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에메랄드 빛 바다 위의 인오션 빌라.
2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럭셔리 요트 반얀벨라Banyan Velaa.
3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로비.
싱가포르를 출발해 4시간 후 드디어 몰디브의 관문인 말레Male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저녁 늦게 도착한 탓에 리조트로 향하는 교통편은 이미 끊긴 상태. 유명한 리조트 중에는 종종 배나 비행기를 이용하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처럼 늦게 도착하면 다른 호텔이나 리조트에 묵어본 경험은 있지만, 요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보트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20분을 가니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막상 요트를 보니 걱정이 앞섰다. 배멀미를 하는 것은 아닐지, 혹시라도 폭풍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배에 오르자 승무원들이 내게 시원한 물수건을 건네주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쌓인 피곤이 작은 물수건에서 묻어나는 꽃향기만으로도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배정된 방에 간단하게 짐을 풀고 갑판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낯선 이국의 바다 한가운데에 서서 느끼는 조금은 외로우면서 한적하고 고즈넉한 느낌이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커플들의 낭만이 가득한 곳에 나는 왜 홀로 와 있는가?’

4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카니에서 본 해변 전경.
5 아늑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디럭스 비치 프런트 풀빌라.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는 섬, 몰디브를 느끼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선상에서의 아침 식사는 처음 맞이하는 몰디브의 환상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기에 넘쳐나는 기대감과 흥분을 최대한 억제하고 배를 떠나 마침내 수상비행기를 타고 앙사나 벨라바루 리조트를 향했다. 밸라바루는 몰디브 말로 ‘거북이 섬’이란 뜻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북이 섬을 향해 수상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오르자 어젯밤에 보지 못한 몰디브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섬과 산호에, 물이 너무 맑아 마치 투명한 어항을 보는 듯하다. 보석이 과연 이 빛에 미칠 수 있을까? 과연 지상에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라는 누군가의 말에 저절로 동감하게 된다.
40분가량을 날아서 마침내 리조트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로비의 감각적인 색, 그리고 마치 해변의 모래사장으로 이어질 듯한 모래 바닥이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는 이들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로비에서 간단한 리조트 소개가 이루어지고 방으로 안내되었다. 리조트 객실은 제트 풀Jet Pool과 개인 수영장이 있는 앙사나 빌라Angsana Villa 1채, 개인 수영장과 울창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벨라바루 빌라Velavaru Villa 2채, 디럭스 비치 프런트 풀빌라 18채, 비치 프런트 제트 풀빌라 30채, 비치 프런트 빌라 28채로 총 79채다. 이 중에서 신혼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럭스 비치 프론트 풀빌라는 선명한 색상에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며, 비치 프런트 풀빌라는 열대 특유의 실내 장식이 열대 우림의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리조트를 둘러보고 난 후 숙소인 디럭스 비치 프런트 풀빌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자유시간. 한시라도 빨리 몰디브의 자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짐을 내려놓고 빌라 앞 해변으로 나가보았다. 백사장과 투명한 푸른 빛의 바다를 배경으로 놓여 있는 선베드가 상상한 그대로다. 자연스럽게 선베드에 이끌려 몸을 누였다.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살결에 와 닿는다. 이 천국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천국은 느낌만을 허용할 뿐,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고, 눈을 떴을 때는 허기가 밀려왔다. 덜 깬 잠을 개인 풀장에서의 짧은 물장구질로 털어내고 레스토랑을 찾아 객실을 나선다. 벨라바루에는 2개의 대표 레스토랑이 있다.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카니kaani와 시푸드 그릴 레스토랑인 푸나Funa다. 바다의 낙원에 왔으니 당연히 첫 식사는 시푸드가 제격 아니겠는가? 이국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스토랑에서 나름 우아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는데, 저 멀리 밤의 해변에 어슴푸레 커플의 닭살 행각이 눈에 들어온다. 여느 때 같으면 유치한 장난으로 치부해도 될 장면인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부럽기만 하다. 우아함으로 가장한 청승맞은 홀로 식사를 마치고 괜스레 울적해진 기분을 달래기 위해 해변가에 자리한 쿠레히Kuredhi 바에 들렀다. 낮잠 탓도 있고, 닭살 장면을 본 탓일 수도 있지만 이 기분으로 그냥 잠들 수는 없을 듯했기 때문이다. 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바다를 마주한다. 천국의 밤은 낮처럼 상념을 허용하지 않았다. 울적한 기분은 아스라이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에 씻겨가고, 머리와 가슴은 또다시 텅 빈 세계로 빠져든다.


1 푸른 조명이 어우러져 우아함을 발산하는 인오션 빌라.
2 리조트 앞바다에서 즐기는 해양스포츠.
3 식욕을 자극하는 오션 문양이 새겨진 데커레이션과 먹음직 스러운 조식 메뉴.
거북이가 몰디브에 낳은 알, 인오션 빌라In-Ocean Villa
아침 일찍 해변을 산책하던 중에 바다 위에 떠 있는 또 하나의 리조트를 발견했다. 몰디브 속의 몰디브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 저 작은 섬이 앙사나 벨라바루 리조트가 내게 보여주고자 했던 새로운 리조트, 인오션 빌라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곧바로 호텔 매니저와 함께 바다로 나섰다.
배를 타고 5분 만에 인오션 빌라에 도착했다. 주변이 생각보다 어수선하여 잠시 멈칫하니 매니저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해준다. “인오션 빌라는 몰디브 최초로 섬에서 분리되어 바다 가운데 짓는 빌라 단지입니다. 본 섬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34개의 최고급 빌라를 건설 중입니다.” 오는 7월 1일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인오션 빌라는 총 3가지 타입으로 꾸밀 예정이다. 그중 한 타입인 인오션 빌라In-Ocean Villa는 총 20채로, 각 빌라는 오션 뷰에, 프라이빗 풀 데크가 있는 초고감도의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도록 설계되었다고. 두 번째 타입인 프리미어 인오션 빌라Premior In-Ocean Villa는 총 11채로 프라이빗 풀 데크와 선라운지로 둘러싼 27스퀘어 미터의 개인 수영장을 구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추어리 인오션 빌라Sanctuary In-Ocean Villa는 총 3채가 들어서는데, 이 빌라는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을 위한 빌라로 각 빌라에는 두 개의 침실이 구비되어 있다.

4 그물 침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커플.
5 인오션 빌라 2층에 마련된 아웃도어 데크.
6 수영장과 인디언 오션이 한눈에 펼쳐지는 인오션 빌라 객실.
이미 공사는 거의 마무리 상태이고, 내부 인테리어가 한창인 듯 보인다. 완공된 후 초청받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운데, 굳이 완공 전에 초청한 이유를 매니저가 설명한다. “완공 전이지만, 이미 한국인 고객이 완공 시기에 맞추어 첫 예약을 한 상태입니다. 이 섬은 철저하게 ‘프라이빗 리조트’를 지향해 조성되었기에, 단 한 분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외부 공개가 다소 힘들 것 같아 미리 초청했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오션 빌라에 대해 매니저의 설명이 이어진다. “모든 빌라는 슬라이딩 유리문을 통해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며 빌라 내부에는 현대적 감각의 코럴 디자인으로 장식된 로프트와 빌라 2층에 위치한 넓은 아웃도어 데크, 물 위에 설치된 해먹과 인피니티풀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 프리미어 인오션 빌라와 투 베드룸 형식의 생추어리 인오션 빌라에는 아웃도어 데크 외에도 각종 수상레포츠나 요가 등을 위한 파빌리온이 마련되어 있으며, 더불어 각 빌라 2층에 마련된 아웃도어 데크에서는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거나 앙사나 스파에서 테라피스트의 전문적인 마사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게다가 섬 안에는 고객 전용 레스토랑인 이탤리언 레스토랑 Azzurro와 세계적인 와인 셀렉션과 칵테일 바가 갖추어져 있다고 하니 여행자나 허니무너에게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자연 속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수의 여행자들이 찾던 몰디브가 많은 이들이 찾을 만큼 가까워진 것은 반겨야 할 일이다. 그러나 많은 여행자들이 찾으면서 프라이빗한 즐거움이 사라져가는 몰디브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 벨라바루 리조트가 준비하는 인오션 빌라는 이러한 여행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한 몰디브 속의 몰디브이며, 거북이 섬으로 불리는 벨라바루 리조트의 새끼 거북이 같은 리조트라 할 수 있을 듯하다.


1 상공에서 바라본 벨라바루 본섬과 인오션 빌라 단지.
2 야경이 멋진 선착장과 리조트를 잇는 연결 다리.
3 호화로운 휴식과 고품격 시설을 자랑하는 앙사나 스파.
천국의 달콤함에 빠지다
작은 거북이 섬을 둘러보고 난 후, 몰디브에서는 개인적 자유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가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기사를 쓰기 위한 구경을 중단하고, 마사지 마니아로서 개인 취향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앙사나 스파의 마사지가 유명하다는 말은 한국에서부터 들었던 터라 이것만 제대로 설명한다 하더라도 이번 여행기는 충분할 터. 마사지를 받기 전 자신이 중점적으로 마사지 받을 부분과 아로마 향의 선택과 강도를 미리 표시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침대에 누웠다. 자, 과연 몰디브의 마사지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약간은 간지러운 느낌과 오일의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미안하다. 마사지 실력에 대한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 천국의 달콤함에 또 잠이 들어버린 것을 어찌하겠는가?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