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시누이, 장인, 장모와의 관계에 따라
결혼 생활이 천국 혹은 지옥이 된다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 내 어머니나 아버지, 언니처럼 생각하면 되겠지 싶지만 생각만큼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적지 않고 사사건건 갈등이 생기기 쉽다. 결혼 생활에서 예상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과의 관계, 과연 정답이 있을까?
결혼은 신랑 신부 두 사람이 아닌 양가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시어머니, 시누이, 장인, 장모 등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크다. 중매를 통해 맺어진 경우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연애한 커플도 마찬가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이들과 마찰이 생기거나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본인 생각대로 처신했는데 행동 하나하나가 상대방 부모의 교육으로 평가되어 부부 관계는 물론 두 집안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신랑 또한 장인, 장모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지만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가 있겠는가. 신랑 신부가 아직 깨닫지 못하거나 알지 못할 뿐. 중요한 포인트 몇 가지만 염두에 두고 행동하면 얼마든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와는 다르다. 그냥 시어머니일 뿐이다
여성학자, 부부 상담 전문가이자 얼마 전 출간한 <부부 성공시대>의 저자인 오한숙희 씨는 신부들이 우선 ‘아무리 좋은 시댁 어른들이라고 해도 혈연관계인 가족과 같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의 기본이 되는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일화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코디를 맡아준 인연으로 친하게 지내는 20대 여성이 있다. 평소 발랄, 쾌활, 싹싹하여 인기가 많고 귀동냥해 들은 바로는 예비신랑 집에 놀러갔을 때 시집 식구 될 사람들과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잘 지낸다고 했다. 그런데 청첩장을 전하러 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는 그녀. 혼례 날짜를 잡고 구체적인 의논을 위해 양가 부모가 정식으로 만난 자리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난데없이 신부의 험담을 한 것이다. “애가 다 좋은데 잠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살림하고 직장도 다니고 하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하는데, 지난번에도 우리 집에 와서 졸더라구요.”
방송 일의 특성상 밤샘 작업도 허다한 터라 그 전날 밤새워 일을 하고, 그래도 시댁에서 보고 싶다고 하여 무리해서 간 것이었는데 그 충정이 흉이 될 줄이야. 당시에는 ‘얼마나 피곤하면 그러냐. 좀 쉬어라’ 해놓고 친정 부모에게까지 무안을 주는 시어머니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간 보여줬던 자상한 면들도 모두 가식이었나 하는 의심이 들면서 오싹 무서워지기까지. 게다가 친정 부모님까지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다행히 남편감이 ‘우리 어머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나도 민망해서 혼났다. 마음 쓰지 말고 부모님께도 잘 말씀드려서 걱정 안하시게 하라’고 하여 위안을 삼았지만 결혼 준비를 하는 내내 마음 한쪽이 영 개운치 않았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했던 그 말은 예비 며느리에 대한 험담이라기보다 일종의 ‘관계 정립을 위한 금 긋기’. 그 말의 밑바닥에는 이런 심정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는 오냐오냐 좋게 봤지만 그렇다고 나를, 그리고 시집이라는 존재를 만만히 보아서는 안된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는 종전과 달라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는 경보 장치를 작동시킨 셈이다. 이런 금 긋기는 관계 설정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며느리 입장에서 이것을 섭섭해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경우 젊은 여성들은 친정 가족처럼 진심으로 대하면 시집 식구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님을 깨달으면서 크게 실망한다. 나아가 분노, 위축, 긴장 등으로 인해 관계가 악화되는 양극단을 걷게 된다.
시어른들과 시누이에게 자신의 주체성을 확인시키고 당당하게 행동하라
시집 식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결혼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부부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자못 크다. 따라서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나 죽었소’ 하고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그것이 원만한 관계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서로가 만족할 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적정한 선에서의 타협과 조율이 필요하다. 시집 식구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혈연가족의 기대는 버려라.
시집 식구와의 관계도 사회적인 인간관계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출생하고 성장한 혈연가족과 달리 만들어가야 하는 관계. 더구나 여자에게 시집과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대립 구도이다. 시집의 입장에서 며느리는 새로운 가족원인 동시에 기존에 자신들이 유지했던 가족의 일부를 떼어간 존재인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을 부모 형제와 보내던 아들 또는 남동생이 결혼하면 아내와 있게 되고 아내의 친정 식구들과 보내는 일도 생긴다. 이것이 시어른과 시누이에게는 ‘며느리가 아들을 빼앗아갔다’는 상실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당연시해야 한다. 시부모, 시누이와의 관계는 사회생활에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와 비슷한 것. 서로의 위치와 역할이 다른 만큼 생각과 요구도 다를 수밖에 없음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부터가 원만한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다.
둘째, 심리적 부담감을 버려라.
시집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구들이나 주변의 경험을 전해 들으면서 시집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게 되면 스스로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말하기 좋아하는 시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마다 혼자 부풀려 생각하고 필요 이상으로 깊이 분석하며, 거기에 집착하면 자신도 힘들어지고 그로 인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절대 조급해서는 안된다. 말 한마디에 기뻐하고 말 한마디에 상처받지 않도록 깊은 호흡을 해야 한다. 지레 겁을 먹기보다 웬만한 일은 앞서 지적한 입장 차이를 생각하여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담대함이 원만한 관계에 도움이 된다. 부담감은 완벽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시집 식구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듣지 않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이건 모든 인간관계에서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이면서 형성되어가는 것이다. 자연 현상도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궂은 날이 있는데 사람의 일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언제나 좋은 며느리, 착한 형수, 제수, 새언니, 올케 소리를 듣겠다는 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
셋째, 남편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버려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 사람은 누구나 제 가족의 흠을 보고도 그쪽으로 기울게 마련. 시집 식구들은 아들을 대하는 태도와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이것을 아는 남자들은 아주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며느리가 시집 식구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불만을 이야기해봐야 남편이 이해할 리 만무하다. 남자들은 자신의 부모 형제와 아내가 대립하는 상황 자체를 기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니 여자들이 ‘당신 믿고 시집왔고 당신 때문에 맺어진 인간관계이니 당신이 공동 부담을 해달라’고 남편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들과 남편의 두 가지 역할을 지닌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넷째, ‘할 것’과 ‘하지 못할 것’의 선을 처음부터 정하고 지켜라.
앞서 예를 든 예비신부의 경우, 시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머니 말씀대로 결혼하면 더 부지런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제 직업상 밤샘 작업이 있을 때는 졸 수밖에 없을 때도 있을 거예요. 수면 부족이 되면 당장 운전에 위험이 따르니까요.” 이건 어른 말씀을 거스르는 버릇없는 말대답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관계를 설정하는 ‘합리적 행동’이다.
시어른들과 형제에 대한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도리는 하겠지만 내 삶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까지 무조건 맞추는 일은 못한다고 선을 긋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예, 예”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 못하겠다고 하면 시집에서는 변했다고 섭섭해할 것이 뻔하다. 옛말에 백 번 잘하다가 한 번 못하면 잘한 공도 깨진다고 하지 않는가. 처음에 한 번 서로 어색하거나 서운한 것이 낫지, 참다 참다 나중에 원망하며 등 돌리는 것은 그동안 쌓은 노력과 정성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다.
다섯째, 친정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지켜라. 그래야 좋은 마음으로 시어른들을 공경할 수 있다.
여자들은 남편이 친정에 무심할 때 시집과의 관계를 더 힘들게 느끼게 된다. 내가 이만큼 하면 남편도 어느 정도는 보조를 맞춰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시집과의 관계에 형식적이거나 냉소적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며느리의 역할과 의무에 비해 사위의 그것은 거의 무시되어왔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배우자의 가족에 대한 마음의 각오나 실천이 여자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처가에 대한 배려가 자신의 본가에 대한 배신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이도 있다. 따라서 여자들이 스스로 친정 부모를 배려하고 모임이나 행사를 챙기며 남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한다.
며느리를 엄격히 교육시키는 시어머니, 갈등 해결의 열쇠는 남편이 쥐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대등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길러 며느리에게 인계하고, 안주인으로서 집안의 가풍과 예의범절을 전수하며 지휘할 책무를 느낀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엄하게 채찍질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혼 전에는 혼수 문제 등 의사소통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기는데, 시어머니에게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쭤보면 지침을 줄 것이다.
신부와 어머니가 다투거나 갈등이 있을 때 신랑은 누구 편에 서야 할 것인가? 가정생활법률연구소장인 임양운 변호사는 남편은 아내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아내가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그래, 두고 보자!’ 하면서 결국 아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낮에 어머님이 이러이러하셨는데 그러실 수 있느냐?’고 남편에게 다그친다. 대부분의 남성은 ‘어른인데 당신이 좀 참지 그래!’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신랑의 자세에 아내가 서운한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 시어머니나 시누이, 시아버지가 점점 미워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또 어떤 신랑은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편을,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은 남편은 아내 편을 들어야 한다는 것. 어머니에게 불효하는 듯한 죄책감이 들 수 있으나 결혼하면 양가로부터 독립해서 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장인과 장모는 있는 그대로, 인간적으로 정을 느낄 수 있게 모셔라
장모 사랑받기는 신부가 시어머니에게 사랑받기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장모는 딸로 인하여 새로운 아들을 얻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점수를 얻고 들어간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아들을 뺏기는 기분이 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장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비결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 어떤 물질적인 공세보다 아내를 사랑하고 장모를 사근사근 잘 모시는 것. 그러나 지나친 혼수 등 처가에 무언가를 바라고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면 그것은 아내뿐 아니라 장모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친정어머니와 신랑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신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친정의 이야기를 신랑에게 한풀 삭여서 전하고 신랑의 흠도 곱게 여과하여 이야기할 것. 그래야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신랑과 장인의 관계도 사위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고 장인은 믿음직한 아들을 얻은 셈. 친아버지에게서 배우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주신다 생각하고 장인에게 늘 배우는 자세를 취하라. 한편 아내는 남편이 지나치게 처가에 의존하거나 무언가를 원하는데 친정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고민하지 말고 사실대로 알려줄 것. 당장에는 머쓱할 수도 있지만 그래야 관계가 더욱 친밀해진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루려면 이 책을 읽어라! 1 <자기야, 우리 왜 결혼할까?> 글 임양운 출판사 아테나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한 지침서. 행복한 결혼 생활의 걸림돌, 시어머니?남편?장인?장모에게 사랑받는 방법 등 신혼의 행복을 평생토록 누리는 비결을 가르쳐준다. 총 2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1부에서는 신혼의 행복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지침을 소개하고, 제2부에서는 행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본 칼럼에 도움말을 준 임양운 변호사는 현재 사단법인 미래준비 이사장으로 대학생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 ‘삶의 스승과 제자 운동’ 및 바람직한 결혼 생활 문화를 연구하는 가정생활법률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래창조 독서토론’ 진행,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삶의 지혜 나누기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2 <행복한 가족의 100가지 비밀> 글 데이비드 나이븐 출판사 황매 가족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언제나 개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주제.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1백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현명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사랑과 기쁨, 만족감을 찾고 유지하는 관점과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회학자, 상담 전문가, 심리학자들이 긴 시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실제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제시.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행복한 가족을 위해 우리가 어렵지 않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해법을 알려준다.
3 <부부 그 신비한 관계> 글 소노 아야코 출판사 리수 부부와 가족에 관한 심리 에세이. 완전한 타인이면서 부모와 형제보다도 가까운 존재로 살아가는 미묘한 관계, 부부에 대한 분석. 성숙한 부부란 어떤 모습인지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해준다.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성격의 조화를 위한 무한한 용서임을 가르쳐주며, 두 사람에게 돈과 자녀, 그리고 배우자의 불륜 등은 어떤 의미인지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 | |
바이라인 김나영
도움말 박노해(박노해 부부가족 클리닉 소장 051-332-5895 counseling.ne.kr/bbs/), 오한숙희(여성학자, 부부 상담 전문가, <부부 성공시대> 저자), 임양운(가정생활법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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