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970. 전성기 때의 발렌티노 디자인의 오간자 드레스. 뒤를 길게 늘어뜨리고 그 위에 자수와 아플리케 꽃으로 장식했다. 허리 위의 리본은 트레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2 1815~1820, 나폴레옹 시대에 유행한 엠파이어 스타일의 새틴과 튤 드레스. 같은 소재로 베일을 만들어 사용했다.
3 1925, 19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을 표방한 크레프 실크 드레스. 로웨이스트 커트를 이용한 파격적인 디자인이 지금 봐도 감각적. 짧은 스커트와 대조적으로 긴 베일이 시크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패션 리더
1840년 빅토리아 영국 여왕의 결혼식은 특별했다. 그 당시만 해도 신부복은 최상품의 옷감인 벨벳이나 다마스크 실크, 퍼, 새틴 소재에 선호하는 색상은 붉은색과 은색이었다. 머리에는 샤프란 색이나 옅은 색의 베일이 사용되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의 결혼식에 순백의 새틴과 레이스 소재로 드레스를 만들고 머리부터 길게 늘어진 트레인 형식의 베일을 사용하였다. 세간의 모든 이들에게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트레인이라는 새로운 모드에 눈을 뜨게 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유행을 이끌던 귀족들, 더구나 세계의 반을 지배하고 있던 여왕의 새로운 시도가 지금의 웨딩드레스의 전형을 제시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백 처리한 실크는 기술적인 문제로 제조에 어려움이 있었으므로 순백색이 웨딩드레스의 대세로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순수함과 깨끗함을 상징하는 의미의 순백색 웨딩드레스가 웨딩드레스의 대명사로 자리 잡기 이전에는 순결이나 순수함의 의미로 동정녀 마리아를 상징하는 블루(박물관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동정녀 마리아의 옷 색깔을 연상시키는)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런던 박물관에는 1870년대에 입었던 푸른 웨딩드레스가 있다고 한다. 약혼반지로 사파이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같은 기원에서다.

1 1977, 쟝루이 쉐레의 디자인으로 우아하면서 세련된 가벼움을 한껏 표현한 크레프 실크 드레스. 셔링의 늘어짐을 최대한 살렸다.
2 1840~1842, 로맨티시즘의 영향을 받아 여성스러움이 강조된 자카드 실크 드레스. 빅토리아 여왕의 영향으로 현재 웨딩드레스의 형태가 이때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3 1907, 가슴을 새처럼 부풀려 당시로서는 상당히 모던한 디자인의 프린세스 라인 드레스. 튤 위에 자수, 아플리케 등을 가미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스타일은 사회의 척도
중세 이후 근대까지 기독교 식으로 치루는 결혼식은 교회의 까다로운 규범이 웨딩드레스의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었다. 네크라인이 너무 파이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고, 손목까지 내려온 긴 소매, 얼굴을 덮는 베일 등 철저히 덮고 가리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면서도 1840년대 말부터 유행한 호스 헤어로 만든 페티코트인 크리놀린Crinoline이나 가는 허리를 강조한 X라인의 로맨틱 스타일이 웨딩드레스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후 1900년대 초반에는 모더니즘이라는 거대한 사조를 따라 여성의 신체를 자유롭게 해방시키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아르데코 스타일’이나 ‘뉴룩 스타일’ 을 웨딩드레스에서도 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사회적으로 힘들었던 1930년대는 ‘단순함’이 매력으로 유행하더니, 전쟁이 끝난 1940~50년대는 같은 이유로 인기를 잃고 대신 할리우드의 영향으로 화려함이 돋보이는 글래머러스 룩 등이 등장했다. 1960년대의 자유분방함은 웨딩드레스에도 미니 드레스를 탄생케 하고 각 시대마다 발달하는 소재나 기법은 고스란히 웨딩드레스에 응용되어왔다. 결혼식 날 단 하루만 공주고 다음 날부터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운명일지라도 여자의 웨딩드레스는 그 시대의 이상이자 현실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회는 2008년 2월 24일까지 계속된다.

1 1988, 같은 소재 다른 마무리로 각각의 특성을 살린 콤비네이션 디자인. 장식은 절제하고 소재의 특성을 살리는 유럽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스트리아 귀족인 노라 공주가 입었던 드레스.
2 1907, 모더니즘 시대의 드레스는 투피스로 재단되고 크리놀린 대신 코르셋이 등장해 허리를 개미처럼 만든다.
3 1947, 교황보다 더 힘이 있었다는 알바 공의 후손인 가예타나가 결혼식에서 입었던 새틴과 레이스 소재 드레스. 여성미가 느껴지는 라인을 살린 디올의 뉴룩 스타일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