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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3색 인터뷰]

결혼은 둘이 만드는 축제다

모두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축제의 서막,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고 인상적인 결혼식을 올리며 결혼 생활은 시작된다. 결혼은 둘이 만들고 즐기는 축제라고 말하는 세 커플을 만났다.

1,2 남편 우상욱이 기획자로 참여한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불꽃놀이와 퍼포먼스.


“축제는 1년 기획한다면 결혼은 평생에 걸쳐서 기획하는 큰 축제죠.”
우상욱・박소현 커플
우상욱과 박소현은 2006년 겨울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주최 및 주관하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처음 만났다. 박소현은 이미 2003년부터 하이서울페스티벌 일을 하고 있었고, 우상욱은 원래 대학로에서 공연기획과 다른 축제 등을 하다가 2006년 말 하이서울페스티벌에 합류했다. 마침내 둘은 2007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을 함께 만들어냈다. 매년 열리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은 1년에 걸쳐 기획하고 준비하지만, 결혼은 평생에 걸쳐 이뤄야 하는 큰 축제라는 것이 닮은 듯 다른 점이라고 둘은 입 모아 말한다. 그러고 보니 둘이 만난 곳도 축제, 둘이 처음 하게 된 일도 축제였던 셈. 그들이 공유하는 기억 역시 축제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2007년 노들섬에서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렸는데 행사장에 취객이 난입해서 스태프와 싸움까지 벌어졌어요. 그때 우리가 당황했던 건 지금도 생생할 정도죠. 경찰까지 와서 상황을 겨우 정리한 적이 있어요. 2009년 태평로 퍼레이드도 기억에 남아요. 퍼레이드가 막 시작되었는데 시위대가 난입해 경찰과 시민, 시위대가 한데 뒤섞인 상황이 된 거죠. 물론 저희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제 핸드폰은 서울지방경찰청, 남대문 경찰서 등 여러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불통될 지경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축제에서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불시에 발생할 때 긴급하게 대처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갔던 게 결혼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이후 박소현은 난버벌 공연 <점프> 등의 기획팀을 거쳐 ‘경기도 문화의 전당’ 공연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우상욱은 남아서 계속 하이서울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3 축제를 준비하며 이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배운다.
4 축제의 장에서 기획자로 만나 고민을 공유하며 사랑을 키운 이들에게 축제는 1년의 기획, 결혼은 평생의 기획이다.


“축제 기간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시의 상황이 발생할 때 이를 적시에 해결하는 것도 기획자 몫이죠. 이런 범주에서 보면 결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만나서 결혼을 약속한 순간부터 결혼 날짜와 장소를 잡고 신혼집은 어디에 어떻게 꾸밀지, 자녀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저축은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1년에 하나의 축제를 기획한다면 결혼은 평생에 걸쳐서 기획하는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가 또 다른 시각에서 축제와 결혼의 공통점을 짚어준다. “공연이 화이트칼라라면 축제는 블루칼라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축제를 준비하는 현장에서 만나 저희에겐 동지애 같은 것이 있어요. 축제에 오는 사람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데 저희는 그 준비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니까요. 저희의 진정한 휴식, 재충전은 남들이 소위 ‘일상’이라 부르는 소소한 것들이에요. 남들이 쉴 때,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저희는 노동을 하잖아요. 그런 공통점이나 힘든 점을 서로 이해하고 공유하는 게 참 좋아요. 연애할 때도 저녁에 술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죠.”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평생에 걸쳐 펼쳐질 열정적인 축제의 그림을 함께 그려가고 있었다.
축제 사진 협조 서울문화재단(02-3290-7000)


1,2 남편의 일본행 제안으로 여행 사진처럼 기억에 남을 웨딩사진을 도쿄에서 친구들과 촬영했다.

“축제도 결혼도 예측 불허, 하지만 둘이어서 더 즐겁습니다.”
이재준・양혜영 커플
라면을 먹더라도 주말에는 재미있게 여행을 떠나고 공연을 보는 삶을 살자고 약속한 부부가 있다. 둘이 만드는 축제 같은 결혼 생활을 꿈꾸던 이들은 결혼기념일(2008년 7월 7일)을 자축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양혜영・이재준 커플의 이야기다. 양혜영은 CJ E&M(구. CJ엔터테인먼트) 공연제작팀에서 공연기획을, 남편 이재준은 연출・뮤지컬 연출을 한다. 지금은 연극 <극적인 하룻밤>의 연출을 맡아 한창 준비 중이었다. 대학 동기 동갑내기인 이 커플은 남편이 제대 후 좀 더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학교를 옮기면서 서로에게서 잊혀졌다. 그런데 양혜영이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기획을 할 때, 이재준이 학생 신분으로 그 공연을 보러 왔다가 다시 만나게 된 것. 우연히 만나게 된 반가움이 ‘밥 한번 먹자’는 약속으로 이어졌고, 친구에서 연인이 된 지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의 웨딩 사진은 한 번 본 사람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신선하고 즐거운 무언가가 담겨 있다.

“결혼 전에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웨딩 앨범에 대한 환상은 없었어요. 대신 오래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입고 있는 옷은 비록 남루할지라도 표정과 배경에서 느껴지는 생기와 에너지가 참 좋아 ‘나는 결혼할 때 여행지에서 촬영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결혼식 전 초연을 앞두고 예민할 줄 알았던 남편이 먼저 일본행을 제안한 거죠.” 매사 이렇게 코드가 맞고 뜻이 맞아야 시너지 효과도 생기는 법.“평소 공연기획, 포스터 제작 등 다른 이의 행사를 실컷 준비해줬으니 이번에는 제 차례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포토그래퍼 친구, 무대의상을 만드는 친구에게 숙식과 여행 경비를 제공한다고 설득해 2박 3일간 도쿄에 갔어요. 그런데 촬영 역시 축제처럼 예측 불가의 상황이 이어졌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더 좋은 컷이 나오기도 하고 미리 정보를 준비하고 간 곳에서 촬영할 수 없기도 했죠.”

3 그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둘이 함께 힘든 일을 헤쳐가며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
4 가기 전 설레고 가보면 생각과 다른 예측 불허의 상황이 발생해 더 기대되는 것, 축제와 결혼의 공통점이다. 축제의 날씨는 상관없다. 이미 즐기려고 마음먹었으니.


축제는 어떻게 기획하고 만드느냐에 따라 즐기는 방법은 더 다양해진다. 거기까지가 기획자의 몫이다. 즐기는 것은 참가자의 자유.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려놓은 밥상이지만 즐기려는 마음을 갖고 참가하면, 즉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주최 측이 마련한 것보다 더 즐겁게 이벤트를 즐길 수 있죠. 저희 결혼 생활도 비슷해요. 첫아이 만삭일 때 일주일 휴가를 받아 차에 짐을 싣고 가평에서 포항까지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혼자일 때보다 둘이 함께여서 즐길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졌죠.”

지금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그들의 첫아이 이름은 서로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와서 혜준이라고 지었다. 태명은 이브. 크리스마스이브에 생겼기 때문이다. 그때를 회상하는 양혜영의 눈매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결혼하고 첫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남편이 캐럴을 틀어놓고 깜찍한 댄스를 보여줬어요. 무척 즐거운 기분이 들었는데 오늘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있었죠. 그렇게 둘만의 파티를 축제처럼 즐기고 생긴 아이가 바로 혜준이에요. 저희 딸은 춤과 음악을 잘할 것 같죠?”

이재준의 선배 중 한 명은 그에게 말했다. “결혼 생활이 흥미진진하다는 거예요. 내일은 또 어떤 일로 싸우고 혼나고 화해할지 매일매일이 모험 같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람을 뜻하지 않게 만나는 것이 축제잖아요. 서로의 가족을 만나는 것이 결혼이고요. 만약 혼자라면 기분 나쁘거나 힘들게 느껴질 일도 둘이 함께라면 재미난 이야깃거리로 변할 수 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움을 느끼는 와중에 힘든 점도 있는 만큼 즐거움도 많다는 게 결혼과 축제의 공통점이네요.”
결혼사진 협조 김호근


1,2 “힘들고 어려운 건 내가 다해줄게. 심심하지 않게 해줄게. 네가 무서워하는 것도 다 잡아줄게”라는 프러포즈처럼 이들 부부는 매일매일 축제 같은 인생을 산다.

“축제와 결혼 성공의 비결, 바로 조율과 공감에 있죠.”
한종윤・김소연 커플
“결혼은 인생이 주는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가족과 일인데, 그중에서도 결혼은 내가 직접 선택해 가족을 꾸릴 수 있는 기회인 거죠. 부모님 위주의 생활에서 성인으로 독립해 내가 직접 가족을 꾸리며 인생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결혼이죠.”

1년 365일 축제가 열리는 곳, 테마파크의 대명사 에버랜드의 인기 퍼레이드 ‘서머 스플래시’를 기획한 한종윤은 아주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결혼 예찬론을 폈다. 2004년 함께 입사한 동기 김소연과 2년의 연애 기간을 거쳐 현재 결혼 3년 차. 그는 지금 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 그룹에, 아내는 어트랙션 운영 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한종윤은 5년간 엔터테인먼트 그룹에서 에버랜드의 여름 인기 퍼레이드가 된 시원한 이벤트 ‘서머 스플래시’를 비롯 각종 축제 퍼레이드 기획과 공연을 기획했다. 또 2년간 파크기획 그룹 및 마케팅기획 그룹에서 크리스마스 축제, 캐리비안베이 축제, 핼러윈 축제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 김소연은 입사 후 7년간 엔터테인먼트 그룹에서 축제 및 공연 담당 연출자 통역 담당, 축제 공연기획 등을 맡았다.

부부가 함께 축제를 기획했던 사람으로서, 축제와 결혼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한종윤은 자신 있게 ‘조율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답을 내놓는다. “축제와 결혼의 공통점은 ‘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스태프 및 공연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죠. 결혼은 물론 두 사람의 조율이 중요하지만 그 외에서 결혼으로 인해 엮이는 더 많은 사람, 그리고 사건과 조율을 잘해나가야 자신이 꿈꾸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죠. 또 하나는 ‘공감’입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모든 관객과 스태프가 하나 되어 축제 콘셉트에 공감하고 참여해서 즐거움을 함께 느끼는 것처럼 결혼도 두 사람이 기쁨과 슬픔 모든 일을 함께 ‘공감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3,4 더위를 말끔히 씻어주는 물대포가 요정의 춤과 어우러진 에버랜드의 여름 인기 퍼레이드 ‘서머 스플래시’. 남편 한종윤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축제의 추억이 있다. “스위스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그때 마침 몽트뢰라는 남부 스위스 도시에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비싸기는 했지만, 거리에서 다양한 연주를 듣고 밤에 클럽에서 맥주 한 잔에 취하기도 하면서 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사람들한테 하면 ‘너희는 신혼여행 가서도 일하냐’라고 묻는데 사실 저희 부부는 함께 공연을 보고 와도 남들처럼 감상을 나누는 게 아니라 그 공연의 기획, 예산,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눕니다. 좀 재미없죠? 하하하.”

한종윤은 결혼을 결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얼마만큼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모든 일을 대할 때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대할 수 있느냐는 건데 그녀의 착한 마음에서 바로 그 점을 발견했던 것. 그런데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하고 나서도 자잘한 싸움은 거의 하지 않아요. 저나 남편 모두 ‘좀 더 귀찮은 일은 내가 해주지’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이렇게 함께 어려운 일, 즐거운 일을 같이할 수 있느냐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혼을 결정하면 후회 없을 거예요. 또 결혼해서 살아보니 같은 업종에 근무해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남들 노는 성수기 때 저희는 한창 일하고 비수기 때 쉬는데 평일에 늦게 끝나는 것도 별다른 설명 없이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축제의 장에서 만난 그들의 결혼 예찬은 끝없이 이어졌다.
퍼레이드 사진 협조 에버랜드(031-320-5000 www.everland.com)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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