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예단,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예단이란 시집가는 신부가 시어른들께 드리는 비단을 뜻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시댁에 첫인사로 드리는 선물을 총칭하는 의미가 됐다. 똑 부러지는 절차나 정해진 방법이 있으면 좋으련만 일생에 딱 한 번뿐인 결혼식이 더욱 귀하게 빛나도록 신부가 준비하는 것이라니 간단히 생각할 문제만은 아니다. 결혼식 날 신부가 선물한 예단으로 지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시댁 어른들이 결혼식을 환하게 빛내준다고 생각하면 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의미가 되는가. 그렇기 때문에 포장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정성과 멋을 다하는 것이다. 이렇듯 예단이란 신부가 시댁 어른들께 드리는 선물이자, 두 주인공의 앞날을 빛내줄 뜻 깊은 의미가 담긴 것이라야 한다. 그런 만큼 예단의 품목도 시어머니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어떤 경우는 현금만으로 아주 간소하게, 그리고 때론 수없이 다양한 품목으로 다채롭게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 예단의 본질적인 의미는 잊은 채 양가의 체면 문제로 확대되거나 더 나아가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시어머니 친구분들이 며느리가 예단은 얼마나, 어떻게 해왔느냐고 물어보기 때문에’라든가 ‘시집가서 시어머니께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등의 과시욕에서 비롯된 예단은 고부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결혼식 자체가 어긋나는 원인으로 확대되곤 한다.
그렇다면 예비 신부라면 80% 이상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예단, 요즘 추세는 어떤가? 경건하고 아름다운 혼인을 치르면서 현금이 오고 가는 것이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속과 편리함을 강조한 현금 예단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금 예단은 정해진 기준이 없는 예단을 서로 억지로 맞출 필요 없이 필요한 물건만 골라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기 때문. 또한 실속 없이 내용만 많아지는 예단의 병폐를 막기 위해 요즘 신세대 커플들은 현금 예단과 현물 예단을 적절히 병행해서 보내기도 한다.
듀오웨드의 김은선 팀장은 “요즘은 예단의 90%는 현금으로 준비하고 나머지는 현물을 조금 섞어 현금과 현물을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특히 현물의 종류가 다양해진 게 눈에 띄는데요, 전통적으로는 원앙금침과 반상기 세트, 은수저를 보내기도 하고 침대 생활을 하는 시어른들의 경우 돌침대나 침대 커버 세트를 하기도 해요. 그리고 보통 차남일 경우 보료를 하거나 시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밍크 코트나 명품 가방 등으로 대치하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 명문가의 혼인을 이끌고 있는 결혼 정보 회사 퍼플스의 김현중 대표는 “예단이란 것은 전통적으로 꼭 정해진 물건이 있는 게 아니라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선물을 말하는 것이다 보니 경우에 따라 그 편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류 계층의 예단 품목은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들끼리의 시세와 유행에 맞는 품목을 중심으로 희소가치가 있는 선물을 중요하게 여기죠. 예를 들어 고려청자나 유명 작가의 그림, 본인이 주로 찾는 골프장 회원권,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 등입니다. 그리고 보석이나 모피 등도 일반 제품보다는 한정 수량으로만 출시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명품 액세서리, 고급 화장품 등도 리스트에 올라가죠. 또한 자가용이나 아파트까지 선물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최소 5천만원에서 2억~3억원 정도에 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예단의 품목이나 현금의 액수는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평범한 신랑 신부 사이에서 현물을 제외한 현금 예산으로는 3백만~7백만원대 정도가 가장 보편적이다. 즉, 결혼 자금을 3천만~5천만원 정도로 예상한 예비 신랑 신부라면 5백만~1천만원대가 가장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