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 보내기에는 왠지 정성이 부족해 보이고,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함께 보내도 어딘가 아쉬운 생각이 들게 마련이죠. 한편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준비하느라 애쓰셨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언정 보낸 사람의 진정한 마음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요즘의 예단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의미부터 짚어보자면 예단은 사돈집에 대한 마음의 표현으로 드리는 현물입니다. 말하거나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마음’을 선물로 대신했던 거지요. 여기에서 첫 번째 원인이 발견됩니다. 선물이란 상대방의 취향, 취미, 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가격에 맞춰 아이템을 선정한 것은 아닐까요. 고무신을 사자니 너무 저렴한 것 같고 수놓인 꽃신을 사자니 너무 비싼 듯해서 그 중간쯤 가격대인 뾰족 구두를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한복 입고 다니는 사람에게 하이힐을 선물하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두 번째 원인은 예단은 ‘마음의 선물’인데 그 마음은 비우고 선물만 드리는 것입니다. 누군가 “결혼할 때에는 시부모님께 이런 것을 드려야 한다”고 하면 과연 쓸모가 있을지, 보다 유용한 아이템은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그냥 구입해서 드립니다. 그리고 “친척들에게는 금일봉으로 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까 편지 봉투에 담아 광고 전단지 돌리듯 드리지 않던가요. 조각보나 쌈지 주머니 같은 전통 소품에 예단비를 곁들여 드린다면 같은 금액이라도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심리적 가치는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시어머니에게 모피 코트나 명품 브랜드 가방을 사드린다면 기본 이상은 되겠지요. 동창회에 가서 며느리가 사준 것이라고 자랑할 명분은 만들어드린 셈이니까요. 그런데 그 뒤의 여운이 왠지 씁쓸하지 않으세요? 마음이 ‘통通’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뜻 사기에는 망설여지지만 갖고 싶었던 물건, 생각지 않던 귀한 물건을 선물로 받았을 때의 기쁨을 아는지요. 예단을 준비할 때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수공을 들여 정성껏 만든 장인의 공예품, 시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감각 있는 생활 소품 등 가격보다 아이템 자체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것을 선물로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1 고색창연한 한국적 미감의 발현
예단을 준비하다 보면 시부모님 이외에도 포장, 예단 봉투, 친인척 선물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고색’이다. 특히 예단, 함 등 혼수품 관련 포장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아름답고 다양하다. 혼례색의 기본을 지켜 한국적 미감을 살리면서도 색상과 채도를 달리해서 환상적인 색감을 만들어내는 것. 아름다운 우리의 색과 선을 현대적인 감각과 조화시킨 의류, 무릎 담요, 방석, 쿠션 등에는 현란하고 화려한 색상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한국적 소품이 총망라된 이곳의 대표 박정아 씨는 짐 톰슨, 상하이 탱 스타일의 한국 브랜드를 꿈꾸며 고색古色을 만들었다고. 문의 02-796-8863 www.kosaek.com
2 멋과 아취가 느껴지는 백옥 문방사우
왼쪽 맨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먹 받침대, 벼루, 필통, 붓, 연적硯滴, 서진書鎭, 인주함, 낙관, 붓 받침대. ‘백옥 같은 피부’라는 말로 비유의 대상이 될 만큼 맑고 투명한 백옥으로 만든 문방사우는 옥공예 장인 엄익평이 전승공예대전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연적의 물 뜨는 수저, 서진, 낙관 위의 고리 모양 장식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 기술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작품을 선물하면 상대방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은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백옥, 비취, 흑각, 대모, 상아 등으로 만든 빗치개 뒤꽂이, 산호, 옥, 밀화로 만든 노리개, 백옥, 비취, 산호 등을 조각하여 문양을 새겨 넣은 단추 등 다양한 옥 공예품이 있다. 책거리 그림, 매트 모두 고색02-796-8863 제품. 문의 02-2278-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