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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숨어 있어 더 매력적인 을지로 핫플레이스

여름밤, 을지로에서

마치 홍콩 거리를 거니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거닐며 연인과 데이트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기존의 질서를 바꾸고 번듯하게 지은 새 건물이 아니라 빈티지한 골목에 숨어 있어 더욱 매력적인 을지로 핫플레이스들.

십분의일







올드보이가 연상되는 으슥하고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낡은 문에 테이프로 삐뚤빼뚤 붙인 ‘커피, 치즈, 와인, 맥주, 각종 안주, 소주 없음’ 글자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마치 친구의 작업실에 놀러온 듯한 캐주얼한 분위기의 와인 바, 십분의일이 등장한다. 드라마 PD였던 이현우 대표는 퇴사 후 언론고시 스터디를 같이하던 친구들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경제 공동체인 ‘청년 아로파’를 만들게 되었고, 10명의 멤버들이 각자의 소득에서 10%씩 내는 회비로 운영하는 십분의일을 오픈하게 되었다. 10명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덧 2호점 격인 ‘빈집’을 열 만큼 자리를 잡았다. 3만~4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와인과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어 퇴근 후 연인과 오붓하게 한잔 기울이고 싶은 곳이다. 시그너처 메뉴인 꿀치즈는 꿀을 바른 치즈에 깻잎을 얹고 겨자에 찍어 먹는 안주로 달달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와인 안주로 제격이다.

추천 메뉴 꿀치즈 1만3000원
운영시간 06:00~12:00(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42-9, 2층
문의 02-6080-8051


레드스타





인쇄소와 철물점의 불이 꺼지는 어두운 밤이 되면 멀리서 빛나는 붉은 별이 술꾼들을 유혹한다. 어둡고 좁은 내부에 들어서면 주황 불빛이 아른거리는 바에 앉아 연인과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박찬일 셰프 추천으로 이곳의 요리를 책임지게 된 안세준 셰프는 이탤리언, 프렌치 등 컨템퍼러리 퀴진에서 실력을 쌓았으며 한식에도 관심이 많다. 오픈 초기는 물론 지금도 스승 격인 박찬일 셰프가 자주 찾아 메뉴에 대해 조언해주는데, 캐주얼한 메뉴가 대부분이었던 을지로에서 맛볼 수 없던 수준급의 메뉴를 선보인다. 제철 재료에 맞게 변경되는 메뉴들은 소주, 위스키, 와인, 맥주와 두루 어울린다. 한국식으로 고추장을 넣어 매콤하게 만든 로메스코 소스 위에 도토리만 먹고 자란 스페인 흙돼지인 이베리코, 완두콩, 민트를 올린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육질과 촉촉한 소스, 완두콩의 질감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 일품이다.

추천 메뉴 팬프라이 이베리코 스테이크 2만2000원
운영시간 18:00~24:00(일요일,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휴무)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48-12
문의 02-6489-2927












오래된 한옥 마을이던 익선동에 카페 ‘식물’을 열면서 익선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주역인 공간 디렉터 루이스 박이 이번에는 을지로에 카페 겸 바를 열었다. 식물을 오픈할 당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연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이번에는 인간, 사물, 공간 세 단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했다. 가게 한쪽의 캐비닛에는 빈티지를 좋아하는 그가 수집해온 다양한 잔들이 진열되어 있다. 손님들은 원하는 잔을 선택한 후 음료를 주문하는데, 10분이 넘게 고심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와인 잔을 들고와 커피를 주문하는 이도 있다. 연유가 담긴 컵 위에 커피 여과기를 올려주는 베트남 연유 커피를 주문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각자가 고른 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문 대신 커다란 구멍이 뚫린 벽면이나 거꾸로 매달린 잔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화장실 등 카페 내부는 마치 갤러리처럼 독특하다. 5월 말에는 세운상가 뒤쪽에 ‘루이스의 사물들’이라는 세 번째 가게도 오픈할 예정이다.

추천 메뉴 베트남 연유 커피 6000원
운영시간 11:30~24:00(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52
문의 02-2285-4854


호텔수선화







간판도 없이 감각적인 로고만이 암호처럼 붙어 있는 건물 4층에 위치한 호텔수선화는 본래 작업실을 구하던 세 명의 디자이너가 합심해 만든 공동 공간이었다. 주얼리 부품을 구하기 쉬운 종로와 가죽을 구하기 좋은 신설동, 원단 시장이 있는 동대문에 작업실을 구하던 세 명의 디자이너는 세 곳의 중심지인 을지로를 선택했다. 꽤 넓은 내부의 절반을 세 개의 독립된 작업실 부스로 만들고, 좋아하는 맥주 등을 팔았는데 독특한 분위기 덕에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원혜림 대표의 주얼리 브랜드인 ‘파이서울’의 작업실만이 남았다. ‘식물’과 ‘잔’의 대표인 루이스 박이 디렉팅한 내부는 손수 패턴을 따고 천을 사서 만든 전등부터 천장을 비추는 미러볼, 네온사인 등 유니크한 느낌이 가득하다. 편집숍의 팝업이나 다양한 공연도 수시로 열리니 문화 취향이 맞는 커플들에게도 추천한다. 녹차, 재스민, 페퍼민트가 믹스된 민트 밀크티를 비롯한 음료는 힙한 보틀 디자인부터 독특한 맛까지 취향을 저격한다.

추천 메뉴 민트 밀크티, 아이스 초콜릿 각 7000원
운영시간 12:00~24:00(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중구 충무로7길 17 4층
문의 070-8950-2649


김수영 기자 사진 장주흡, 한철휘, 오동현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