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요리를 둘러싼 은밀한 신경전

신혼 요리 전쟁, 요리조리 해결하는 법

신혼의 하루는 요리를 하고, 함께 밥을 먹는 일로 시작된다. 그만큼 ‘요리’는 결혼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이고, ‘부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로의 주도권을 주장하는 자존심 싸움이 되기도 한다. 요리에 흥미가 없는 신부, 부부의 서로 다른 입맛 등 요리 때문에 벌어지는 고민에 대한 전문가의 명쾌한 해법.

요리 잘하는 예비 신랑 때문에 자격지심이 들어요
별 고민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 결혼을 앞둔 저의 고민 중 하나가 예비 신랑이 미식가에다 요리를 너무 잘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요리에 관심도 없고, 밖에서 사 먹을 때도 맛집을 찾아가기보다는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는 편이에요.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식당에 가면 예비 신랑이 음식에 무슨 양념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갔는지를 콕 집어내기에 놀라곤 했어요. 그때마다 혹시 음식 가지고 까다롭게 구는 남자라면 나중에 결혼했을 때 내가 피곤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죠. 그런데 3년을 만나보니 전혀 그런 성격은 아니었어요. 예비 신랑은 요리도 하다 보면 늘게 마련이고 밥은 시간 나는 사람이 하는 거지 여자 몫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막상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걱정이 되네요. 같이 살면서 저녁상을 차릴 때마다 미식가인 남편 입맛에 어떨까 시험 보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말이에요. 저처럼 요리 자체에 흥미가 없고, 요리 감각도 없는 여자도 결혼하면 요리 솜씨가 늘까요?

ADVICE 1 “익히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부터 시작하기”
맛있는 요리는 간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의 세기를 조절하거나 불에 넣고 빼는 타이밍, 즉 불을 쓰는 요령부터 익히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에는 마트나 백화점에 양념이 되어 있어 익히기만 하면 되는 음식, 삶아서 섞기만 하면 되는 음식 등이 다양하니 이런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어느 정도 익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익히고 나면 그때부터 서서히 간을 맞추는 요리로 넘어가는 거지요. 콩나물국처럼 재료 하나만 넣고 끓이다가 소금으로만 간해도 되는 음식, 고등어구이나 두부부침처럼 잘 익히면 되는 요리부터 도전해보세요. 이런 쉬운 음식부터 시작하고 간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에는 미식가인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하면서 점점 요리 실력을 쌓아가는 거지요. _푸드 스타일리스트 문인영
ADVICE 2 “요리 잘하는 남편의 도우미가 되어줄 것”
요리를 비롯해 모든 집안일은 한 사람의 몫이 되어선 안 되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요. 없던 요리 솜씨가 결혼하고 나서 금세 느는 것도 아니니 일단 요리 잘하는 남편의 도우미가 되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재료를 씻고 다듬는 준비 과정을 도와주거나 설거지를 맡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차츰 남편에게 만들기 쉬운 요리부터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워보는 것도 좋고요. 또 남편이 만든 요리에 항상 아주 맛있다거나 잘 먹었다는 식의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세요. 요리를 즐겨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 데서 보람을 느끼니까요. _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원장 이주은

사랑은 식성을 초월할 수 있을까

내년 봄 결혼을 약속한 예비 신부는 많은 부분에서 저와 상당히 잘 맞는 여자지만 딱 하나가 걸리네요. 바로 식성이요. 신부는 재일교포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19년간 살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요리만 만들 줄 알고, 일본 요리만 즐겨 먹습니다. 김치나 순두부찌개 같은 한국 음식들은 매워서 전혀 못 먹고요. 반면 전 일본 요리를 너무 싫어합니다. 아무리 비싼 일식당에 가서 먹어도 맛있지가 않아요. 언젠가 여자 친구가 만들어준 된장국도 너무 달짝지근해서 제 입맛엔 전혀 맞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서로 다른 식성이 결혼 후에 문제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ADVICE 1 “서서히 상대의 입맛에 동화되어가는 노력이 필요”
상대방에 맞춰 입맛을 바꾼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 중 맛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음식을 자주 먹어보면서 익숙해지는 노력을 하는 거죠. 일본 우동을 자주 먹는 남편과 북엇국을 자주 먹는 아내가 되면서 서서히 상대의 입맛에 동화되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두 사람 모두의 입맛에 두루 잘 맞는 퓨전 요리를 함께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_서울가정문제상담소 원장 김미영
ADVICE 2 “서로 조화롭게 잘 맞춰갈 수 있다는 태도가 우선”
단순히 식성 차이 때문이라기보다는 결혼 후 상황이 자신에게 맞춰 돌아가야 한다는 개인주의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고민인 것 같습니다. 서로 조화롭게 잘 맞춰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일본 요리를 너무 싫어합니다” “제 입맛엔 전혀 안 맞더라고요”라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과도 점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또 요리를 아내에게만 맡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는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는 현실적인 방법도 있고요. _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김숙기

시어머니의 부엌일 간섭
결혼하자마자 임신해 지금 임신 7개월째에 접어든 신부입니다. 맞벌이 부부이고 아기 낳으면 시어머니께서 봐주실 거라 시댁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신혼집을 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회사까지 2시간 정도 거리여서 매일 출퇴근하기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임신 중인 몸으로 퇴근 후 집에 와서 신랑 저녁상 차려주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고요. 시어머니는 제 걱정도 하시겠지만, 행여 아들이 밥 못 먹고 다니는 게 아닌가 걱정이신지 저희 집 열쇠를 가지고 집이 비었을 때 수시로 왔다 갔다 하십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찌개와 밥을 정말 많이 해놓고 가셨어요. 저녁에 조금 먹고 그대로 두고 잤는데, 다음 날 야근하고 돌아와보니 날이 더워서였는지 국에 곰팡이가 피었더라고요. 제가 집에 온 시간이 11시였는데 시어머니가 저에게 한 소리 하시려고 그 시간까지 기다리고 계셨어요. 못 먹겠으면 싸서 냉동 보관해놓지 왜 가만히 둬서 상하게 했느냐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전날 저녁이나 아침에 미리 끓여 두어야 했던 제 불찰도 있지만 너무 피곤해서 깜박 잊고 잤더니 그렇게 됐거든요. 시어머님이 음식도 해놓고, 반찬도 주고 가시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나중에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면 또 한 소리 하실까봐 이제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피곤해서 설거지라도 조금 미뤄두면 나중에 꼭 잔소리를 하시니까 스트레스를 받네요. 뻔히 제 사정을 아시면서 그냥 제가 알아서 하도록 두셨으면 좋겠는데,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시니까 의욕도 생기지 않고…. 행복해야 할 결혼 생활이 피곤하고 지칩니다.

ADVICE 1 “남편과 대화 후 부부의 뜻을 단호하게 전달”
시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알겠으나 관심과 배려가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행복해야 할 결혼 생활이 스트레스와 부담이 된다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남편과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편에게 고충을 털어놓고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 “걱정되시겠지만 이제부터 저희가 알아서 해나가겠습니다”라는 두 사람의 의견을 정확하게 시어머니께 전달하는 것 좋습니다. 처음에는 서운해하실지 몰라도 지금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나중에 서로의 감정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어머니께 뜻을 전달할 때는 내용은 단호하지만 표현은 부드럽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_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김숙기
ADVICE 2 “결혼 생활에서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기억하라”
두말할 필요 없이 지금의 상황을 남편과 상의해야 합니다. 언뜻 보면 고부 갈등처럼 보이나 이는 결혼 생활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 아내의 문제입니다. 식사 준비는 부부 두 사람의 몫이지 시어머니의 도가 넘는 간섭을 받을 일이 아닙니다. 만약 반찬 등의 음식 협조를 받더라도 시댁에 가서 가져오면 될 일이지 시어머니가 열쇠를 갖고 신혼집에 드나들게 한 것은 애초에 이를 허락한 부부의 불찰인 것이지요. 특히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 남편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화를 통해 남편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아내의 심정적인 어려움에 공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시어머니에게 부부의 의견을 잘 말씀드리고 신혼집 열쇠를 돌려받으세요. 무엇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서 모든 일에 부부가 중심이 되어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_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원장 이주은

요리를 전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내
결혼 1년 차의 신혼부부입니다. 전 어릴 적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어머니께서 음식을 만들고 계시면 옆에서 어떻게 하는 거냐며 어머니를 귀찮게 했죠. 반면 아내는 요리를 잘하지 못합니다. 본인 말로는 비염 때문에 간을 잘 보지 못한다는 핑계로 결혼 후에도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식사 때가 되면 외식하는 걸 좋아해요. 신혼 초에는 누가 하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제가 식사 준비를 거의 도맡아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회사 생활로 바쁘다 보니 매번 식사 준비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외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배우는 노력을 하면서 같이했으면 하는데, 아내는 여전히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내가 요리에 흥미를 보이고, 요리를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요?

ADVICE “부부의 취미처럼 함께 배우면서 흥미를 유도”
남편이 함께하면서 요리에 흥미를 느끼도록 도와주세요. 같이 요리 학원을 다니며 부부의 취미로 만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고,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요리책을 한 권 정복해본다는 계획으로 레서피를 따라 하며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 식사를 준비할 때 조금씩 분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남편이 파스타를 만들면 재료를 섞기만 하면 되는 샐러드는 부인이 만드는 식으로요. 그리고 본인이 만든 요리에 대한 칭찬이 요리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기도 해요. 월남쌈처럼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남들에게 뽐낼 수 있는 요리 몇 가지를 가르쳐주고, 친정 부모님 생신상이나(시부모님 생신상은 부담되니)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한 자리에 선보이게 하는 거죠. 분명 주변 사람들의 “아주 맛있다!”는 칭찬에 다른 요리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_푸드 스타일리스트 문인영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1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ist http://bit.ly/1Qh6Y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