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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신혼여행? 프로방스가 답이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ôte d’Azur는 동쪽으로는 이탈리아와 인접하고 내륙으로는 알프스 산맥을, 아래쪽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 남동쪽 지역을 말한다. 하늘은 파랗고, 태양은 강렬하게 빛나고, 음식은 혀에 착착 감길 정도로 맛있고, 어디를 가든 예술적 정취를 흠뻑 빨아들일 수 있으니 그곳의 매력을 어디에 비할까. 파리에서 테제베TGV를 타고 아비뇽으로 간 후 엑상프로방스, 아를, 칸, 생폴 드 방스, 니스로 이어지는 여정을 짜고 여행길에 올랐다. 자연과 예술에 취해 보낸 시간들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평생 잊지 못할 신혼여행의 추억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아비뇽 Avignon
로마 교황이 프랑스 왕권에 굴복해 교황청을 이전한 ‘아비뇽 유수’ 때 세워진 교황청 궁전과 전 세계 연극인들이 모여드는 아비뇽 축제로 유명한 도시.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700여 년이 지나도록 중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 프랑스의 베니스로 불리는 릴 수르 라 소흐그.
2 아비뇽발 테제베를 탈 수 있는 파리 리용 역.
3 추기경이 살던 곳을 개조해 만든 라 미랑드 호텔 내부.
4,5 중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비뇽 거리.
6 교황청 궁전 앞에 자리한 멋스러운 외관의 건물.
7 교황청 궁전 내부의 프레스코화.
8,9 교황청 궁전이 자리한 아비뇽.


유럽의 관문인 파리 드골 공항으로 입국한 후 다음 날 아침 리용 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테제베TGV를 타고 2시간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아비뇽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파리와 달리 화창한 햇살이 비췄다. 마치 ‘이런 날씨가 바로 프로방스거든’ 하고 뽐을 내듯 말이다. 아비뇽 테제베 역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달리니 교황청 궁전과 그 주변을 둘러싼 성벽, 아비뇽의 다리가 이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구를 통해 성벽 안쪽으로 들어서자 좁고 구불구불한 돌길이 이어지고 오래전에 지은 건축물들이 그 모습 그대로여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훌쩍 되돌아간 느낌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중세풍의 아치와 현대적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 레스토랑 ‘바실릭 시트론Basilic Citron’에서 재빨리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식사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빠르게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 1시간 30분 동안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아비뇽 시내 투어에 나섰다. 관광철에서 살짝 비껴난 1월 말이어서인지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그러나 4월 즈음부터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1947년부터 장 빌라르에 의해 시작된 연극제인 아비뇽 축제가 열리는 7월에는 골목길과 광장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와 다양한 공연으로 도시 전체가 극장으로 변해 활기 넘치는 모습을 떠올려보지만 고요하고 한적한 도시를 독차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식가라면 시내 중심에 위치한 레스토랑 ‘하일리 루컬루스Hiely Lucullus’(www.hiely-lucullus.com)에서 저녁 식사를 해볼 것을 권한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스태프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멋스러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1309년 이후 7명의 교황이 즉위한 68년 동안 아비뇽은 로마를 대신하는 가톨릭의 중심지로 최고의 번영을 누렸다. 교황청 궁전 내의 성상이나 장식물 등은 프랑스 혁명 때 파괴되거나 분실되어 내부는 텅 빈 모습이다. 그러나 곳곳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프레스코 벽화와 웅대한 고딕 양식의 건물을 둘러보면 그 당시 교황의 위엄과 권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상상케 된다.
교황청 궁전 성벽 밖으로 나가면 론 강 위에 떠 있는 아비뇽의 다리(성 베네제 다리)가 바로 보인다. 12세기에 최초로 지어진 다리였지만 이후 파괴되고 재건되었다가 결국 17세기 론 강의 범람으로 일부가 유실되면서 4개의 다리 기둥과 다리를 만든 성 베네제를 기리는 예배당만 남은 상태.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교황청 궁전과 아비뇽의 다리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그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다.

아비뇽에 가면 이것은 놓치지 말라
* 정지현 기자 추천 * 김보하 포토그래퍼 추천

(왼쪽) 라 미랑드 호텔La Mirande Hotel 20년 전에 호텔로 개조해 문을 연 라 미랑드는 문 밖을 나서지 않고 내부에서 내내 머물고 싶을 만큼 멋스럽다. 20개의 객실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꾸며 개성을 더했고, 프렌치 스타일과 아시안 스타일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아늑한 느낌을 준다. www.la-mirande.fr
(오른쪽) 릴 수르 라 소흐그L’Isle sur la Sorgue 아비뇽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면 닿는 이곳은 프랑스의 베니스로 불리는 아름다운 마을이자 파리 다음으로 규모가 큰 앤티크 마켓으로 유명하다. 매년 앤티크 페어가 열리는데 평소에도 앤티크 마니아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제품들이 상시 전시된다. 단, 휴무일인 월요일은 피할 것.


엑상프로방스 Aix-en-Provence
15세기에 처음으로 대학이 생기고 대법원이 들어서면서 프로방스 지방의 법과 정치, 학문의 중심지가 된 도시다. 또 이곳에서 태어나 생을 마친 화가 폴 세잔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지역으로, 곳곳에서 그의 작품 속에서 묘사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
엑상프로방스의 전통 먹을거리인 칼리송.
2 이른 아침에는 거리의 광장 곳곳에서 과일, 꽃, 생선을 파는 시장이 열린다.
3 구시가의 북쪽 끝에 있는 생 소뵈르 대성당.
4,5,7,8 고풍스러우면서도 낭만적인 엑상프로방스 거리.
6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아름답게 늘어선 메인 스트리트, 미라보 거리.
9 시내 접근성이 좋은 로이 르네 호텔 로비.

오후 늦게 도착한 탓에 우선 ‘로이 르네 호텔Hotel du Roi Rene’에 짐을 풀었다.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민 로비와 달리 객실은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 무엇보다 엑상프로방스의 주도로인 미라보 거리까지 5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은 이곳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시내 투어를 하기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직선과 대각선으로 얼기설기 얽힌 엑스의 골목길을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걸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잃어도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미라보 거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고 그곳만 찾으면 호텔이 바로 코앞인 것을. 프랑스 남부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LA K.VAL’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다음 날 환한 햇빛 아래 대면하게 될 엑스 거리를 떠올려보았다.
9시에 호텔을 나서 시내로 향했으나 거리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10시가 지나야 비로소 가게가 문을 열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진다. 대신 거리 곳곳에 자리한 광장에서는 과일, 야채, 생선, 꽃 등을 파는 노천 시장이 오전 8시 30분부터 열려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매주 목요일 아침에 열리는 벼룩시장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앤티크와 빈티지 가구, 의자, 조명, 은기, 식기를 비롯해 중고 음반과 옷, 고서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것. 남다른 안목을 지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므로, 빈티지한 멋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신혼집에 포인트를 주어도 좋을 듯하다.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앞서 지도를 펼쳐보면 가볼 만한 데가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가열차게 돌아다닐 것인지 욕심을 버리고 다소 여유롭게 다닐 것인지 먼저 결정할 필요가 있다. 여행 기간 동안 하루 이틀 머물러서는 속속들이 둘러보는 것이 어차피 불가능하므로 후자의 방식을 택하기를 권한다. 취재 중에는 불가피하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관광 명소만 골라 눈도장을 찍으며 바삐 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여러 개의 분수, 성당, 건축물 등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세잔의 고향인 엑상프로방스이니 만큼 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핵심적인 장소는 가야 할 터. 관광 안내소에 비치된 ‘인 더 스텝스 오브 세잔’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도에는 생가에서 묘지에 이르기까지 그와 관련된 장소 34곳이 표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젊은 시절 다녔던 데생 학교이자 작품이 전시된 그라네 미술관, 정원이 아름다운 아틀리에, 장례식을 치른 생 소뵈르 성당 등은 꼭 챙겨 보기를.

엑상프로방스에 가면 이것은 놓치지 말라

(왼쪽) 테르메 섹스티우스 스파Thermes Sextius Spa
온천수가 나오는 엑상프로방스는 풍부한 물의 도시로, 지명 또한 기원전 124년 로마의 장군 섹스티우스가 물이 많이 솟아나는 이곳을 ‘섹스티우스의 물(아쿠아에 세쿠스티아에)’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이름의 유래가 된 샘은 현재 스파 센터로 운영되며 미용과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것이 특징.
(오른쪽) 폴 세잔의 아틀리에l’Atelier Paul Cezanne 레 로브Les Lauves 언덕에 자리한 아틀리에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4년 동안 작품에 몰두했던 곳. 2층 작업실에는 정물화를 그릴 때 사용한 테이블, 물병, 해골 등 생전에 그가 사용하던 도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여름에는 이곳 정원에서 미술 강연과 음악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고. www.atelier-cezanne.com


아를 Arles
고흐가 1년 남짓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여러모로 그의 족적을 확실하게 남긴 곳이다. 뿐만 아니라 원형 투기장과 고대 극장 등 로마 시대의 유적, 투우와 플라멩코 같은 스페인 축제 등으로 프랑스지만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1 고흐가 입원한 적이 있는 병원 터에 지은 에스파스 반 고흐.
2 모던 로맨틱 스타일로 꾸민 호텔 파르티퀼리에 객실 내부.
3,4 거리 곳곳에서 프로방스의 화려한 색채가 느껴진다. 
5 호텔 파르티퀼리에 비스트로의 리소토.


아를을 설명하는 세 가지를 말하라면 고흐, 고대 로마 그리고 스페인을 꼽을 수 있다. 고흐가 1888년 2월 21일부터 이듬해 5월까지 머문 시내를 다니며 그의 흔적을 쫓자니 문득 “고흐에게 아를은 어떤 곳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작컨대 애증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존경해 마지않던 고갱과 옐로 하우스에서 함께 작업하고, <고흐의 침실> <밤의 카페테라스> 등 대표적인 작품이 탄생한 곳이라는 점에서는 더없는 행복감을 주었을 터. 그러나 벅찬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고갱과의 동거는 60일 만에 막을 내렸다. 고흐의 예민한 성격을 못마땅해한 고갱은 그를 떠났고, 예술적 동지로부터 버림받은 것을 견디지 못한 고흐는 급기야 자신의 귀를 잘랐던 것이다.
1888년 12월 자신의 손으로 귀를 자른 고흐가 입원했던 병원 자리에 들어선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 현재는 도서관, 영상 자료관 등이 있는 종합문화센터지만 노란색 건물과 색색의 꽃으로 꾸민 화단이 있는 정원은 고흐 그림 속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고흐와 관련된 또 하나의 명소라면 <밤의 카페테라스>의 모델이 된 ‘카페 라 뉘’. 마침 개보수를 위한 공사 중이어서 그냥 스쳐 지날 수밖에 없었다. 현지 관계자는 전형적인 관광지로 커피 값만 비쌀 뿐이라지만 그래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차 한잔 마시고 싶은 게 여행자의 마음 아닐까.
아를은 로마 유적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유적지는 기원 1세기에 건설된 원형 투기장과 반원형으로 된 계단식 좌석이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고대 극장. 웅장한 규모로 오랜 세월 동안 그 모습을 지켜온 것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생 트로핌 교회는 아를에서 유일하게 중세의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외벽의 조각도 멋스럽다. 스페인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때는 투우와 플라멩코로 활기가 넘치는 부활절 축제 기간이라고. 이외에 전통 축제, 국제사진축제 등 아를에는 코고 작은 축제가 많이 열리므로 여행 전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를에 가면 이것은 놓치지 말라

(왼쪽) 고대 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 로마 시대에 지은 반원형 극장인 이곳은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쇠잔한 모습이다. 그래도 그 시절의 위풍당당함이 연상될 정도로 웅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역사적 관광 명소 이상의 공간. 여름이면 국제사진축제, 영화제, 민속축제 등 각종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는 사실. 무엇보다 고대 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은 꼭 한번 감상해볼 것을 권한다.
(오른쪽) 호텔 파르티퀼리에L’Hotel Particulier 에스파스 반 고흐에 가까운 구시가 쪽에 자리한 호텔이다. 정원이 무척 아름답고, 각기 다른 스타일로 꾸민 객실은 무척 로맨틱하고, 호텔 내 레스토랑 음식은 여행 중 최고였다. 또 지하 1층에는 스파와 함맘Hammam 시설까지 갖추어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를에 간다면 이곳에 머물기를.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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