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결혼식을 3개월 앞둔 6월 어느 날, 김원효는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프러포즈에 성공했다. 날씨 좋은 6월의 주말이었으니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을 터. 두 주인공이 도착하기 전까지 박성호 등 동료 개그맨들이 수백 명의 사람을 모았다. 그사이 김원효는 평소처럼 행동하며 자연스럽게 아내 심진화를 한강으로 데리고 왔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 김원효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아내를 위한 프러포즈를 시작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나오는 스케치북 프러포즈를 따라 하는가 하면 아내를 위한 사랑 노래를 들려주고 마지막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어줬다.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고.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잠실에 있는 한 미술관에서 프러포즈 2부가 이어졌다. 촛불이 켜져 있고 아내와 두 사람의 지난 사진으로 채워진 그곳은 온전히 둘만의 공간이 됐다. “아내한테 자꾸 이벤트를 해주니까 특히 주변 여자 동료들이 좋게 봐주더라고요. 반면 남자 동료들은 욕을 많이 해요. ‘니가 거기서 하면 우리는 에버랜드에서 해야 되냐? 롯데월드를 빌려야 되냐?’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었어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 그의 이벤트가 빛을 발하는 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고 싶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고 싶은 개그맨 기질은 결혼식에서도 드러났다. 기네스북에 오른 스크린을 보유한 영등포의 한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아내가 “와, 멋지다. 이런 데서 결혼하면 진짜 좋겠다.” 라고 한 말을 잊지 않았던 김원효는 기어이 영화관 결혼식을 성사시켰다. 일찍이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직접 영화관에 전화해서 “개그맨 김원효입니다.” 라는 소개에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는 직원들도 그의 진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초로 영화관을 결혼식장으로 만든 것. 청첩장도 영화 팸플릿처럼 만들어 영화 문구와 같은 두 사람의 스토리와 주조연의 이름을 넣는가 하면 하객들을 위한 식권도 영화 티켓처럼 만들고 자신들의 얼굴이 담긴 답례품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이렇게 하는 건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준비하는 본인이 즐거워서다. 결혼 후에도 꾸준히 SNS를 통해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확인할 수 있다. 만난 지 1주년이 되던 날 축하 문구가 새겨진 커다란 화환을 아내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얼마 전 로즈 데이 때는 잊지 않고 장미꽃을 선물할 줄 아는 남자 김원효. 가끔은 지칠 때도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내 여자니까요. 내 여자가 나 아니면 누구에게 이런 사랑을 받겠어요. 살아가면서 이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똑같은 걸 해줘도 나중에 지나고 나면 그때의 감동만큼 오지 않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장 해주고 싶은 이벤트로 아내를 웃게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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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때문에 고민이라고? 김원효에게 SOS를!![]() Q1 김원효 씨 존경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이벤트를 챙겨주고, 어쩜 그렇게 꼼꼼할 수 있어요? 요즘 CF도 찍으시고 <개그콘서트>에 예능 프로그램에 엄청 바쁠 텐데 말이죠. 저도 아내가 생긴다면 그렇게 챙겨주고 싶은데, 사실 엄두가 안 나요. 실은 지금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김원효 씨처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동을 주고 싶거든요. 근데 제가 엄청난 소심남이에요.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실수부터 할 거예요. 전, 안 될 거예요. 아마…. 안~돼에~ 벌써 포기하면. 다 방법이 있다고. 뭐 난 똑똑해서 기념일 다 기억하는 줄 알아? 요즘 스마트폰 있잖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잘 나왔는데. 사귄 지 며칠 째 그런 건 옛날 얘기지. 요즘에는 입력만 해놓으면 다 알아서 계산해준다고. 요즘 내 주요 스케줄 중 하나가 일정 체크야. 상견례한 지 며칠째인지, 첫 키스하고 며칠이 지났는지 이런 거 입력해놓는 순간부터 그냥 다 알 수 있다고. 저절로 계산해주니까 말이야. 아내도 모르는 걸 내가 다 알고 있는 게 바로 이 애플리케이션 때문이야. 그리고 ‘실수’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실수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야. 나도 프러포즈할 때 너무 떨려서 목걸이 걸어주는데 5분이나 걸렸어. 수백 명이 지켜보는데 얼마나 아찔했겠냐고. 그래도 상대는 그 모습을 귀엽게 봐주고, 순수한 모습이 새로워 보이고 뭐 그런 거더라고. 힘내, 친구! Q2 결혼을 앞두고 프러포즈 때문에 고민입니다. 제 여자 친구는 눈치가 너무 빠르거든요. 무엇을 해도 금세 알아차리고 시시해하는 타입인데, 웬만한 이벤트는 시도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형님~~ 뭐라고? 눈치 빠른 여자 친구? 내가 그 마음 다 알아. 우리 아내도 눈치가 엄청 빠르거든. 근데 그거 알아? 오히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진짜 별것도 아닌 거에 속고 말거든. 더 특별한 거 하려다가 들킨다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평소 하던 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예를 하나 들어볼까? 아내가 매일 밤 12시에 라디오 스케줄이 있어서 그 시간에 차로 아내를 방송국에 데려다주고 방송하는 한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데리고 집에 오곤 해. 그러던 중에 100일이었나 200일이었나. 아무튼 그날도 역시 평소처럼 라디오 스케줄 때문에 방송국에 태워다줬지. 아내가 열심히 방송하는 동안 동대문으로 바로 달려갔다는 거 아니겠니. 다들 알겠지만 내가 ‘꽃미남 수사대’ 할 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레깅스를 쓸어 모으려고 동대문에 많이 다녔던 짬밥이 좀 있거든. 급히 옷이랑 이것저것 골라서 방송 마치기 전에 태연하게 도착해 차에서 자다 일어난 척했어. “잠 좀 잤어?” “으응~” 이렇게 평소처럼 집으로 가는 길이었지. 정말 뜬금없는 순간 있잖아. 이를테면 신호가 걸렸을 때. 그럴 때 아무렇지 않게 주는 게 포인트야. “저 뒤에 저거 뭐야?”하며 느닷없이 말을 꺼내는 식이지. “나…, 줄 게 있는데” 하면서 쭈뼛거리면 김새는 거야. 그럼 또 아내는 장단을 잘 맞춰주거든. 그 재미가 꽤 쏠쏠하다고. Q3 이벤트 달인님께 여쭙습니다. 여자 친구를 감동시키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너무 없어요. 이벤트라는 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요. 뭐 좋은 방법 없을까요? 무슨 소리~! 난 뭐 영적 능력이 있어서 이벤트 하냐? 누구나 다 하면 되는 거지. 근데 이왕이면 생각지 못한 것, 반전이 있는 게 재미있더라고. 보통 결혼식 때 동영상으로 축전을 많이 따잖아. 내 결혼식 때도 동료 개그맨들이며 잘 알려진 지인들의 멘트를 많이 담았지. 근데 사실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어. 아예 모르는 사람들 목소리를 담는 거야. 극장의 큰 스크린에 사람들 축하 메시지가 나오는데 막 노량진 수산시장 아줌마가 “네, 김원효・심진화 씨 결혼 정말 축하드리고요~” 나 지나가던 스님이 갑자기 뒤 돌아서 말씀하시고. 이런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 난 시간이 없어서 못했는데 한번 해봐. 집에서 TV를 트는데 그런 영상이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면 몰래 카메라 상황을 연출해보는 건 어떨까? 여자 친구 집 앞이라든지 회사 책상에 몰래 연애편지를 놓고 가는 거야. ‘저,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데 00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는 쪽지를 놔두는 거지. 아마 여자 친구는 속으로 ‘누구지? 뭐야?’ 별생각이 다 들 거야. 그리고 몰래 그 자리에 나와 볼지도 모르지. 근데 그 순간 내가 ‘쨔잔~’ 하고 나타나는 거야. 아, 근데 이건 괜히 하다가 싸움 날 수도 있겠다. 뭐, 인생은 복불복이니까. 이벤트남이 되고 싶다면? 이것만은 기억할 것! ![]() Point 1 진심 어린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보통 이벤트를 떠올리면 차 트렁크 열었을 때 풍선이 나와서 날아가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다. 김원효 역시도 풍선 이벤트를 해봤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감동의 차이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풍선 개수를 확 늘리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풍선을 띄우는 게 아니라 풍선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달아놓는 것이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약간의 노력을 더하는 게 남들과 달라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팁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단계에서 끝내면 안 된다는 것. “풍선이 날아가고 난 뒤에 ‘이게 다야?’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잖아요. 그 틈을 공략해야 해요. 인형이든 옷이든 무엇이든 그다음 것을 준비하는 거죠. 하여튼 상대가 생각지 못할 부분까지 조금만 더 신경을 써보세요. 결과는 아예 달라지니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진심을 전하는 일이다. 얼마나 근사한 곳에서 분위기를 내는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 똑같은 이벤트를 하더라도 핵심적인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 결국엔 이벤트하는 것도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니까. “레스토랑 웨이터에게 편지를 부탁할 수도 있고, 무대가 있으면 깜짝 등장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노래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겠죠.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는 아예 안 하는 게 낫습니다.” Point 2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여자를 사로잡는다 내 여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줄 아는 남자 김원효. 가끔은 여자보다 더 여자의 마음을 아는 듯하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고 하듯 이벤트할 때도 ‘내가 받고 싶은 이벤트가 뭘까’를 먼저 생각해본다고. “늘 내가 이런 이벤트를 받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요. 그러면 쉽거든요. 다들 명품 받으면 좋잖아요. 누구나 좋아하는 건 제 여자도 좋아하는 거죠. 결혼 전 프러포즈할 때 사랑하는 마음보다 꼭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기 쉬워요.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여자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늘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게 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던 영화관 결혼식 역시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성사시키게 된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진짜로 실천해보세요. ‘에이, 안 될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지 실제로 해보면 스스로 얼마나 기발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거예요. 상상만 하지 말고 몸소 실천해보세요. 결국에는 다할 수 있거든요. ‘영화관에서 어떻게 해?’ 이런 생각부터 들지만 결국 하니 되더라고요.” Point 3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라 개그맨으로서 늘 아이디어를 짜는 게 일인 김원효는 ‘아이디어는 결국 기존 것의 재활용이다’라고 생각하는 주의다. 다만 다른 사람과 보는 시각, 생각하는 관점이 얼마나 다르냐가 관건이라는 것. “어릴 때 하던 보물찾기도 이벤트성으로 집에서 할 수 있어요. 집에 들어가는 순간 ‘무엇을 숨겨뒀으니 지금부터 찾아보자’라고 해버리면 상대는 ‘뭐가 있을까?’ 착각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들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은 다 의미가 있죠. ‘이게 숨겨놨다는 보물인가?’ 하고요.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특별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죠. 남들과 똑같이 살면 재미없잖아요. 이벤트도 남들 다하는 것 하면 결국 비교되는 건 가격뿐이겠죠. 비싼 것 받는 사람이 더 큰 감동인 셈이니까요.” 돈보다는 진심, 남들이 하지 않는 것만 추구해도 충분히 상대에게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다. 일례로 김원효는 지난해 빼빼로 데이에 커다란 빼빼로 바구니 대신 11가지 선물을 했다. 2011년 11월 11일, 11이라는 숫자에 맞춰 머리핀부터 귀고리, 스카프, 티셔츠, 양말 등 소품 11가지를 모은 것.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진심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