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문화권의 결혼 풍경만큼이나 다른 결혼식 음식. 문화적 전통과 행복에의 기원이 녹아든 결혼식 음식의 의미를 중국, 태국, 프랑스, 일본 네 곳의 현지 셰프가 직접 차려준 요리를 통해 살펴본다.
정통 거위 간 요리, 테린 사선으로 뿌린 소스를 중심으로 놓인 푸아그라 테린과 절인 양파, 구운 빵 세팅이 예술적이다.
해산물 샐러드 로브스터, 참새우, 살짝 익힌 참치와 감귤 소스 조합이 새롭다.
푸아그라를 곁들인 와인 소스 비프 프라이팬에 구운 고기와 푸아그라. 데친 청경채 안에 흑미를 담아 건강식으로도 좋을 듯. 브라운과 그린 컬러의 조합이 감각적이다.
|
귀한 푸아그라는 필수, 프랑스France 동거 문화가 자연스러운 프랑스에서 결혼은 무엇보다 특별한 일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결혼식을 할 때, 길게는 이틀에 걸쳐서 하기도 한다는 프랑스. 본식과 칵테일 리셉션 스타일의 파티로 나뉘는데 두 개의 식에는 초대하는 하객과 대접하는 음식까지 다르다.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메인 셰프 제라르 모지니악은 “칵테일 리셉션에 초대된 분들에게는 간단한 음식을 대접해요. 카나페 같은 핑거 푸드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이죠. 본식 개념인 결혼식에는 친지나 가까운 지인을 초대하는데, 이때는 8가지 이상의 코스 요리를 대접”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진미라 칭송되는 푸아그라 요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요리로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는다. 제라르 모지니악 셰프는 푸아그라를 활용한 두 가지 요리를 선보였다. 푸아그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정통 거위 간 요리, 테린’과 푸아그라를 스테이크와 결합시킨 퓨전 요리인 ‘푸아그라를 곁들인 와인 소스 비프’가 바로 그것. 소중한 하객에게 대접하는 요리인 만큼 멋스럽게 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여기에 로브스터와 참새우, 살짝 익힌 참치에 감귤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까지 준비했다. 순수한 흰색은 결혼의 상징적인 색깔이기에 화이트 컬러 아몬드와 하얀 생크림이 들어 있는 슈를 쌓아 올린 피라미드 타입의 케이크를 디저트로 준비하며 결혼식을 마무리한다. 모두가 즐기는 축배의 시간인 결혼식이라는 의미까지 되새길 수 있는 요리다. (왼쪽) 제라르 모지니악 촬영 협조 더 비스트로(02-531-6604) |
| |
|
솜 땀 가이양 파파야와 구운 닭이 어우러진 요리. 태국인들은 파파야가 덜 익었을 때는 야채 샐러드처럼 즐기곤 한다.
가이 팟 메드매멍 부드러운 간장 소스에 볶은 닭고기 캐슈넛 볶음. 재료를 하트나 봉황, 나비 모양으로 자른 게 재미있다.
플라 토드 쌈 롯 매콤, 달콤, 새콤한 세 가지 맛의 소스를 얹은 생선 요리.
찹쌀밥과 망고&코코넛 밀크 디저트로 즐기는 찹쌀밥은 망고를 곁들이거나 코코넛 밀크를 부어서 달콤하게 먹는다.
|
차진 찹쌀밥에 기원을 담은 태국Thailand 향신료를 사용해 독특한 향이 있는 게 특징인 태국 요리는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아 인기가 높다. 신선한 재료와 허브를 적극 활용해 미각과 후각을 모두 자극하는 게 특징. 또 중국과 인도 등 인근 나라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 많다. 이태원에 위치한 왕타이의 메인 셰프 댕남완은 이런 태국 음식 중에서도 결혼식 음식에 대해 “특별히 정해진 건 없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요리를 뷔페식으로 한 상 가득 차린 후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태국 대표 음식인 돔양꿍은 결혼식에서는 먹지 않습니다. 특유의 강한 향 때문이죠. 대신 생선 요리나 대표적인 파파야 샐러드, 치킨 캐슈넛 요리 등 평소 즐겨 먹는 음식으로 푸짐하게 차립니다.” 그가 태국의 대표 결혼식 요리로 선보인 것은 생선을 튀겨 세 가지 맛의 소스를 넣은 ‘플라 토드 쌈 롯’, 구운 닭과 파파야가 어우러진 샐러드인 ‘솜 땀 가이양’, 치킨 캐슈넛 요리인 ‘가이 팟 메드매멍’이다. 달콤, 새콤, 매콤한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으며 야채나 과일을 사용할 때도 그냥 넣지 않고 하트, 꽃, 동물 모양을 만들어 요리를 화려하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메인 메뉴를 먹고 난 다음에는 디저트로 ‘카오네오’라는 찹쌀밥이 나오는데 보통 망고나 코코넛 밀크를 첨가해서 먹는다. 코코넛 밀크의 달콤함은 ‘두 사람의 사랑’을, 찹쌀밥의 차진 기운은 잘 붙어서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리만큼이나 의미도 다채로워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왼쪽) 댕남완 촬영 협조 왕타이(02-749-2746) |
| |
|
워냥찌 원앙의 의미를 담아 닭고기를 활용한 요리로 달콤하고 고소한 두 가지 맛이 어우러지는 요리다.
주런비허 진주 같은 완두콩과 두 개의 알이 꼭 붙어 있는 호두가 주재료다. 하트 모양의 데커레이션이 인상적.
초콜릿&사탕 두 사람의 달콤한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로 하객들에게 사탕이나 초콜릿을 나눠 준다.
|
숫자 8에 담긴 큰 의미, 중국China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인 중국 요리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화려한 외양이 특징이다. 롯데호텔서울의 중식당 도림의 메인 셰프 피터 야오는 “결혼식은 흥겨운 잔치와 같은 날이기에 다양한 요리를 한 상 가득 차려 두루 즐긴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 그가 선보인 것은 새우를 기반으로 한 요리인 ‘주런비허’와 닭고기 튀김 ‘워냥찌’다. 주런비허의 포인트는 바로 진주와 호두. 진주를 형상화하기 위해 비슷한 외양의 작은 알인 완두콩을 사용했고, 두 개가 붙어 있는 모양인 호두를 더했다. 워냥찌는 사이좋은 한 쌍의 원앙새를 형상화하기 위해 닭을 활용한 요리다. 가운데에는 단맛 소스를 활용하고 양쪽으로는 튀겨서 고소한 맛의 닭 요리를 놓아 두 가지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두 요리 모두 결국 신랑 신부의 온전한 화합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중국인은 ‘빛난다’ ‘돈을 벌어들인다’ 등의 의미가 있는 숫자 8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보통 8가지 음식을 즐기죠. 코스 안에 육해공이 고루 들어 있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결혼식이 끝날 즈음에는 신랑 신부가 하객들이 퇴장하는 문에 서서 쟁반 위에 담배와 사탕을 올려놓고 나눠 준다. 담배 연기처럼 행복이 널리 퍼지고, 사탕처럼 기쁘고 달콤한 행복을 기원해달라는 의미라고. 붉은색 봉투인 홍빠오에 축의금을 담아 행복을 기원하는 것 역시 중국 결혼식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왼쪽) 피터 야오 촬영 협조 롯데호텔서울 중식당 도림(02-317-7101) |
| |
|
새우구이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잘 살라는 의미와 부정한 기운을 되돌려 보낸다는 붉은색이 있어 여러모로 특별하다.
모둠 회 백과 홍을 아우르는 회는 축하하는 자리에서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
하마구리 같은 종류라도 같은 쪽의 조개껍데기가 아니면 맞지 않아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조개 요리가 천생연분 기운을 전한다.
|
흰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일본Japan 일본의 결혼식 요리는 식자재, 색, 소품 등 세세한 것에까지 고루 의미가 담겨 있다. 모든 요소 하나 하나에 의미가 남다른 일본의 결혼식. 63빌딩에 위치한 일식당 ‘슈치쿠’의 이츠히 후토시 셰프는 “청첩장을 보낸 후 참석 인원을 정확히 파악한 뒤, 참석자들 중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있는 재료가 있다거나 싫어하는 음식, 종교상 먹지 못하는 음식을 체크해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요리부터 좌석까지 섬세하게 준비한다. 소중한 날,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해준 모든 이들을 위해 정성이 가득 담긴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결혼식 음식에는 깨끗하고 순수한 의미를 지닌 ‘흰색’과 부정한 기운을 돌려보낸다는 의미가 있는 ‘붉은색’이 들어간 두 가지 색깔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츠히 후토시 셰프는 ‘수염이 나고 허리가 굽을 때까지 살라’는 장수의 의미를 담은 새우구이와 ‘경사스럽다’ ‘축하한다’ ‘반갑다’라는 의미가 있어 결혼식과 같은 축하하는 자리에 종종 오르는 도미 요리를 선보였다. 특히 하마구리(조개) 요리를 선보일 때는 그 요리가 지닌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원래 두 쪽으로 이루어진 조개는 그 두 쪽 이외에 다른 조개껍데기와는 절대 맞지 않습니다. 즉 그 둘밖에 없다는 천생연분이라는 의미죠”. 결혼식이 끝나면 돌아가는 하객에게 팥밥을 만들어 선물하며 마지막까지도 하객을 위해 배려한다. 일본의 결혼 문화는 예비부부로 하여금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왼쪽) 이츠히 후토시 촬영 협조 슈치쿠(02-789-5751)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