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유학중인 한 친구가 결혼식에 다녀온 후 내게 했던 말이다. 일본에서는 본식은 보통 가족들만 참석하고, 피로연에 하객들을 초대한다. 결혼 서약을 하고 반지를 교환하는 본식 시간은 30분 정도. 그 후 두세 시간에 걸쳐 성대하게 치러지는 피로연이 바로 일본 결혼식의 꽃인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서양식 스타일’을 선호해 교회식으로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는 웨딩홀, 호텔, 하우스 웨딩 등 결혼식이 이루어지는 곳에는 거의 예배당인 채플Chapel이 마련되어 있고 결혼식을 위해 상주하는 ‘가짜 목사’도 있다.
본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는 피로연장으로 이동해 손님들을 맞는다. 이때에는 초대를 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다. 결혼식 날짜를 잡으면 3개월 전에 미리 청첩장을 보내고, 이에 참석 회신을 한 사람들만이 결혼식의 하객이 되는 것. 일본에서 결혼 비용으로 많이 지출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하객 접대비. 음식과 답례품을 포함해 1명당 적게는 3만~5만 엔(24만~40만원 정도), 많게는 10만 엔(80만원 정도)까지 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맞춰 피로연에 참석하는 하객들도 보통 3만 엔 이상 축의금을 준비한다.
일본에서 수십 년간 살았고 현지 웨딩 전문 학교를 졸업한 아트 브라이덜의 안경자 대표는 일본 결혼식을 ‘모두가 즐기는 행복한 날’이라고 말한다.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다들 한껏 멋을 내죠. 자비를 들여 드레스를 사거나 빌려서 입고 와요. 이 때문에 일본에는 드레스를 대여해주는 업체도 많이 있고요. 일본인들은 친구 결혼식을 위해 아름답게 꾸미는 시간과 돈, 노력 등 그 모든 것이 신랑 신부를 축복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결혼이 ‘식’이라기보다는 ‘파티’예요. 같이 사진을 찍고, 장기 자랑을 하고, 춤과 노래를 즐기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흥겨운 시간을 만끽하죠.”
초대받은 손님들은 다같이 정해진 프로그램에 맞춰 식사를 하고 연회를 즐기며 신랑 신부의 행복을 함께 나눈다. 신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자리로 드레스를 몇 번씩 갈아입고 다시 등장한다. 참석자들은 이날의 커플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친구들은 피로연을 재미있게 이끌어가기 위해 앞에 나가 장기 자랑을 한다. 하객들이 돌아갈 때는 연회장 밖에서 신랑 신부, 양가 부모가 일일이 감사 인사로 배웅을 하면서 결혼식이 마무리된다. 결혼을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신랑 신부, 또 그들과 함께 기뻐하며 연회를 즐기는 하객들의 모습. 해치우듯 치르는 결혼식이 아니라 그날 하루의 행복을 함께 나누는 그들의 여유가 왠지 부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