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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물은 예물? 혹은 애물?

결혼한 선배에게 한 수 배우는 예물 준비

신성한 결혼 의식에 대한 예의와 성의의 표시 ‘예물’. 하지만 실제로 ‘애물’에 가깝다고 느끼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파워 게임이 얽힌 착하지 못한 요즘의 예물. 예물 준비라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른 똑똑한 결혼 선배들이 공개한 예물 준비 노하우, 그들에게 한 수 배워보자.
백화점의 ‘신부 패키지’
서비스를 꼭 이용하세요.
한수진 29세, 보석 디자이너 넓은 평수의 멋진 신혼집을 마련해주신 시댁. 비교적 결혼 준비 자금을 넉넉히 준비해주신 친정 부모님의 배려로 예단비 1억원을 신랑에게 전했어요. 시댁 어른들께서 5000만원을 돌려보냈지만, 앞으로 투자 가치가 매우 높은 신혼집을 구입해주셨기에 친정 쪽에서도 봉채비를 받지 않았어요. 예물은 평소 제가 갖고 싶었던 것으로 부담 없이 고르라고 하셔서 정말 어떠한(?) 부담도 느끼지 않고 골랐어요. 예물은 ‘까르띠에’에서 2캐럿 다이아몬드 세트를 선택했지요. 평소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예물이라고 하니 더더욱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이아몬드 컬러와 모양을 꼼꼼히 따져 제 취향에 맞는것으로 주문했지요. 매장 직원이 원하는 다이아몬드를 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말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어머니의 지인이 까르띠에에서 근무해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달 받았어요. 사실 할인 혜택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더라고요.

사파이어와 루비 세트 같은 유색 보석과 진주 세트는 시어머니가 평소 애용하시는 주얼리 숍에서 맞춰주셨고요. 주얼리 비용만 총 7000만원 선. 여기에 옷과 가방, 화장품, 속옷을 해주셨는데 가방과 예복은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 샤넬에서 준비했어요. 화장품은 시슬리 세트로 주얼리 외 예물 비용은 400만~500만원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신랑에게는 오데마피게 시계와 까르띠에 다이아몬드 커플 링 반지, 예복 두 벌을 더해 약 4000만원 정도의 예물을 전달했습니다.

저희는 시어머니가 따로 준비해주신 것을 제외하고 신랑과 제 예물 모두 백화점 한 지점에서 구입했어요. 친정 엄마가 알려 주신 대로 예물 구입 전 ‘신부 패키지’에 회원 가입을 했습니다. 일부 백화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공하는 신부 패키지 서비스는 결혼 준비 기간 동안 예비 신랑 신부가 자신들의 백화점에서 구입한 예물이나 혼수 제품 비용을 정산해 연말에 상품권으로 돌려주거나 또는 구입할 때마다 10% 내외의 할인 혜택을 주는 건데 저희는 대략 9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받고 100만원 정도는 구입 당시 할인을 받았어요.

저와 신랑의 예물비가 총 1억원이니까 약 10% 저렴한 비용으로 예물을 준비했으니 1000만원을 저축한 셈이죠. 하지만 가방과 옷을 구입한 비용은 할인 혜택을 받지 못했어요. 그 당시 샤넬 매장은 혜택 적용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지금도 그게 아쉬워요. 제 결혼 준비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잘 알아요.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님과 시댁을 만나 비교적 양껏 준비했지요. 저처럼 백화점에서 고가 제품을 다량으로 구입하는 커플이라면 백화점의 신부 패키지를 꼭 이용했으면 합니다. 돈도 절약하고 선물도 받고 1석2조가 아닐까요. 신부 패키지가 있는 백화점을 미리 알아보고 회원 으로 가입해서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실속 있게 준비하되 갖춰야 할 건 반드시 준비하세요.
김정연 32세, 주부 사회 초년생 시절 군인 신분의 신랑과 결혼해 신혼 생활을 군인 사택에서 시작했어요. 따라서 결혼 초기 자금이 남들에 비해 적게 든 편이었죠. 둘 다 경제력이 없는 상황이라 양가 부모님들께서 예단과 예물을 준비해주셨는데요. 저희가 신랑 쪽으로 보낸 예단이 현물을 포함해 6000만원이고 봉채비로 돌려받은 금액은 예단금의 절반이 좀 못되는 약 2000만원.

예물은 시댁에서 대략의 비용을 정해주셨는데 3500만원 정도로 그 선에 맞춰 예물을 준비하라고 하시더군요. 보석을 어느 곳에서 구입할까 망설이다가 선택한 곳은 티파니로 0.5캐럿 목걸이와 1캐럿 다이아몬드 링을 선택했습니다. 유색 보석은 왠지 나이 들어 보일 것 같아 샤넬과 디올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니 300만원 정도. 예물비으로는 총 2000만원을 사용했고 나머지 1000만원으로는 샤넬 색조 화장품 세트, 디올 기초 세트, 샤넬 가방, 샤넬 지갑, 페라가모 신발 등을 구입했죠. 신랑에게는 8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와 금 10돈, 500만원짜리 까르띠에 커플 링, 예복 세 벌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신랑에게 전달한 예물 금액은 1000만원 정도로 제가 받은 것보다는신랑보다는 비교적 적게 예물을 전달한 거지요. 생각해보면 그때는 가장 좋고 비싼 걸로만 선택하려 했지 어떤 것이 가격 대비 저렴하고 실용적인지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철없는 나이, 결혼에 대한 환상만 가득한 시기에 결혼을 준비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예물 비용으로 결혼을 준비한 친구가 있었는데 삼신다이아몬드에서 다이아몬드 링을 맞추더라고요. 그 친구가 1캐럿 다이아몬드 주변에 0.01캐럿 멜리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반지를 자랑하는데, 제 것보다 훨씬 화려하고 빛나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는 잠깐 스치는 기분으로 부러워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되더군요. 유색 보석 대신 캐주얼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샤넬과 디올 제품을 구입한건 만족스러워요. 훨씬 실용적이고 오랜 시간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거든요. 신랑 역시 예물 시계 구입을 후회하는 눈치예요. 그 당시 트렌드에 맞춰 롤렉스 남성 시계로 장만했는데 평소 신랑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스포티한 분위기이거든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유명 브랜드에서 고가의 제품을 구입해도 큰 무리는 없을 테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오래 두고 봐도 좋은, 또는 실용적인 것으로 고르는게 좋아요.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고, 결혼 후 예물 대부분은 장롱 속에서 그 가치를 잃게 마련이잖아요. 그렇다고 예물을 간소화한다거나 생략하자는 생각은 아니에요. 예물 대신 현금으로 받아 결혼 생활에 보태는 경우를 봤는데, 나중에 그렇게 후회를 하더라고요. 신혼 생활의 형편은 나아졌지만 그 비싼 물건을 제 돈 주고 구입하는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요. 실속 있되 갖출 것은 갖추자는 생각, 그게 제가 예물 준비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자 결혼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결혼은 현실, 현실적인 눈으로 예물을 준비하세요.
박승범 31세, 리서치 회사 연구원 결혼 전부터 예단과 예물에 대한 생각을 신부와 많이 공유한 편이었어요. 둘 다 형식적인 관례나 절차보다는 실용적이고 실속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점이 비슷해서 예물과 예단을 간소하게 하고 생 략할 수 있는 것은 생략하자고 결론을 냈었죠. 그래도 결혼 준비가 둘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부모님들의 생각이 저희와 다를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희 부모님들께서는 거부감 없이 인정해주셔서 예단비와 예물 모두 생략하고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당신 집에 들일 식구인데 예를 갖추고 싶다며 예물 대신 신부를 불러 꾸밈비 1200만원을 먼저 건네셨어요. 처갓집에서는 신부를 배려해준 마음이 고마우셨는지 이번에는 저를 불러 결혼 준비에 보태라며 1200만원을 주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양가 모두 주고 받은 것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저희 부부에게는 총 2000만원 정도의 결혼 비용이 생겼지요. 신혼집을 일부 대출을 받아 구입한 거라 최대한 많은 금액을 대출금 상환에 보태기로 했어요. 그렇다고 예물 전체를 생략한 건 아니고요, 최소한의 것들만 준비했습니다. 평소 액세서리나 주얼리에 관심이 없는 아내인지라 보석은 195만원짜리 0.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만 종로 귀금속 매장에서 구입했어요. 진주 세트나 유색 보석은 모두 생략하고요. 예복과 화장품 세트는 챙겨주었는데, 보석 구입까지 포함해 예물로 사용한 비용이 약 300만원 정도인 것 같네요. 이 비용은 제가 개인적으로 사준 것이지 예물이라는 개념으로 전달한 것은 아닙니다. 1200만원 중 200만원 정도만 제가 필요하고 갖고 싶은 것을 사는데 사용했어요.

24K 커플 링 반지와 함께 정장 두 벌과 코트 정도로 나머지 1000만원은 모두 대출금으로 상환했습니다. 아내도 2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신혼집 구입에 쏟아 부었고요. 남들에게는 너무 간소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저희 스스로는 실속 있고 뿌듯하게 예물을 준비한 것 같아요. 이제 결혼 1년차인데 신혼집 대출금도 모두 갚아가니 남들보다 조금 편안한 신혼 생활을 누릴 수 있겠죠. 저희는 부모님들께서 많이 배려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현실적인 눈으로 예물을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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