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은 유럽 어느 나라보다 웨딩 강국이다. 매년 5, 6월이 되면 축제와 같은 대규모 웨딩 컬렉션이 개최되며, 전 세계 웨딩드레스의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컬렉션의 하나가 바로 프로노비아스. 이번 컬렉션에서 프로노비아스의 수석 디자이너 마뉴엘 모타는 그가 담당하는 두 개의 라인인 모타 코스투라Mota Costura와 모타 프레타 포르테Mota Preta Porter를 통해 눈에 띄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안했다.
그 첫 번째는 리본. 모타 프레타 포르테보다 고급 라인으로 오트 쿠튀르에 해당하는 모타 코스투라 컬렉션에서 큰 리본을 붙여 뒷모습을 강조한 드레스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마누엘 모타를 비롯해 로사 클라라Rosa Clara 등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웨딩드레스에 어울리는 볼륨감 있는 리본을 선호했고, 단순히 옆으로 된 리본만이 아닌 사선이나 수직으로 응용한 리본까지 등장해 페미닌한 분위기를 전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방사 형태의 플리츠 디자인. 모타 프레타 포르테에서는 이제 한쪽으로만 잡은 단순한 플리츠 디자인은 식상하다는 듯 위아래, 옆으로 주름을 잡은 플리츠 디테일로 다이내믹함이 넘치는 드레스를 선보였다. 보디라인 전체에 태양이 빛을 쏘아내는 느낌이랄까?

고품격 유러피언 스타일을 선보이는 로사 클라라와 계약을 맺어 웨딩드레스를 전개하고 있는 오트 쿠튀르의 거장 크리스찬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 그의 컬렉션은 온통 로코코 분위기로 이번 시즌 세 번째 키워드로 꼽은 로코코 스타일의 부활을 알렸다. 바로크의 특징이 힘이라면 로코코는 섬세하고 장식적인 것이 특징. 라크르와는 스퀘어 네크라인과 레이스 소매, 헴라인에 불규칙하게 잡은 셔링으로 연약하고 곡선적인 느낌으로 대표되는 로코코의 향취를 맡을 수 있게 해주었다. 소녀다운 느낌을 원하는 신부를 위한 베스트 스타일.
반면 섹시한 신부를표현하는 데는 빅토리오 루키노Victorio Lucchino의 인어 라인만 한 것이 없을 듯. 물론 인어 라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어 라인을 또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이유는 진화된 형태 때문. 드레스의 무릎 밑 부분에 어물 망 같은 소재를 사용하고, 베일이나 트레인을 지느러미 같은 효과를 주도록 디자인해 인어를 형상화하는데 보다 충실해졌다. 가늘고 고운 오간자와 튤 소재로 보디 전체에 셔링을 잡은 레이어드 테크닉을 인어 라인 위로 전개한 것도 인상적.
이번 컬렉션에서 인어 라인처럼 실루엣 자체가 독특한 드레스가 아닌 다소 평범한 슬림 라인 드레스에 화려한 포인트가 된 것은 바로 크리스털. 다섯 번째 키워드인 크리스털 장식은 페페 보테야Pepe Botella의 컬렉션에서 두드러진다. 가능하면 분산되지 않게 크리스털을 모으고, 드레스 컬러는 퓨어 화이트로 선택했다. 베이지 색상보다는 눈부시도록 하얀 드레스에 크리스털을 장식함으로써 고전적인 분위기가 아닌 모던하고 세련된 드레스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