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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입히는 마음으로 드레스를 고르는 마이도터스 웨딩

LEE JAE YOUMG

똑똑한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르지 못한다고 했다. 다양한 미국 디자이너 드레스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레스 숍, 마이도터스 웨딩의 이재영 대표는 드레스 디자인부터 선별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행복한 사람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모니크 륄리에’의 웨딩드레스를 한국에 정착시킨 눈 밝은 선구자인 그녀의 맑고 기품 있는 모습은 자신이 좋아하는 모니크 륄리에의 드레스를 그대로 닮았다.
오늘도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들은 부푼 마음으로 수많은 드레스 숍의 리스트를 검색한다. 그런데 ‘OO드레스’ ‘OO웨딩’ ‘OO스포사’ 등 흔하고 친숙한 이름 가운데 ‘마이도터스 웨딩’이라는 숍 이름은 한 번 듣는것만으로도 각인될 만큼 단연 도드라진다. 이름에 담긴 뜻 그대로 그녀는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으로 드레스를 고른다. 까다롭다는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그곳에 가면 수준 높은 드레스가 있다’는 입소문이 난 지 이미 오래. 그 이유는 이재영 대표 자신이 깐깐하게 드레스를 고르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높은 안목을 지닌 그녀를 만족시킨 드레스는 바로 미국의 디자이너 모니크 륄리에Monique Lhuillier의 웨딩드레스다. 이제 모니크 륄리에는 마이도터스 웨딩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모니크 륄리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결혼할 때 입은 브랜드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마이도터스 웨딩에는 미국 유학을 다녀오거나 미국에 유학 중인 신부가 유난히 많다.

모니크 륄리에 드레스의 특징은 클래식하면서도 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섬세한 문양이 지극히 아름다운 화이트 레이스로 만든 드레스에 컬러 장식 띠인 새시Sash로 포인트를 주는 식. “모니크 륄리에만의 섬세한 커팅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입체 패턴은 이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정말 특별하게 만들어주죠. 레이스를 즐겨 사용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심플한 실루엣 속에 섬세한 문양의 레이스는 정말 돋보이는 신부를 만들어주죠. 또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디테일의 조화는 보디라인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해줍니다. 특히 새시로 허리에 포인트를 주는 기법은 그녀가 널리 유행시켰는데 지금도 많은 신부들이 찾는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애슐리 심슨, 에바 롱고리아, 크리스틴 바움가트너 등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공통점 역시 마이도터스 웨딩에서 공식 수입하고 있는 모니크 륄리에를 선택했다는 것. 케빈 코스트너의 19세 연하 신부인 크리스틴 바움가트너의 결혼식에서도 드레스가 회자되었는데, 일체의 디테일을 절제하고 광택이 흐르는 타프타 소재 실크 스커트에 장식된 장미 모양의 코르사주가 도드라지면서 로맨틱한 무드를 성대하게 완성시켰다.

모니크 륄리에가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게 된 계기도 재미있다. 자신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드레스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남편이 그녀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보더니 취미로만 하지 말라고 힘을 북돋아준 것. 이후 회계사이던 그녀의 남편은 본업을 그만두고 모니크 륄리에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그 결과 리즈 위더스푼, 앤젤리나 졸리, 스칼렛 요한슨 등이 그녀의 드레스를 입으면서 모니크 륄리에는 일약 레드 카펫의 스타로 떠오르게 된 것.



웨딩드레스를 고르러 웨딩드레스 숍을 처음 찾는 신부들에게도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소한 디테일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는지 아닌지입니다. 드레스를 고를 때 자신의 눈에 예뻐 보이는 드레스가 바로 자기 스타일입니다. 너무 많은 친구들과 드레스를 고르려고 하지 마세요. 각양각색, 다들 자기 눈에 예쁜 것을 추천하다 보면 정작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2011년 모니크 륄리에 웨딩드레스에서 눈에 띄는 특색은 단연 꽃잎 모티프.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살리기에 꽃잎보다 좋은 소재는 없는 듯하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섬세한 레이스 역시 그녀의 특기이자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보디라인을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디자이너답게 트럼펫 실루엣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탁월한 감각, 꼼꼼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성공한 사업가의 면모까지 갖춘 그녀지만, 어릴 적 꿈은 사실 현모양처였다. “영어 선생님이셨던 어머니는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드물게 여교사로서 교감까지 승진하셨죠. 그런 어머니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소풍 때처럼 다른 아이들은 모두 엄마가 함께하는 날, 저는 외로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하고 15년 동안 작심하고 현모양처로 살았어요. 큰딸이 고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남편과 아이들 식사는 물론 간식까지 한 끼도 허투루 차려낸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심성의를 다했죠. 소풍 때면 선생님들 도시락도 열심히 만들고요.”


1 섬세한 레이스와 허리 장식띠는 모니크 륄리에 드레스의 두 가지 대표적인 특징. 많은 신부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2 모니크 륄리에의 드레스. 꽃잎 모티프를 등 뒤에 활용해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다.

3 모니크 륄리에의 향기로 가득한 마이도터스 웨딩 실내 풍경.
4 브이넥 상의는 고혹적인 레이스로 스커트는 입체적인 꽃잎 모티프를 이용해 2011년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나가던 그녀에게 일대 변혁이 일어난 건 큰딸의 방학 때 미국 뉴저지에 갔을 때다. 그곳에서 마이도터스 웨딩을 운영하던 동생이 “언니처럼 감각 있는 사람이 왜 가정에만 안주하느냐? 나보다 언니가 더 이 일에 맞을 것 같다”면서 웨딩드레스 숍 일을 권했던 것. 그녀 역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전력을 다하며 살았지만, 대학에서는 미술, 그중에서도 도자기를 전공했으니 감각의 바탕은 누구보다 탄탄했던게 사실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다는 판단 아래 자신만의 일을 하기로 마음먹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배우고, 뉴저지에 있는 동생의 웨딩 숍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다른 웨딩드레스 숍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산공원 앞에 마이도터스 웨딩을 오픈한 게 2006년의 일이다.

이렇게 열심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그녀를 보고 딸들 역시 분발했다. 큰 딸은 특목고를 졸업하고 보스턴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있고, 작은딸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결혼하고 15년간 전업주부로서의 삶은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는 일로도 확실하게 성공하고 싶습니다. 제가 원래 쉽게 만족하기보다 완벽을 기하려 노력하는 형입니다. 그런 태도는 한 남자의 아내로, 두 딸의 엄마로 살 때도 그랬지만 웨딩 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이도터스 웨딩은 컨설팅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방문하는 신부들이 많은 것으로도 이름났다. “컨설팅을 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부지런히 쫓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그 결과가 하나둘 나타나는 것 같아요. 모니크 륄리에는 레이스를 즐겨 사용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슬림한 라인이 특징이죠. 저는 그중에서도 고유의 특징이 살아 있는 고가 라인 위주로 주문합니다. 그 디자인의 진가를 알아주는 신부를 만날 때 가장 기쁩니다.” 일을 사랑하고 일을 즐기는 사람다운 대답이었다.

(왼쪽)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사랑스러운 감성, 그 속에 청순함까지 가득 담은 모니크 륄리에의 웨딩드레스. 하트 네크라인의 톱스타일 웨딩드레스.

그런 그녀에게도 한 번의 시련은 있었다. 중국 하얏트 호텔에 진출했던 ‘마이도터스 웨딩’의 뼈저린 실패다. “경제 규모와 문화 수준이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는 걸 제대로 배웠습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그 실패를 인정하고 뒤를 따르는 다른 이들에게 충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재영 대표는 역시 달랐다. 중국에 먼저 진출했던 사람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웨딩 업계 대표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운을 뗐다. “중국은 아직 우리가 선뜻 투자하기엔 어려운 시장입니다. 경제 규모는 커졌을지 모르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좀 달라요. 시기상조라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문화적인 차이와 수준, 눈높이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셔서 신중하게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구 선생이 인용해 널리 알려진 서산대사의 한시가 떠올랐다. 그녀의 용기 있는 조언이 시 속의 한 구절 같았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남들보다 앞선 감각으로 ‘모니크 륄리에’라는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해 정착시키는 데 성공하고, 진취적인 생각으로 한발 먼저 중국 시장에 뛰어든 경험과 실패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뒤를 따를 이들에게 조언까지 해주는 그녀의 열린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임에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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