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전통 한국식 상차림은 겸상이 아닌 독상. 이를 응용해 3첩 반상을 기본으로 하고 메인 요리를 곁들인 형태로 차린 식탁.
2전시 작품 중 일부로 오미자차나 아이스크림 등 후식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그릇.
음식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사실 이면에는 문화가 담겨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으로 생활 속에서 그 멋을 알고 즐기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 고유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문화유산이 청자와 백자이듯 우리나라 도자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단지 장식장에 올려두고 눈으로 감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도예가의 손으로 빚어 만든 도자 식기는 기존의 공장에서 만드는 정형화된 접시와는 또 다른 ‘맛’을 지닌다. 일상에서 이런 식기의 활용도를 높이면 그만큼 색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 화가 이우환은 우리의 식문화를 가리켜 “젓가락으로 산책하며 음식을 먹는다”고 말한다. 한 상에 음식을 차려놓고 반찬 접시를 왔다 갔다 하며 먹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그렇다면 ‘산책로’를 예쁘게 꾸미는 방법은 무엇일까.
푸드 코디네이터 이윤혜 씨는 가장 먼저 계절감을 식탁에 올릴 것을 조언한다. 제철 식재료를 써서 만든 음식은 기본, 계절에 어울리는 소품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 예컨대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는 단풍잎과 낙엽이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간단한 다과상을 차릴 때 접시 위에 물든 담쟁이 잎을 깔고 그 위에 떡을 놓는다면 한결 운치 있는 상차림이 된다.

꽃으로 하는 센터피스 대신 폭이 좁은 긴 접시에 방울 토마토, 금귤 같은 색이 예쁘고 크기가 작은 식재료를 담아놓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장식물이 된다. 혹은 갖가지 야채를 스틱 모양으로 썰어 꽂아놓으면 먹을 수 있으면서 장식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때 독특한 형태의 식기를 선택하면 훨씬 멋스러운 상차림이 가능하다. 손으로 빚어 만든 도자기는 대량생산하는 브랜드 제품보다 독특한 모양이 많다. 한쪽이 찌그러진 형태라든지 접시 끝이 말아 올라가 있다든지 비정형성이 매력인 도예 작가의 식기는 자신의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대표 아이템.

3,4접시와 단풍잎을 활용해 방울 증편을 담은 모습.
5,6,7그릇 모양에 따른 ‘홍시 소스를 곁들인 죽순채‘의 다양한 변주.
이번 강의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것은 같은 요리를 모양이 다른 식기에 담는 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윤혜 씨는 계절에 어울리는 ‘홍시 소스를 곁들인 죽순채’를 준비해서 세 가지 접시에 담아 보였다. 원형, 타원형, 사각형 등 각각의 모양에 따라 요리를 길게 정렬해서 담기도 하고, 둥글게 모아서 담기도 하고, 소스를 음식 위에 뿌리기도 하고, 소스를 다른 용기에 담아 함께 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 것.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접시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느낌이 무척 달라진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만큼 좋은 예술이 어디 있겠어요. 이런 면에서 볼 때 그릇은 도자 예술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옷은 디자이너가 만들어도 자신의 개성과 체형에 맞게 입는 것은 정작 본인의 몫이잖아요. 제가 그릇을 만들지만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몫이죠. 그릇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 안에 음식이 담겼을 때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라고 이번 특강을 마련한 ‘이도’의 작가 이윤신 씨는 말한다. 총 7개의 테마로 구성된 ‘도자기로 생활하기’는 지난 11월 7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12월 12일까지 열린다. 강의와 더불어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도자 식기도 함께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