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 대체 뭐길래
2012년 상반기 웨딩 시장의 화두는 ‘윤달’이다. 윤달은 태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과 양력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3년에 한 번, 혹은 5년에 두 번꼴로 한 달이 더 생기는 것. 예로부터 윤달은 ‘썩은 달’이라고 해 결혼처럼 경사스러운 일은 피하고, 이장이나 집수리처럼 평소 하기 힘든 일들을 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올해 음력으로 3월과 4월 사이, 양력으로는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가 윤달이 되면서 이 기간에 결혼식을 해야 할지, 피해야 할지 고민하는 예비부부들이 많을 터. <마이웨딩>이 듀오웨드와 함께 지난 12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 179명을 대상으로 ‘윤달과 결혼 시기’를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윤달을 피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
‘윤달이 결혼 일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전체 179명 중 90명인 50.3%, 아니라는 응답자가 89명인 49.7%로 나타나 거의 엇비슷했다. 예상외의 결과. 과거의 속설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결혼 날짜를 선택하려는 커플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 20~28세까지는 ‘아니오’라는 대답이 70% 이상으로 월등한 반면, 29세~31세부터 역전되어 ‘예’’라고 말한 응답자가 73.8%에 이르고, 32세를 넘어가면 90% 이상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나이가 어릴 수록 윤달이 가지는 속설에 신경을 덜 쓰는 것.
한편 웨딩 시장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은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아직까진 윤달이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엘타워 신유미 지배인은 “4~5월 예식이 예년보다 적고, 윤달을 피해 1~3월과 6월 이후의 예약이 많다”라고 말했다. 특급 호텔도 마찬가지다. 플라자호텔 웨딩마케팅팀 노주희 대리도 “예년이면 주말 예식이 꽉 차야 하는 4, 5월 예약이 줄고 윤달 앞뒤인 3월과 6월 예식이 호황”이라는 것.
허니문 업계 상황도 비슷한 편이다. 해외 리조트 마케팅 회사인 ASK Marketing의 이승연 실장은 “예년엔 비수기였던 2월부터 윤달 직전인 4월 20일경까지 예약이 많은 반면, 윤달 이후의 예약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이렇듯 설문 조사 결과와 시장 상황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응답자 중 일부가 결혼 시기만 대략적으로 잡고, 아직 실제적인 결혼 준비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젊은 커플들은 윤달을 굳이 고려해야 하나 싶지만, 양가 어른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 지난 12월 17일 결혼식을 올린 윤진현 씨는 “원래 봄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양가 부모님들이 윤달을 피해 결혼을 앞당기라고 하셔서 12월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엘타워 홍보 담당 김수진 과장도 “부모님들이 예약 문의를 하면 대부분 윤달 기간을 피해 예식 날짜를 문의한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의 역할이 큰 우리나라 예식 문화의 특성상 어른들의 말을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윤달을 피하려면 준비를 좀 더 서둘러라
윤달을 고려해 결혼 일자를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윤달의 부정적인 속설 때문이라는 응답이 58.4%, 양가 어른들의 의견 때문이라는 응답이 41.6%를 차지했다. 윤달에 영향을 받아 결혼 일자를 정했다면 시기는 언제냐는 질문에는 7월 이후 61.8%, 6월 13.5%, 1월 11.2%, 2월 5.6%, 3월 5.6%, 4월(윤달을 제외한 4월 1~20일) 1.1%, 5월(윤달을 제외한 5월 21~31일) 1.1%의 순이었다. 윤달 이전인 1~3월로 결혼 일자를 잡은 커플이 22.4%, 비수기라 불리던 6~7월 이후에 결혼하는 커플이 75.3%를 차지하는 것. 이런 상황에 맞춰 관련 업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침구 브랜드인 박홍근홈패션은 윤달 전 결혼하는 커플의 경우 1~2월에 혼수 침구 및 예단 구매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이때 관련 제품을 대량으로 내놓을 예정. 윤달 이후 결혼하는 여름 신부들을 위해서는 여름 침구류를 혼수・예단용으로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윤달과 겹치지 않게 결혼 일자를 정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으로는 역시 비슷한 시기에 결혼이 몰리는 이유로 식장, 허니문 예약의 어려움(67.7%)이 가장 컸다. 원래 계획을 시급히 변경하거나 조절하면서 준비가 촉박했다는 의견(30.3%)도 적지 않았다. 듀오웨드 이기숙 수석 팀장은 “많은 커플들이 윤달을 피해 하반기로 결혼을 미루면서 기존 비수기였던 여름철과 전통적인 하반기 결혼 성수기인 9, 10월에 결혼이 몰리고 있다. 이를 감안해 남보다 한발 빨리 조기 예약하는 부지런함을 발휘해야 할 듯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6개월 전부터 예식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이보다 두세 달 여유를 두고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현명하다.윤달이 대수롭지 않다면 호기로 이용하라
윤달에 영향을 받지 않고 결혼 일자를 선택한 89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단지 속설에 불과해 무시했다는 응답이 61.1%,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오히려 호기라도 생각했다는 응답이 38.9%를 차지했다. 듀오웨드 이기숙 수석 팀장은 “예년에는 비수기인 여름철에 프로모션이 집중됐던 반면, 올해는 윤달 기간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웨딩 업체가 많다. 이 기간을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결혼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윤달 예식을 문의하는 커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달 마케팅은 웨딩홀이 가장 적극적이다.
63 컨벤션센터는 4월 21일부터 5월 20일 사이에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다. 식사 5%, 음료 10% 할인 또는 기존보다 할인된 웨딩 특별 메뉴(그랜드 볼룸 5만5000원, 주니퍼 5만원) 중 선택 가능하다. 연주 무료는 공통 사항. 플라자호텔 웨딩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결혼하는 커플 중 300명 이상 동시 예식 예약자에게 테이블당 와인 1병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400명 기준 웨딩 시 40병의 와인을 받는 것으로 약 200만원 상당의 혜택이다. 결혼 준비 항목 중 가장 먼저 선택하는 식장부터 윤달 마케팅에 돌입했지만, 혼수와 허니문 관련 업체들도 프로모션을 계획 중인 상황이다. 윤달을 피하든, 호기로 생각하든 선택은 자유. 그 선택에 맞춰 슬기롭고, 현명하게 결혼 준비를 할 일만 남았다.
* 조사 대상 내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 179명 조사 기간 2011년 12월 2일~2011년 12월 14일 조사 방법 듀오웨드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설문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