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3개월 차 김효림 신부(29세)
저희 부부의 고민 중 하나는 아침 식사입니다. 결혼 전 신랑은 매일 아침 어머님이 해주신 따뜻한 밥과 국, 갖가지 반찬으로 든든히챙겨 먹고 출근한 반면, 아침잠이 많은 저는 밥은커녕 우유 한 잔이라도 마시고 가면 다행일 정도로 아침을 거르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저의 경우 그런 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아침을 먹으면 오히려 속이 불편하고 거북하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은 아침밥이 보약이라며 결혼 전부터 아침밥 차리기에 대한 부담을 주더군요. 결혼하고 두세 번은 차려줬지요.
아, 그런데 바쁜 출근 시간에 밥을 차린다는 것도 힘든데 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분하고 억울하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차려주다 보면 아침마다 밥 챙겨주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뒤론 각자 아침을 해결하자고 선포했지요. 물론 신랑은 못마땅해했지만요.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어요. 신랑 친구의 아내들은 아침밥을 잘 챙겨준다며 은근히 저를 비꼬듯 말하는 거예요. 어찌나 화가 나던지 크게 한 번 싸우고 아직까지 냉전이랍니다.
아침밥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저라고 왜 모르겠어요. 저도 전업 주부라면 차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바쁜 출근 시간에 아침 식사를 차려달라는 건 조금은 과한 요구가 아닌가요. 신랑이 저를 밥해주는 여자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서운하고 속상하네요.
ADVICE1 행복부부 MBA 전임교수 김온양 “함께 먹는 아침밥은 사랑을 먹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특히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표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코 아내를 밥하는 기계로 생각한다거나, 남편 역시 밥 먹기 위해 결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먼저 부부가 서로의 관점과 욕구를 이야기하고 두 사람의 의견을 절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아내는 식사 준비의 부담과 빈속으로 출근하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충분히 표현하고, 남편은 아침 식사에 대한 욕구와 식사를 차리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를 전하는 것으로 우선 시작해봅시다. 그다음 번갈아 아침을 준비하거나 일주일 중 세 번은 밥을 먹고, 나머지는 가볍게 먹는 등의 절충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ADVICE2 요리 연구가 겸 요리 스타일리스트 김보선 “주말 시간을 이용해 만드는 스피드 요리”
바쁜 출근 시간, 밥에 국까지 차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비교적 한가한 주말에 미리 음식을 준비하길 권합니다. 갓 지은 밥을 1인분씩 랩으로 싸 식으면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식사 전 전자레인지에 넣고 3분간 해동하면 방금 지은 밥맛을 느낄 수 있지요. 국은 손질해 얼려둔 밑재료(물에 불린 미역, 데친 배추나 시금치 등)와 육수에 물을 부은 뒤 된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해끓이면 금방 완성됩니다. 주말에도 바쁜 부부라면 비빔밥을 적극 추천해요.
전날 해둔 밥에 반숙으로 익힌 달걀 프라이, 간장, 참기름 약간을 넣고 비비면 입맛 없는 아침에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지요. 또 밥을 지을 때 쌀과 함께 볶음밥용 냉동 해물, 간장, 참기름을 조금씩 넣으면 든든한 영양밥을 즐길 수 있어요. 뜨거운 물에 참치액과 채 썬 파를 넣어주면 구수한 장국도 함께 곁들일 수 있답니다.
식비 고민 ‘푸짐하게 요리하는 여자, 계산기 두드리는 남자’
결혼 4개월 차 김도훈 신랑(32세) 다른 신부에 비해 요리를 좋아하는 신부 덕분에 결혼 후 몸무게가 꽤 많이 늘었죠. 사실 맛있다기보다 아침저녁 오물조물 저를 위해 만드는 그녀의 정성 때문에 먹는다고 하는 것이 맞지요. 문제는 제 아내의 큰 손. 장보기부터 그녀의 넉넉한 성격을 느낄 수 있는데 단 둘이 사는 것에 비해 식비가 장난이 아닙니다. 꼼꼼히 따져 구입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것이 많아 결코 알뜰한 장보기를 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죠. 음식은 어찌나 또 많이 하는지 맛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주변과 나누어 먹을 수도 없어 먹다 지쳐 버리는 것이 반 이상입니다. 계획적으로 장을 보고 요리하면 정말 이보다 완벽한 신부는 없을 텐데요. 자기 딴엔 한다고 하는데 제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워서 아직 말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손 큰 아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ADVICE1 행복부부 MBA 전임교수 김온양 “음식에 담긴 사랑의 맛을 음미하라”
처음부터 살림의 여왕이 탄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결혼 4개월 차 신부이므로 살림 전반에 서툰 것이 당연하지요. 아내가 발전하는 과정이니 격려와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통 큰 아내의 소비를 줄이고 싶다면 함께 식단을 짜고 장보는 것을 권유합니다. 아내의 집안일 부담을 분담하는 것 외에도 부부 친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음식 맛에 대해서는 재치 있는 말로 남편의 의견을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봐!”라며 윙크를 해주는 것이죠. 아내가 의아해하면 “당신이 사랑에 눈이 멀어서 소금인지 설탕인지 구분을 못하는 거 같아”라고 달콤한 말로 마음을 열게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세요.
ADVICE2 요리 연구가 겸 요리 스타일리스트 김보선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는 소량 포장 제품이 안성맞춤” 베테랑 주부라면 상관없지만 초보 주부는 식재료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양이 늘어나지요. 따라서 소량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랍니다. 또 불필요한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마트 영업이 끝나기 전에 방문하는 것도 권해요.
육류나 해물 등 냉동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을 이때 저렴하게 구입해 비닐백에 나눠 담아 먹을 때마다 해동해 먹는 것이죠. 더불어 장볼 때 유통기한을 확인해 제 날짜까지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요령 중 하나입니다.
김치 고민 ‘시댁 손맛을 잊지 못하는 남자, 친정 입맛을 고수하는 여자’
결혼 8개월 차 차유정 신부(31세) 저희 시댁은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어서 주말에 시간 내어 잠깐이라도 들르는 편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시어머님께서 주말에 김장할 예정이라고 남편이랑 같이 오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이미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저로서는 도저히 불 가능해서 신랑에게 혼자라도 가서 도와드리면 어떻겠냐고 물었죠. 신랑은 무슨 남자가 김장을 하냐고 버럭 화부터 내더군요. 그러면서 김장하면 우리가 얻어먹는 게 더 크지 않느냐고, 가도 손해는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솔직히 시댁 김치 정말 맛이 없어요. 그래서 지난번 주신 김치는 열어보지도 않고 친정에서 가져온 김치만 꺼내 먹었거든요. 그러다가 입맛이 예민한 신랑에게 딱 걸렸죠. 신랑은 시어머니가 힘들게 담가 주신 김치를 어떻게 맛보지도 않고 친정 김치만 먹을 수 있냐며 성의를 무시했다고 크게 화를 내더군요.
결혼 후 첫 김장이기도 하고 싸움이 더 커질 것 같아 선약을 깨고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시동생과 아가씨 집에 줄 김치를 저와 시어머니 단 둘이 담근다고 하더군요.
매년 이모님이 오셔서 도와주셨는데 이번에는 며느리와 함께하겠다며 말리신 거죠. 김치를 직접 해본 경험이 없어서 김장 후 며칠간 끙끙 앓았네요. 신랑과 시어머니에게 너무 서운하고 입맛에 맞지도 않는 김치를 참고 먹어야할 지 정말 큰 고민입니다.
ADVICE 행복부부 MBA 전임교수 김온양 “음식 맛도 하나 되는 것이 부부”
5대 감각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이 미각이라고 하지요. 30년간 시어머니 손맛에 길들여진 남편의 입맛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김치는 집안마다 맛이 다른, 때로는 그 맛이 예전부터 대대로 전해지는 뿌리 깊은 기본 반찬이지요. 따라서 ‘맛이 없다’가 아니라 ‘맛이 다르다’고 인식하고 개인별 기호를 인정해야 합니다.
먼저 아내는 당장 불편하더라도 남편의 입맛을 존중하고, 남편 역시 아내의 손맛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챙겨주시는 김치에 대해서는 자식에 대한 사랑 표현이라 생각하고 맞벌이 신혼부부의 필요량을 계산해 소량의 김치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김장 부담은 시댁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바로 시어머니 연세와 건강을 생각해 김장을 식구가 모두 모여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죠. 친목도모와 동시에 김장 부담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시어른 생신 상 차리기 고민 ‘생신 상 기대하는 시댁, 눈치 보는 며느리’
결혼 9개월 차 황보민 신부(27세) 시어머니 생신이 코앞이에요. 며느리로서 처음 차리는 생신 상이라 긴장도 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크네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 대접으로 대신하고 싶지만 첫 번째 생신 상은 며느리가 직접 차려야 한다고 하네요. 어머니 역시 은근히 제 솜씨를 기대하고 계신 것 같고요. 게다가 주변 지인을 모실 계획이신 지 12인분 양을 준비하라 하시네요. 이제 겨우 2인 분량을 맞췄는데 그 많은 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생신 상 요리 대부분은 한식인데, 그 맛과 다양한 가짓수를 혼자서 어떻게 준비하나요. 도와줄 사람이라곤 미혼인 시누이와 신랑뿐인데, 형님은 집안일과 담 쌓고 지내시는 분이시거든요. 남편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지금 생각으로는 친정어머니께 잡채나 고기 같은 주요리를 부탁드리고 나머지 밥이나 미역국 정도만 당일 시댁에서 하려고 하는데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는 건 아닌지요. 그렇다고 제 솜씨로 하기에는 까다로운 어머니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지도 고민되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예쁨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습니다.
ADVICE 요리 연구가 겸 요리 스타일리스트 김보선 “미리 준비한 양념장으로 만드는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 상차림” 생신 상차림은 어른들의 입맛에 잘 맞고 푸짐해 보이는 요리가 제격이지요. 중심이 되는 고기 요리와 냉채나 샐러드, 전과 잡채 4종류를 준비하고 여기에 미역국과 김치, 기본 밑반찬을 함께 곁들여내는 건 어떨까요. 고기 요리는 갈비찜이 가장 무난한데 쇠갈비에 무와 밤, 은행 등을 시중에서 파는 갈비 양념장으로 버무려 국물이 졸 때까지 끓이면 완성이지요. 음식맛의 반은 담음새. 속을 파낸 단호박 속에 잘 익은 갈비찜을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15분간 가열하면 보다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되겠죠. 고기 요리로 다소 느끼해진 입맛을 위해 상큼하고 개운한 냉채도 준비해주세요. 살짝 데친 새우와 오징어, 조개 등의 해물에 오이, 양배추를 넣고 매콤한 연겨자 양념장에 버무리면 끝. 또 전은 애호박이나 버섯 등 손이 덜 가는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좋은데 이때 얇게 썬 홍고추를 겉면에 올려 구우면 한층 보기 좋은 요리가 되지요.
양은 요리당 4인분씩 준비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네요. 초보 주부에게 위 요리를 모두 준비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어요. 이때에는 미리 만들어도 맛이 변함없는 고기와 잡채 등을 친정어머니께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이것마저 부담스러울 때에는 고기와 잡채에서 가장 중요한 양념장과 소스를 미리 만들어 시댁에서 바로 요리하는 거예요. 또 홈 파티를 위한 반조리 식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재료가 깔끔하게 손질된 것은 물론 양념 소스도 분량에 맞게 제공돼 볶거나 조리기만 하면 훌륭한 밥상이 완성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