 그녀를 위해 제작한 고급스러운 타프타 실크 소재에 클래식하고 웅장한 라인이 돋보이는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
2008년 탤런트 박탐희, 안연홍 모두 심플한 톱 드레스에 부드럽게 퍼지는 스커트 라인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같은 해 9월 결혼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권상우・손태영 부부. 손태영은 화려한 허리 장식과 심플하면서도 풍성한 스커트가 돋보이는 루나디 미엘레의 수입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2009년 트렌드 중 주목할 것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 부드러운 소재를 레이어드한 아방가르드 라인과 간결하고 심플한 미니멀 라인에 하나의 포인트를 강하게 주어 시선을 모으는 스타일의 웨딩드레스 중 개성에 따라 선호하는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되었다.
2000~2004
2000년 초반의 웨딩드레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단연 ‘심플’이다. 고급스러움과 모던함을 동시에 지향하기 시작하면서 과장된 실루엣은 점차 단순화되었고, 화려한 장식도 줄어 자수, 비즈, 실크처럼 우아한 분위기를 더하는 디테일만을 추구했다. 이러한 트렌드를 입증하듯 2003년 <마이웨딩> 5월호에서 1000명 특별 리서치로 알아본 ‘웨딩드레스 문화 진단 Wedding Dress 알고 있으십니까?’에서는 48.7%가 단아하면서 세련된 이미지가 돋보이는 심플 라인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를 최고로 뽑았다. 귀여운 이미지를 어필하는 프린세스 스타일은 30.4%, 반면 화려한 비딩과 자수가 돋보이면서 스커트를 크게 부풀린 스타일은 16.8%만이 호감을 표시해 비인기로 분류됐다. ‘심플’ 트렌드에 동참한 스타들의 웨딩드레스도 주목할만하다. 그중 송지효와 정혜영, 이효리가 선택한 웨딩드레스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송지효는 일체의 장식을 배제하고 오롯이 소재의 드레이프만으로 완성한 웨딩드레스를 입어 이슈를 모았다. 반짝이는 장식 하나 없이도 충분히 눈부시고, 청순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것. 정혜영은 깔끔한 7부 소매의 재킷을 입은 듯한 웨딩드레스를 선보였으며, 이효리는 레이스 소재만으로 포인트를 준 오프숄더 웨딩드레스를 입어 심플한 웨딩드레스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심플하고 모던한 웨딩드레스의 강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흐름은 2005년까지 이어져 이때부터는 웨딩의 상징인 로맨티시즘과 미니멀리즘이 공존하기에 이른다. 특히 계절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디자인과 패턴, 꽃과 같은 자연 모티프를 더해 포인트를 준 드레스들이 대거 등장하고, 광택이 흐르는 실크 타프타 같은 소재로 만든 미니멀한 드레스도 트렌드의 한 축을 이뤘다. 이렇듯 2000년도 초반의 드레스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드레스의 미니멀리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루엣은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우며, 화려한 장식은 최대한 절제하고 부분적으로 비즈나 레이스, 보석, 리본 디테일 등을 달아 포인트를 준 드레스가 주를 이루었다.
1993~1999
국내파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선전하던 1990년대에는 유달리 곡선을 여성스럽게 풀어낸 웨딩드레스가 많았다. 특히 모티프 장식과 볼륨감을 더한 프린세스 라인이 대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많은 신부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꼽히는 톱 웨딩드레스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아름다운 쇄골과 가슴, 어깨선을 오프숄더나 퍼프, 레이스로 가려 정숙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강조했던 것. 1990년대 초반의 현란하고 다소 과장된 셰이프가 도드라진 웨딩드레스가 중반으로 넘어갈 즈음에는 우아하고 단아한 분위기로 변화했다. 실크 소재로 완성된 심플한 롱 원피스 느낌의 웨딩드레스를 비롯해 전체적인 디자인들은 간결함이 극에 달했다. 레이스 톱과 원피스 라인의 드레스를 레이어드해 고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트레인이나 베일을 길게 늘어뜨리는 대신 어깨선에 망토를 달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당시에도 스타들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웨딩드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5년 야외에서 하우스 웨딩으로 결혼한 김한길・최명길. 이날 최명길은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과 곡선의 네크라인으로 화려한 장식을 주기보다는 튤과 실크의 매치를 통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뽐냈다. 1995년 11월 26일 웨딩마치를 울린 유호정의 웨딩드레스는 1990년대 초반의 디테일보다 더욱 화려하다. 특히 스커트 자락을 겹겹이 잡아 볼륨을 준 벨 라인에 네크라인과 톱의 화려한 아플리케 장식은 체구가 작은 그녀에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1997년 이후 웨딩드레스를 살펴보면 기존의 틀을 깨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공주를 연상케 했던 웨딩드레스는 좀 더 과감하게 변신했고 코드 레이스나 레이온 등 감각적인 소재, 플라워나 나비 모티프뿐만 아니라 이색 장식으로 유니크한 웨딩드레스를 선보였다. 복고적이면서도 고혹적인 실루엣을 살린 스타일, 그렇게 2000년대가 오기 전, 웨딩드레스 시장이 부흥기로 접어들면서 비로소 더욱 완성도 있는 웨딩드레스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스타들의 웨딩드레스로 본 트렌드 변천사
<마이웨딩> 20년 그 발자취를 돌아보다
1993년 8월 창간한 <마이웨딩>이 신랑 신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올 한 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통 결혼 전문지로 매달 결혼과 관련된 당대의 핫이슈들을 소개해온 <마이웨딩>의 지난 기록들을 통해 지난 20년간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볼 예정. ‘스타들의 웨딩드레스로 본 드레스 변천사’를 시작으로 2월호는 <마이웨딩> 표지 변천사, 3월호는 결혼식 변천사 등 매달 결혼 요소 가운데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 <마이웨딩>의 칼럼들을 통해 지나온 역사를 짚어보려 한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3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