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 씨와 '끌로에' 김선진 씨의 이야기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애정과 신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밝은 얼굴로 화답합니다. 그녀는 배우라는 그의 직업에 애정을 가지며 그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그는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였고, 그는 신인 배우였어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 그 서막을 열던 김선진 씨의 첫마디입니다. 여러 번 되풀이한 얘기일 텐데, 눈에 별을 담았네요.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 오디션 때였다고 해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명세 감독과 작업했던 그녀는 오디션에 나와 달라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갔습니다.
“너무 피곤한 상태였어요. 오디션하는 델 가니까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소파가 놓여 있었죠.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하게 걸터앉아서 배우들을 봤어요.” 신인 배우 조민기 씨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옆으로 돌아봐라, 아니 이번엔 앞으로. 헤어스타일이 좀 그렇네’하며 감독님과 솔직하고 신랄한 인물평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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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신인 연기자였어요. 오디션에 익숙지 않아 초조해하던 햇병아리였죠. 얼마나 긴장했던지.” 그런 그의 눈에 너무나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인물평을 쏟아내던 그녀가 곱게 보일 리 없었겠죠. 그래서 속으로 다짐을 했지요. ‘내가 캐스팅되면 저 여자를 제대로 잡아보겠다’라고.
신인 연기자를 원했던 이명세 감독은 조민기 씨를 발탁했고, 김선진 씨는 명민함을 지닌 샤프한 얼굴에 잘 어울리던 그의 긴 머리를 싹둑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일명 ‘호섭이 머리’라 불렸던 바가지 모양으로 바꿔버렸죠. 그뿐이면 말도 안합니다.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조민기 씨에게 그 파장을 증폭시킨 그녀의 한마디. “아유, 귀엽다.”
“그 사람, 촬영 내내 나한테 칼을 갈았다고 해요. 그런데 <첫사랑>을 1년이나 넘게 찍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엔 칼이 다 닳아버려 칼자루만 남았대요.” 배우들이 몇 걸음을 걸을 것인지, 심지어 커피를 휘젓는 방향까지 지시하는 감독님이 영화를 6개월만 찍었어도 그와는 결혼 안했을 거라며 웃는 김선진 씨.
기껏해야 하루에 1컷을 촬영하는 감독님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청춘남녀 두 사람은 많은 얘기를 나누며, 때론 그보다 많은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죠.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로 한 장소에 김선진 씨가 도착하지 않은 겁니다. 평소 약속 시간에 정확하기로 이름난 그녀가 오지 않자, 신인 배우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죠. “너 오늘 잘 걸렸다”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드디어 김선진 씨가 도착했을 때 안도하는 마음 반, 반가운 마음 반이었답니다. 그때였겠지요.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에게 닿은 것은.
섬세한 감수성에 문학적 소양까지 지닌 그는 매일 깨알 같은 글씨로 쓴 러브 레터를 건넸고, 사랑한다는 말 대신 소소한 일상을 애정으로 표현한 그 편지와 메모들은 지금도 그녀에게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습니다.
기침도 가난도 숨길 수 없다는데, 아, 사랑의 기운을 숨길 수 있나요. 두 사람의 핑크빛 무드 역시 그랬겠지요. “서로 조심하기로 했죠. 사내 연애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런데 모두 알고 있었나 봐요. 감독님한테 ‘저, 결혼하려구요’했더니 대뜸 ‘민기랑?’ 하시는 거예요. 극장에 영화가 걸리기도 전에 결혼했죠.” 그래서 결혼 사진에는 <첫사랑> 스태프들의 모습이 가득하다고 한다.
“상황적으로 보면, 내가 미쳤던 게 분명해요. 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없었으니까요. 절 예뻐하셨던 장모님이 ‘그때 뭘 믿고 결혼했느냐’고 물어보실 정도니까. 그래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큰 형님(김선진 씨의 큰 오빠)이 독한 술을 먹인 다음 ‘왜 프러포즈 하지 않느냐’며 다그치지 않았다면, 아마 그 망설임이 더 오래갔을 거라는 조민기 씨.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으며 배우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적인 이력을 기록해왔습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는 동업자로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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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최유리(프리랜서) 사진 허광(치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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