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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라던 '힐링 허니문'을 찾아 떠난 여행

세이셸 벅찬 풍경으로 나를 치유하다

세.이.셸. 마치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을 부르듯 입안에 자꾸만 맴도는 예쁜 이름의 섬. 그곳은 늘 새로운 카드를 꺼내듯 가는 곳마다 다른 풍경과 맛볼수록 달콤한 자유로 나를 유혹하는 곳이었다. 태초에도 그 모습 그대로였을 것 같은 순수한 자연 속에서 온몸 가득 내려앉아 있던 침전물을 깨끗이 비우고 왔다. 내 안의 찌꺼기가 스르르 사라지는, 세이셸은 바로 그런 곳이다.

Prologue
장롱 속 겨울 코트를 1년 만에 꺼내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쭉 손에 딸려 나온 기분이랄까. 그동안 모르고 살던 세이셸Seychelles이라는 나라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 말이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두바이에서 다시 3시간 반을 더 날아가 아프리카 동쪽의 섬나라 세이셸에 도착한 순간 비행의 피곤도 잊은 채 환호성을 터뜨렸다. “세상에, 이런 곳이 남아 있었다니!” 내 맘속의 ‘파라다이스 정의’와 꼭 들어맞는 곳이었던 것이다. 나를 알아보는 눈이 없어 이방인으로서의 무한 자유가 보장되고,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한 원시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그래서 모든 고민과 잡생각들을 놓아버리고 자유와 휴식의 시간으로 풍덩 몸을 던져버릴 수 있는 곳. 복잡다단한 결혼의 과정을 통과한 신랑 신부가 바라는 허니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 결혼한 커플들이 말하기를 허니문을 떠나기 전 관광과 쇼핑 계획을 잔뜩 세웠다가도, 결혼식이 끝나면 “그저 쉬는게 최고”라고 외치게 된다고 한다. 청량한 바닷가에서 북적거리던 마음을 툭하고 내려놓게 되는, 소박한 풍경과 사람들을 보며 그동안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그래서 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 허니문’을 원한다면 세이셸이 바로 당신이 떠나야 할 그곳이다.



1 라디그 앙세 소스 다종 해변에 나와 한가로이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세이셸 사람들.
2 라디그 섬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

정지된 시간 속으로 들어가다, 라디그
인도양 서부 마다가스카르 북동쪽에 있는 섬나라. 네이버에 세이셸을 쳤을 때 맨 위에 검색된 기본 정보는 이러하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이곳은 거대한 대륙이었던 곤드와나 랜드가 바다에 침강할 때 가라앉지 않고 남은 높은 봉우리에서 파생한 섬이라고 전해진다. 그런 이유로 원시의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고, 여타의 화산섬이나 산호섬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기묘한 화강암 바닷가와 다른 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해발 1000m의 거대한 산이 공존하는 것. 여기에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자이언트 거북부터 검은 앵무새, 희귀 코코넛 ‘코코 드 메르’까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골고루 나눠 가진 76개의 산호섬과 39개의 화강암 섬은 조금씩 다른 풍경을 여행객에게 선물한다. 욕심 같아서는 모든 섬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한정된 이유로 세이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세 개의 섬을 돌아본 소감을 이제 전하려 한다.


3 마헤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라디그 섬으로 향하는 여행객들.
4 라디그에서 만난 세이셸의 명물 자이언트 거북.


이곳에 다녀간 여행객들에게 투표를 한다면, 최고의 아름다운 섬으로 몰표를 받을 곳은? 두말할 필요 없이 라디그La Digue다. 세이셸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이곳의 화강암 해변일 정도로 ‘가장 세이셸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어느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된다는 포토제닉한 이 섬에 도착한 순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듯 아득함을 느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 속살을 드러낸 순결한 자연의 모습때문이다. 가이드 말이 라디그를 가장 효과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란다. 섬의 주요 교통수단이 자전거와 우마차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라디그의 아름다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찬찬히 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선착장 옆의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관광객의 무리에 합류했다. 섬의 남쪽으로 출발해 10분 정도 더 갔을 때쯤 보고 싶던 세이셸의 명물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유니온 이스테이’에 살고 있는 무게 300kg에 평균 수명이 100세에 이른다는 자이언트 거북이다. 반가움에 다가간 여행객이 슬쩍 내민 나뭇잎을 고맙게도 맛있게 먹어준다. 그새를 놓칠 새라 내 덩치보다 큰 자이언트 거북이와 기념사진 한 장 찰칵! 다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 가니 드디어 고대하던 장면이 펼쳐졌다. 그것은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라그디 섬 절정의 클라이맥스 신 ‘앙세 소스 다종Anse Source D’agent’이다. 영화 <캐스트어웨이>에서 봤던 변화무쌍한 화강암 해변을 이제야 마주한 것이다. 햇빛에 따라 핑크빛에서 회색빛으로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바위, 투명한 바닷물 속 넘실거리는 해초들과 물고기, 야자수 그늘 아래 나란히 누워 책을 읽는 연인들. 참,아름답다. 어느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지 궁금한 이 환상적인 풍경이란.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분명 이런 모습일 게다.



1 마헤 섬의 산 중턱에 위치한 라미제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눈 아래 펼쳐진 빅토리와 시내와 항구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2 바다가 노을에 물드는 풍경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3 열대 과일에 로컬 맥주 세이 브루를 곁들이는 맛? 술 못하는 사람도 맥주가 술술 넘어간다.


생기 넘치는 세이셸을 만나다, 마헤
라디그가 신비롭다면 세이셸의 가장 큰 섬 마헤Mahé는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그 활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인구의 80%가 살고 있다는 수도 빅토리아이다. 이곳 사람들 ‘세이셸루와’의 삶과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 강대국의 지배 아래 있던 탓에 시내는 영국풍과 프랑스풍이 고루 섞여 있다. 시내 중심인 작은 시계탑 주변으로 상점, 은행, 학교가 이어지는 가장 번화한 거리를 1분 남짓 걸었을까.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니 사람 냄새 가득한 재래시장이 등장했다. 특히 주말에 와야 왁자지껄한 구경거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데, 마침 토요일이었으니 운 좋게 제대로 찾아온셈이다. 풋풋한 열대 과일과 채소, 바다에서 갓 잡아온 생선, 코코 드 메르 모양의 기념품, 커리와 각종 향신료 등이 시장 안에 가득하다. 소박한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뒤섞인 활기찬 풍경 속에 어느새 이방인인 나도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들의 소박함을 나누게 된다. 시장 구경하며 출출해진 배를 달래기 위해 ‘크레올 음식’을 제대로 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 레스토랑을 찾았다. 잠깐 ‘크레올Creol’이라는 단어를 짚고 넘어가자면, 이것은 본래 백인과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세이셸에서는 크레올의 후예들이 만든 언어와 음식, 살아가는 방식 등 이곳의 모든 문화를 대변한다. 태어나 처음 맛본 크레올 음식은 이상하리만치 익숙했고, 또 맛있었다. 후추와 마늘, 칠리소스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콤한 양념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망고를 잘게 썰어 소스에 버무린 샐러드와 담백하게 불에 구워낸 생선과 쌀밥, 매콤한 커리까지 꽤 중독성이 강한 음식들. 여기에 로컬 맥주인 ‘세이 브루Sey Brew’ 한 병 곁들이면 별미가 따로 없다. 세이셸의 청정한 물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맥주 맛 또한 “캬!”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4,7 요트를 타고 마헤 섬 근처의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 떠난 날. 갑판에 올라 선선한 바람을 맞는 기분이 그만이다.
5 수도 빅토리아의 재래시장에서 만난 목청 큰 아줌마. 가판대 위에 싱그러운 열대 과일이 가득하다.
6 처음 맛본 크레올 음식 맛이 의외로 우리에게 익숙했다.


그렇게 시내 관광이 끝나고 다음 날은 마헤의 다른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 요트를 타고 섬 밖으로 나갔다. 목적지는 마헤 섬 부근의 세인트안 해상공원. 해저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포인트가 많아 그중 어느 지점에 요트를 세워놓고 물속으로 들어가도 형형색색 산호와 열대어에 둘러싸일 수 있다. 물결이 잔잔해 요트는 거의 미동도 없이 앞으로만 안정감 있게 나아간다. 갑판에 올라 얼굴을 감싸는 바람과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바다를 느끼는 동안 물길 잘 아는 선장이 어느 지점에 배를 댔다. 이곳이 바로 스노클링 포인트. 수영도 못하는 내가 간단한 장비만 믿고 용기 내어 바다 속으로 뛰어든 순간, 처음의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앞의 신비에 그저 감탄하게 되었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0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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