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뉴질랜드 지역을 말할 때 흔히 남섬과 북섬으로 구분해 이야기한다. ‘섬’이라는 말 때문에 자칫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남한)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곳이다. 반면 인구는 우리나라의 1/10 정도에 불과하므로 어느 도시든 자연환경이 풍요롭고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 각 도시는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색을 지녔지만 영국 식민지 시기를 거친 까닭에 전체적으로 영국적 문화가 많이 느껴진다. 특히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스러운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크라이스트처치는 고풍스러운 건물, 오래된 저택, 잘 가꾸어진 정원 등이 어우러진 곳이다. 이곳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도시의 랜드마크 격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www.christchurchcathedral.co.nz)과 트램Tram을 들 수 있다. 고딕 양식으로 지은 대성당은 영국 디자이너 조지 길버트 스콧이 설계했지만 착공해서 40여 년이 걸려 1904년 완공되기까지 이 지역 건축가인 벤자민 마운트포트가 감리와 설계 변경을 했다고 한다. 성당 내부 또한 유럽 대성당의 전통을 바탕으로 뉴질랜드에 어울리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내부 벽 주위를 둘러 장식한 예술품은 마오리, 초기 이민자들이 캔터베리(Canterbury, 지리적으로 크라이스트처치는 캔터베리 대평원 지역에 속한다)에 정착하는 과정의 이야기 등을 담고 있는 것. 비단 대성당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는 이민자 문화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토착민이었던 마오리의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함께 흡수해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것이 특징이다. 134개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 대성당 전망대에 이르면 크라이트처치 시내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트램은 시내 곳곳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건물과 조화를 이루어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 풍경을 그려내는 역할을 한다. 트램을 타면 멋스러운 분위기의 도시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1일권을 구입하면 횟수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마음이 내키는 곳에 내려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것도 좋다. 크라이스트처치를 가로질러 흐르는 에이본Avon 강에서의 펀팅 체험(www.punting.co.nz)도 놓치지 말 것. 이탈리아 베니스의 곤돌라처럼 노를 저어서 움직이는 작은 배를 타고 강을 따라가며 도시 풍광을 즐기는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스파를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헤리티지 건물에 자리한 클래식 분위기의 샹젤리제 데이 스파(www.champs-elysees.co.nz)에서 트리트먼트를 받아도 좋을 듯. 뉴질랜드 럭비 국가 대표팀올 블랙All Blacks 소속 선수들이 다닐 만큼 실력을 검증받은 곳이다. 클래식한 분위기로 꾸민 이곳에서는 브라이덜 패키지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갖추었는데, 여행객으로서 모든 서비스를 경험하지는 못하더라도 결혼식을 마치고 곧바로 신혼 여행길에 오른 피로도 풀 겸 이용해보기를.
1시간 남짓 자동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가면 열기구 체험(www.ballooning.co.nz)도 가능하다. 캔터베리 대평원을 비롯해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 태평양 등의 풍광을 하늘을 떠가며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열기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열기구를 띄울 수 없다고 한다. 이번에 취재를 가서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포트 힐Port Hills에 설치된 곤돌라(www.gondola.co.nz)는 이에 대한 대안이 될 듯.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면 크라이스트처치 일대의 평원, 항만, 반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1,6 크라이스트처치는 오래된 건축물과 트램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2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앞 광장에 설치된 체스판에서 체스를 두는 모습.
3 에이본 강에서 펀팅을 타는 모습.
4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자리한 와이파라 밸리의 주변 풍광.
5 공항 가까이에 위치해 편리한 페퍼스 클리어워터 리조트(www.peppers.co.nz/Clearwater). 골프 코스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플라잉 낚시를 배울 수도 있다.


퀸스타운 Queenstown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는 퀸스타운은 전형적인 휴양 도시. 마오리어로 비취를 의미하는 와카티푸Wakatipu 호수가 감싸고 도는 이곳은 휴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연중 활기가 넘친다. 이곳의 하늘과 호수는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낙하산을 메고 보트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패러세일링, 창공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도심 외곽의 산, 강, 계곡에서는 하이킹, 레프팅, 제트 다이빙을 하는 등 그야말로 자연과 호흡하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번지 점프가 시작된 곳도 바로 퀸스타운. 1988년 카와라우 다리에 점프대를 설치했던 AJ 해켓AJ Hackett의 번지 점프(www.ajhackett.co.nz)는 뉴질랜드의 명소로 꼽힌다. 43m 높이에서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감행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막상 점프대에 서서 (공포심 때문인지 시커멓게 보이는) 계곡물을 내려다보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사람들 대부분이 점프대에서 망설이긴 하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뛰어내리지 않으면 165달러나 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손해 보기 때문에 눈 딱 감고 뛰어내린다”라고 진행 요원은 농담 삼아 말하지만, 사람들은 짜릿한 기분과 더불어 스스로를 극복하는 테스트의 수단으로써 심기일전의 기회를 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기선을 타고 와카티푸 호수를 건너 월터 피크 농장에서 바비큐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코스(www.realjourneys.co.nz)도 추천할 만하다. 천천히 물 위를 흘러가는 증기선에서 할머니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퀸스타운의 전경을 파노라마처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겨운 느낌이 든다. 45분 정도 걸려 섬에 닿으면 장미가 만발한 영국식 정원 속에 빨간 지붕의 농장이 엽서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양치기 개의 양떼몰이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다운타운의 유명 사탕과 초콜릿 가게 ‘리마커블Remarkable’에서 선물을 구입하거나 카페에 앉아 진한 맛의 커피 롱블랙을 마시노라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선 퀸스타운의 쇼핑가는 해가 지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야외에 테이블을 놓은 노천 바Bar에서 쏟아질 듯 촘촘히 박힌 하늘의 별을 지붕 삼아 와인을 마시며 밤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 특히 산 위에 자리한 스카이라인 레스토랑(www.skyline.co.nz)은 주변이 어두운 밤이 되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성처럼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곤돌라를 타고 이곳에 올라가면 퀸스타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뷔페 레스토랑에서 뉴질랜드의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퀸스타운 근교의 깁슨 밸리, 와나카, 알렉산드라, 크롬웰 분지 등의 와이너리를 둘러보는 센트럴 오타고 와인 투어Central Otago Wine Tours를 신청(www.appellationcentral.co.nz)하는 것도 좋다. 특히 예전 금광촌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되었던 당시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크롬웰은 서부 영화에 나오는 마을과 같은 모습.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와 인테리어 소품점 등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롬웰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역시 퀸스타운 근처인 애로우타운에도 가보면 좋을 듯하다. 금광촌이 개발되던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그곳에는 아담한 크기의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와인 바 등이 옹기종기 정겹게 들어서 있다.
1 1988년 세계 최초로 다리 위에 설치된 번지 점프대.
2 산 위에 자리한 스카이라인 레스토랑. 밤이 되면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성처럼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토요일 오전 호반 앞 광장에서 열린 벼룩시장.
4 사탕과 초콜릿 숍으로 유명한 ‘리마커블’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5 금광촌이 개발되던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크롬웰.
6 스카이라인에 올라 내려다본 퀸스타운의 야경.


오클랜드 Auckland
오클랜드는 전체 인구의 1/3 이상이 모여 사는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인 만큼 앞서 들렀던 크라이스트처치와 퀸스타운보다 훨씬 번화한 분위기이다. 부모가 직접 아이들 등하교를 시키기 때문에 오전 8시에서 9시와 학교 수업이 끝나는 3시 30분에서 4시경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하다고. 그렇지만 다운타운 쇼핑가는 걸어서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고, 복잡한 서울 거리에 익숙한 까닭에 “뭐, 이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뭐니 뭐니 해도 스카이 타워(328m). 입장권에 에펠탑(324m)과 시드니 타워(304m)와의 높이를 비교해놓은 것이 흥미롭다. 이곳에 올라가면 360도 빙 둘러가며 오클랜드 시티를 조망할 수 있다. 번지 점프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스카이 타워에서는 스카이 점프(www.skyjump.co.nz)를 해볼 수 있다. 건물에 부딪히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53층 높이에서 고속으로 떨어져서 발이 먼저 땅에 닿고 번지와는 달리 다시 튀어 오르거나 거꾸로 매달리게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시속 75km로 낙하하면서 항구와 시내 전망을 16여 초 동안 감상할 수 있다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어야 할 듯하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만족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든 음식 맛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도 미식가라면 스카이 타워 바로 옆 스카이 시티 안에 자리한 ‘피터 고든 레스토랑Dine by Peter Gordon’(www.skycityauckland.co.nz)을 놓칠 수 없다. 뉴질랜드 출신의 유명 셰프인 피터 고든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는 영국의 ‘슈거 클럽The Sugar Club’ 세팅 작업에 참여했으며 수많은 요리책을 낸 인물이다. 동그란 형태의 커다란 조명등으로 포인트를 준 심플한 인테리어와 어울리게 음식 맛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오클랜드에서 페리를 타고 35분 정도만 가면 닿는 와이헤케Waiheke 섬은 뉴질랜드의 유명 와인 산지 중 한 곳으로 와이너리 투어(www.ananda.co.nz)를 하러 가면 좋다. 과일 풍미가 가득한 뉴질랜드 와인의 특성은 기후에서 비롯된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포도가 숙성하는데 적합한 해양성 기후, 적당한 강수량과 강한 햇볕 등 양질의 포도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구상의 마지막 청정 지역답게 포도를 재배할 때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자연 친화적인 재배법을 택한 것도 뉴질랜드 와인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현대적인 건물에 예술 작품을 곳곳에 장식한 케이블 베이 바인야드 & 레스토랑(www.cablebayvineyards.co.nz)을 비롯해 이곳의 와이너리 중에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간과 피로연 음식, 웨딩 스타일링 등이 가능한 곳이 많다. 바닷가가 바라보이는 언덕이나 라벤더 꽃이 만발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스타일 정원에서의 야외 웨딩이든 소규모의 프라이빗 웨딩이든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연출 가능하다.
이 외에도 오클랜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파키리 해변에서는 승마 체험(www.horseride-nz.co.nz)을 할 수 있다. 초보자일지라도 조금도 염려할 필요 없다. 조련이 잘된 말이라서 갑자기 앞발을 들어 올리거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등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농장 스태프가 알려주는 대로 고삐만 잡고 말에게 몸을 맡기면 준비 완료. 바닷가 모래사장을 말을 타고 걷는 색다른 추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1 와이헤케 섬으로 가는 페리에서 바라본 오클랜드 모습. 중앙에 높이 솟은 것이 스카이 타워이다.
2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키위새 모습을 본떠 만든 인형.
3 와이헤케 섬에 자리한 현대적 스타일의 와이너리 ‘케이블 베이 바인야드 & 레스토랑’의 외부 모습.
4,5,6 와이헤케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 데본 포트 주변 모습.
7 파키리 해변에서의 승마 체험 모습. 배경이 아름다워서 영화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8 어스름해지는 저녁이면 영국식 퍼브Pub의 노천 테이블에는 젊은이들로 북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