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정원이 딸린 스튜디오는 자연 그 자체로 사진의 멋진 배경이 된다.
3층집 형태의 실내 스튜디오는 공간마다 테마를 달리해 꾸몄다.그의 새 스튜디오 주소를 들고 찾아간 곳은 역삼동의 조용한 주택가. 빼꼼 열린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니 넓은 정원이 딸린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때마침 가장 예쁜 계절을 맞은 잔디와 꽃이 기분 좋은 공기를 뿜어내고, 정원 한쪽엔 물고기들이 노니는 아담한 연못까지 더해져 그대로 평화로운 그림이다. 이 예쁜 풍경에 둘러싸인 3층집 안이 막 새 단장을 마친 오중석 스튜디오 for wedding이다. 이 집에 살던 가족 누군가의 아담한 방과 거실이었을 공간들은 이제 웨딩 사진의 배경이 될 세트로 바뀌었다.
“이 곳을 처음 보고 난 다음 아주 마음에 들어서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다음 날 바로 계약했죠. 잔디를 밝으며 걸어 들어오는 순간부터 기분이 참 좋았거든요. 이런 곳이라면 웨딩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겠어요? 모든 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잖아요. 진짜 계단, 진짜 햇빛이요. 보이는 그대로 추억으로 담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 24시간을 쪼개가며 패션 화보, 광고 사진, 방송까지 종횡 무진 넘나들고 있는 그가 웨딩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전 한 번도 제 입으로 패션 사진가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저한테 사진은 다 같은 사진이에요. 전성기일 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사실 그간 삼성, LG, 금호 같은 대기업 자제들의 웨딩 사진을 찍었고, 그러던 중 뜻이 맞는 파트너들을 만나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던 거죠.” 파트너 중 한 사람이 웨딩지 기자 출신인 신수미 이사다. 그녀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신부 입장에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다. 사실 가장 궁금한건 오중석 실장이 만들어낼 웨딩 사진의 구체적인 이미지다.
(왼쪽) 오중석 실장이 절친 이혜영의 하와이 결혼식에서 촬영한 웨딩 사진 한 컷. 신부의 행복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오른쪽) 오중석 스튜디오 for wedding의 웨딩 사진은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찍히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대로를 담백하게 담아낸다.
“기존 웨딩 사진의 관행을 깨고 싶어요. 제 식대로요. 똑같은 배경과 똑같은 포즈에, 찍히는 신랑 신부만 달라지는 사진은 싫거든요. 대신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정말 좋은 웨딩 사진이요.” 사실 ‘좋은’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다. 어떤 걸 의미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휴대전화 속에 저장된 개그맨 정준하의 웨딩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웨딩 사진을 꼭 찍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일정을 다 미루고 일본에 가서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보여준 결정적 한 컷. 그 안엔 만면에 미소를 띤 정준하가 카메라를 들고 신부와 신부 친구를 찍어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바로 이런 거예요. 이 사진은 사실 웨딩 촬영이 다 끝나고 우연히 찍은 컷이에요. 친구와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신부 말에 준하 형이 카메라를 잡은 모습을 보고 그 곁에서 저도 셔터를 누른 거죠. 이 사진을 보면서 형이 가장 행복해할 거 같아요. 신부가 가장 예쁜 순간, 준하 형이 신부를 가장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순간이 담겼잖아요.”
작년에 절친 이혜영의 결혼식이 열린 하와이로 한걸음에 달려가 찍어준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무려 100 페이지의 앨범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30페이지는 멋지게 찍힌 큰 사진으로 할애하고 나머지 70페이지는 하와이에서의 추억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해주었다. 앨범 커버에는 오중석 실장이 꾹꾹 눌러 쓴 손 글씨도 남겨서 말이다. “가족들과 밥을 먹거나 드레스를 가봉하는 것같이 지나가는 순간순간의 모든 일들을 사진으로 남겼어요. 한 편의 비디오처럼요. 앨범을 받은 이혜영 씨가 감동했다며 울었어요. 사진가로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어요?” 그가 말한 좋은 웨딩 사진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찍히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사진가의 진심을 담는 것. 그런 사진이라면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분명 행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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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오중석
좋은 웨딩 사진을 찍을 겁니다
오중석. 지금 가장 전성기를 맞은 이 잘나가는 포토그래퍼가 웨딩 스튜디오를 연다는 소식이 들렸다. 본인의 이름을 건 ‘오중석 스튜디오 for wedding’에서 그는 좋은 웨딩 사진을 찍고 싶고, 그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물었다. 좋은 웨딩 사진이 뭔가요?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2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