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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신랑, 더욱 노골적으로 광택을 탐하다

신부처럼 크리스털, 진주 등 화려한 장식을 쓸 수 없어 자신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을 느끼는 신랑이라면 이번 시즌 반짝이는 소재가 더욱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기억해두자.
 
사실 광택 소재 유행이 이번 시즌에 갑자기 튀어나온 트렌드는 아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매우 모던한 스타일을 제시하는 안토니오 미로Antonio Miro가 이번 컬렉션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몇 해 전부터 넥타이나 커머 밴드 등의 신랑 소품에 약간씩 사용되는 식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달라진 점이라면 바로 슈트 자체를 광택 소재로 만든 디자이너들이 많아졌다는 것.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신랑을 위한 예복인 만큼 누가 신랑인지도 모를 정장을 입고 결혼하기는 싫다는 강한 자기표현은 아닐는지.

또 광택의 인기는 옷의 소재든 색상이든 무겁고 진지한 것보다는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옷에 광택을 주면 평범한 슈트라도 한층 격식을 갖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한 이가 바로 하비엘 아르나이스Javier Arnaiz. 남성 예복 전문 디자이너인 하비엘 아르나이스가 선보인 슈트의 경우 디자인은 기본에 아주 충실한데 반해 화려한 실버 광택 소재를 사용하고, 넥타이 대신 넓은 머플러 타이를 매치하므로써 연미복 이상으로 잘 차려입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전체적으로 피트되는 실루엣과 싱글 버튼 역시 한결 가벼워 보이는 요소. 최근 유럽 젊은이들은 너무 격식을 갖춘 연미복 대신 반짝이는 슈트를 입어 적당히 예는 갖추되 무거워 보이지 않도록 예복을 입는다고 하는데, 바로 그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컬러도 겨울에는 블랙이나 짙은 남색, 여름에는 화이트라는 공식을 깨고 실버, 베이지 등 다채로운 색상이 예복 컬렉션에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데보타&롬바Devota&Lomba나 미겔 수와이Miguel Suay처럼 차분한 컬러에 전체적으로 광택을 넣어 럭셔리함을 강조한 턱시도를 실제 결혼식에 응용해보자. 롬바는 원래 듀오 디자이너였으나 이제 홀로 남게 된 스페인의 중견 디자이너. 가슴과 어깨가 더 넓어 보이면서도 좁은 칼라와 허리선을 강조해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했다. 상하의 컬러를 통일하고 상큼한 옐로 타이로 상체에 포인트를 주어 키가 커 보이는 효과까지. 다소 왜소한 체구의 신랑에게 추천할 만한 스타일이다. 한편 미겔 수와이는 그레이 슈트에 맞춰 셔츠와 타이 역시 비슷한 톤을 선택해 전체적인 컬러 코디네이션에 균형감을 준 세련된 스타일을 제안했다. 상의의 칼라 부분에 덧댄 블랙 포인트는 자칫 평범하게 흐르기 쉬운 그레이 슈트에 특이함을 주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날렵하게 마무리해준 요소.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신랑이라면 두요스Duyos의 예복을 눈여겨보자. 두요스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디자이너.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의 도전 정신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번에 선보인 예복 역시 광택 소재를 기본으로 커다란 블랙 보타이에 발목을 완전히 드러내는 팬츠, 그리고 2:8 가르마와 뿔테 안경까지 그야말로 패셔너블함이 가득한 파격적인 스타일. 모즈 룩(1960년대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젊은 남성의 패션. 폭이 좁은 바지가 특징)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복장이 신랑 예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0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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