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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의 은밀한 줄다리기 예물 준비

결혼 전 예물을 둘러싼 리얼 스토리

신성한 결혼식의 예를 갖추는 증표 ‘예물’. 하지만 대체로 고가의 제품을 한꺼번에 준비해야하는 만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더욱이 양가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로 고민이 더욱 커지는데…. 예물에 얽힌 미묘한 문제와 전문가의 조언을 함께 들어본다.
예물 생략을 통보받은 신부
5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저희는 시댁 어른들의 도움 없이 저희끼리 대출받은 돈으로 신혼집을 마련한 경우인데요. 뭐 처음부터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 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정말 조금도 안 보태주실 줄은 몰랐죠. 그래서 결혼 준비 초부터 이런 문제로 많이 다퉜고, 사실 지금도 시댁 어른들과 신랑에게 서운함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마음에 또 한 번 비수를 꽂는 일이 있었네요.

얼마전 예물도 미리 볼 겸 예비 신랑과 주얼리 매장을 둘러봤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예물을 어떻게 준비하자고 미리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주 세트,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유색 보석 중에서 한 세트, 다이아몬드 세트를 대부분 받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당연히 이 정도는 받을 줄 알고 있었고, 또 시댁에서 집 마련에 도움을 주지 않았기에 예물은 저나 저희 부모님이 서운하지 않게 준비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얼리 매장을 나와 예물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신랑이 예물을 서로 생략하자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화도 화지만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더군요. 요즘같이 어려운 때는 뭐든 최소화하고 간소화해야 한다면서 시댁 어른들이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저나 신랑 둘 모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그래도 일생에 한 번 하는 결혼에서 예물은 형식이 아닌 예라고 생각해요.

만약 다 해줄 수 없다면 적어도 이러한 상황이니 간소하게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 정도하는 건 어떤지, 다음에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더 신경 써주겠다라는 식으로 저를 배려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식으로 제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저로서는 신랑과 시댁 어른들의 생각이 너무도 괘씸하고 밉네요. 친정어머니께는 뭐라고 설명할지도 막막합니다. 신혼집 준비할 때도 마음 많이 상하셨는데…. 시댁과 신랑이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면서 몇 주 뒤 예단을 보낼 때 저희도 평균 이하로 보낼까 합니다. 그래도 될까요. 지금 이런 마음으로는 행복한 결혼 준비도 힘들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Advice “결혼 후 부딪힐 경제적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민하라”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까지 결혼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것 같네요.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한 의논 없이 마음만 앞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에만 연연해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랑과 대화를 나누세요. 시큰둥한 신랑의 모습이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결혼에 무심해서인지는 글에서 파악하기 어렵지만,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당신 혼자 애타서 결혼 준비를 서두르기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종의 긴장 요법으로 신랑과 시댁 식구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해 혹시나 가볍게 생각했을 결혼에 대한 마음과 태도에 충격을 주는 것이지요. 위의 방법이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이 조율되었다면, 그 다음은 현실에 눈뜰 차례입니다. 신혼집 대출 자금은 결혼 후 두 사람이 갚아야 할 빚. 여기에 예물까지 준비한다면 경제적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거예요. 따라서 ‘어떤 보석을 갖고 싶다’라는 당장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곧 눈앞에 닥칠 부채 상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예단도 과감히 생략하세요. ‘예물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도 안 준다’라는 식의 논리가 아닌, 예물까지 포기한 합리적인 결혼 준비이니 만큼 예단비는 결혼 생활에 보탠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당신이 느낀 서운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간소한 예물에 서운한 신랑
이제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입니다. 또래에 비해 조금 늦은 결혼, 그리고 저 역시 간절히 바란 결혼이라 생애 가장 특별한 순간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물도 다이아몬드 1캐럿 반지, 진주ㆍ사파이어ㆍ순금 세트 외에도 명품 브랜드 화장품과 구두, 가방까지 남들에 비해 조금은 과하게 전달했고요. 그런데 신부 측에서 제게 전한 건 다이아몬드 5부 반지 하나와 예복 한 벌뿐이네요. 보낸 만큼 받으려는 마음으로 준비한 건 아니지만 미안한 내색 하나 없는 신부와 처갓집 어른들을 이해하기 힘드네요.

보통 신랑은 신부가 예물을 받는 것에 비해 절반이나 1/3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시집간 여동생만 봐도 매제에게 받은 것이 많아서 그런지 예물 준비 때 꽤 고민을 하더라 고요. 그래서 제 여자 친구도 어느 정도는 준비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지요. 제가 전한 것만큼 과하게 해주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신부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경제 사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너무도 당당하게 “그거면 됐지?”라는 식의 신부 와 장모님의 태도가 불쾌하고 서운합니다.

이건 제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나이 차이가 있다고 해도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사이인데 제가 나이가 많으니 ‘어린 신부와 결혼하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며 그냥 넘어가는 것 같네요. 남자가 예물로 불평하면 우스워질 것 같아 신부는 물론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마음이 착잡 합니다. 뭔가를 반드시 받고 싶었던 건 아닌데, 이제 약간 오기가 생겨 갖고 싶은 걸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결혼을 바로 앞둔 시점에 이런 서운함을 말해도 되는 건가요?

Advice “신부의 형편을 고려한 선에서 원하는 예물을 솔직히 말하라”
예물은 결혼 준비에 있어 가장 큰 갈등 요인이기도 하지만 양가 사이에서 미묘한 힘겨루기가 작용해 결혼 후에도 끊임없이 불거지는 싸움의 주제입니다. 따라서 결혼전 찜찜한 기분이나 마음을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 좋지요. 사실 당신이 서운한 이유는 예물을 적게 받아서가 아니라 신부와 처가 식구들의 성의 없는 태도 때문일 겁니다. 만약 신부 측에서 형편을 설명하며 이해와 양해를 구했다면, 결혼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당신이 결코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거예요. 또한 어린 신부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확대돼 마음이 더 크게 상했을 테고요.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러한 감정은 즉시 풀고 가야 합니다. 눈덩이처럼 커질 서운함과 불쾌함을 막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당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야, 나 금 목걸이 하나 갖고 싶은데, 당신이 결혼 선물로 해주면 좋을 것 같아.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신랑 목에 유부남 꼬리표 달아주는 건 어때? 나는 자기 거라고 말이야”라고 신부의 입장을 배려해서 말이죠. 어쩌면 신부와 처가 어른들은 당신의 진짜 마음을 모르거나 착각해서 그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토록 나를(또는 내 딸을) 사랑하고, 이렇게 거금을 투자해 준비하는 여유를 보면 그는 욕심내는 것이 없을 수도 있어’라고…. 그러니 그들에게 힌트를 주세요. 하지만 저축 기간이 짧은 어린 신부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는 처가 어른들을 생각해 과한 욕심은 금물입니다.

시어머니 취향의 예물 선택이 부담스러운 신부
6월의 신부입니다. 시어머니께서 예물을 맞추러 가자고 하시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저희 시댁은 조금 부유한 편으로 시어머니의 취미는 보석 수집입니다. 보석 전시회며 주얼리 매장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셔서 보석에 대한 조예나 안목 또한 깊은데요. 문제는 제 예물을 고르는데 함께 가시겠다는 거죠. 보석에 있어서는 저보다 전문가이시지만 평소 저의 취향은 너무도 달라요. 옷 입는 스타일이나 액세서리를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죠. 그렇게 취향이 다른 저희가 보석을 함께 고른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들어보니 주얼리 숍도 평소 당신께서 자주 찾으시는 곳으로 이미 정하신 듯하네요. 어쩌면 제 예물을 미리 정하고 오셨을 수도 있겠죠. 평생 한 번 받는 예물이고 또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제가 원하는 걸로 천천히 둘러보고 결정하는 게 맞잖아요. 제 취향대로 고르면 분명 한 소리 하실 테고, 끝까지 당신 고집대로 밀어붙이실 텐데…. 결국 결혼 예물도 시어머니 뜻대로 해야 하는 건가요. 결혼한 친구들은 예물 고를 때 신이 나 있던데 저는 왜 이렇게 괴로울까요. 시어머니께 어떤 식으로 제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Advice “시어머니의 안목을 믿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라”
행복한 고민을 하시는 것 같네요. 당신에게는 시어머니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시어머니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되는 며느리를 위한 정성과 애정의 표현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거부감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물을 받고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세요. 시어머니가 보석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것을 즐기는 분이니 결혼 전 며느리 점수를 크게 딸 수 기회겠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시어머니의 취향을 따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당신이 시어머니의 보석에 대한 안목과 조예를 인정한 만큼 그녀의 판단을 믿어보라는 거죠. 예물은 오랜 시간 간직하는 것이니 만큼 중년의 시어머니가 그 가치를 보다 잘 알 수도 있어요.당신의 생각을 꼭 밝혀야 한다면 직접 나서지 말고 신랑을 통해 전달하세요. 신랑에게는 불편한 마음을 비추기보다 합리적인 예물 준비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반드시 먼저 인지시키고요. 신랑 역시 시어머니께 최대한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어머니, 저희 예물 예산을 어느 정도 생각 하세요?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마음에 드는 걸로 알뜰살뜰 준비할게요”라고 서운하지 않도록 살갑게 말이죠. 또 한 가지 기억할 것. 선물은 그 자체로도 기쁨이지만 주는 이가 받는 이를 생각하며 고른 시간과 정성으로 감동이 배가되고 더욱 빛난다는 사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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