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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나라 이현숙 원장

한복으로 문화를 말하다

시댁의 가업을 잇기 위해 시작한 한복 디자이너의 길. 한복나라 이현숙 원장은 한복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우리 옷과 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각오를 마음에 새겼다. 갈수록 한복 입는 사람들이 줄어 더욱 어깨가 무겁고 할 일이 많아졌다는 그녀는 한복이 곧 우리나라의 미래라 확언한다.


미국 게티뮤지엄 패션쇼 때 외국인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한복. 다채로운 빛깔이 오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한복나라. 다채로운 한복을 지어왔다.

명절 때 입는 꼬까옷으로만 알고 있었던 한복. 한복나라 이현숙 원장에게도 한복은 그저 가끔 입는 옷에 지나지 않았다. 꽃다운 20대 중반, 현재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한복 원단 제직 회사인 진주 남강직물의 둘째 며느리가 되면서 한복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고, 한복 디자이너가 되면서 한복은 곧 그녀의 삶이 되었다.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대를 이은 사업이고, 3대째 꾸려가는 남편의 일을 거들기 위해 시작했지만 한복을 알면 알수록 우리 옷을 이어간다는 자긍심이 생기고,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 옷을 이어가야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뒤따랐다. 기왕 시작한 일 제대로 해내고 싶은 오기가 발동했고, 한복 공부에 매진했다. 한복은 우리의 민속 의상이기 때문에 복식사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1998년 유희경 복식문화원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는 한편, 서울여대 의상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전통 복식사 부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난사연구소에서 어진(임금님의 초상화) 복식에 관해 연구하는 등 전 방위적으로 전통 복식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한복은 한반도 2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옷이자, 우리의 혼이며,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한복을 공부할수록 의상 자체의 관점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과 한복에 담긴 정신까지 사고를 넓히게되죠. 한복 디자이너는 오랜 역사가 담긴 한복과 그 시간 동안 함께 전해져 내려온 우리의 문화를 세계와 후대에 널리 알리는 문화 전령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재 욕심이 많은 이현숙 원장은 직접 원단을 제작하며 우리 옷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원단 제직부터 한복 제작까지 가능한 한복나라는 특별한 원단과 남다른 색 조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한복으로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일
이현숙 원장은 한복을 디자인하는 것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알리는 데 사명감을 품고 부지런히 달려왔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꾸 잊혀가는 한복을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허준> <상도> <서동요>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신들의 만찬> 등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한복을 협찬했고, 복식학회와 한복사랑협의회의 전시와 패션쇼 무대에도 여러 차례 한복을 올렸다. 한복을 알리는 일이라면 바다 건너 외국이라도 망설이지 않았다. 파리에서 왕실 복식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열었고, ‘우리 옷의 2000년’이란 테마 전시로 간략한 한국 복식의 여러 옷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 시애틀에서는 나고 자라는 동안 치르는 예법(관례-혼례-상례-제례)에 따라 입는 옷과 문화를 소재로 한 전시와 우리의 혼례를 테마로 한 패션쇼를 열었으며, 미네소타에서 열린 입양아 단체를 위한 패션쇼에서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서민 한복을 위주로 선보였다.

“작년 3월 미국 LA 게티박물관 초대로 게티뮤지엄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를 잊을 수 없어요. 게티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성사된 패션쇼였는데 우리 옷의 역사가 2000년이라고 말했을 때 200년을 잘못 표기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 미국인에게 차근차근 우리의 역사를 설명하고 한복을 선보이는 일이 저에게는 못 다한 숙제를 한 것처럼 즐겁고 뿌듯한 일이었거든요.”
우리나라 전 복식사와 우리의 예술 문화를 테마로 한 쇼는 뜨거운 열기 속에 시작됐고, 여기저기서 ‘원더풀’이란 극찬이 쏟아지며 그야말로 환호의 현장이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 한복을 보고 감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이현숙 원장이 한복을 단순히 의복이 아닌 한국 문화로 소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의 혼이 깃든 옷을 디자인한다는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작업한다는 이현숙 원장.


과거와 현재를 접목한 디자인을 즐겨 한다는 이현숙 원장은 전통 요소를 살리되 현대적 감각을 더한 매력적인 한복을 선보인다.



한류의 중심에는 한복이 있다
우리 문화의 중흥기로 한복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던 조선 중후기. 이현숙 원장은 지금이 그때와 흐름이 흡사하다고 말한다.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한복이 많은 변화를 겪은 것처럼 현재의 한복도 세대교체와 문화 변화 속도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시점에 우리의 옷 문화를 대표할 한복이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일이죠. 비경제적이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옷을 밀치지 말고, 사랑하고 자주 입음으로써 현재에 맞게 우리의 옷 문화를 창조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노력이 우리 옷을 세계화하고, 한류를 향해 나가가는 밑바탕이 되거든요.”
한복의 정통성을 잇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에 긍지를 느끼며, 우리 옷 문화의 선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말하는 이현숙 원장. 한복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 요즘 사람들이 한복을 기피하는 듯해 안타깝다며, 입기 불편한 옷이 아닌 입기 쉽고 입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한복이 대한민국에서 인정받고 우뚝 서는 날, 세계의 옷이 될 거라 생각해요. 오히려 외국인은 한복의 고운 자태와 이에 깃든 우리 문화를 경험하는 일에 마음 설레하거든요. 우리나라 사람 모두 한복 전도사가 되어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그날까지 제 숙제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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