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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Honeymoon /

융프라우에서 사랑을 속삭이다

만년설이 쌓인 그림 같은 알프스 풍경만 보고 오기엔 융프라우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유럽의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각종 볼거리는 물론 발목까지 쌓인 눈밭을 누비며 액티비티를 탐닉하고 뜨끈한 스파로 여독을 녹이며 오감으로 스위스를 만끽해보자.




암벽을 따라 고정시킨 짜릿한 절벽 다리를 걷는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


융프라우 지역의 산과 마을을 아기자기한 동화 속 마을처럼 담아놓은 대형 스노볼 ‘알파인 센세이션’.


360도 입체 화면을 통해 4분 동안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융프라우 파노라마’.


융프라우요흐에 마련된 채플린의 40 주기 기념 얼음 동상에서 포즈를 취한 찰리 채플린의 다섯 번째 아들, 유진 채플린과 조각가 존 더블베이.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
엽서 속 그림 같은 풍경의 스위스는 대부분의 허니무너가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이며 그중의 하이라이트는 알프스 산맥의 고봉 융프라우Jungfrau다. 스물둘의 봄, 배낭여행으로 융프라우 정상을 올랐던 나는 이번에는 매서운 겨울 설산을 맞이할 생각에 설렘과 걱정이 앞섰다. 이참에 서울에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던 등산용품을 시험해보자며 고어텍스 패딩과 방한 부츠, 핫팩까지 두둑이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융프라우 정상으로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우리는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 역에서 라우터부룬넨Lauterbrunnen과 클라이네 샤이데크Kleine Scheidegg를 거치는 루트를 택했다. 열차 안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 신혼부부들과 배낭여행객들이 눈에 띄어 인기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넓은 파노라마 창으로 상상 속의 알프스 설산이 위용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드디어 붉은색 톱니바퀴 산악 열차를 타고 단단한 바위를 뚫어 만든 터널을 지나 해발 3454m 높이에 자리한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Jungfrujoch 역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에 이렇게 빠르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니 열차 왕국 스위스의 기술력과 집념에 감탄과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알프스 산맥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의 시작점에 내가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흥분되어도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금물. 평소 보폭의 반 정도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세계 최고의 역에서 준비한 여정들을 즐기면 된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화살표가 그려진 푸른색의 투어 표지판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날씨가 흐린 날에도 환상적인 알파인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360도 입체 화면을 통해 펼쳐지는 ‘융프라우 파노라마’, 신비로운 불빛과 음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는 대형 스노볼 ‘알파인 센세이션’, 자연 그대로의 알레치 빙하를 조각해 만든 ‘얼음 궁전’ 등이 대자연을 바라만 보기엔 아쉬운 젊은 커플들에게 더욱 로맨틱한 추억을 선사한다. 메인 빌딩 입구에서 꼭 먹어야 할 것 중 하나는 한국 컵라면이다. 동신항운의 융프라우 할인권으로 받은 CHF6 바우처를 사용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점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통이 있으니,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엽서에 적어 한국으로 보내보는 것도 낭만적일 것.

아직 더 올라갈 곳이 남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승강기를 타고 오르면 해발 3571m의 스핑크스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융프라우와 묀히Monch 정상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길이 22km의 알레치 빙하와 독일 흑림 지대까지 조망할 수 있다. 봄에 바라보았던 융프라우가 새침한 젊은 처녀 같았다면, 겨울의 융프라우는 겨울 왕국의 여왕처럼 매섭고 무섭지만 그만큼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더했다. 어느 계절에 방문하든 방한복을 준비해야 하며 새하얀 눈밭에 반사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선글라스도 필수다.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 정상으로 향하는 곤돌라.


피르스트 정상에서 시속 80km가 넘는 속도로 새처럼 하강하는 ‘피르스트 글라이더’.


찰리 채플린이 25년간 말년을 보낸 생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채플린 월드’.


웅장한 규모의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압권인 ‘빅토리아 융프라우 그랜드 호텔&스파’.


융프라우요흐 역의 하이라이트인 ‘스핑크스 전망대’.
사계절 액티비티의 천국, 피르스트
“참가 전 드린 준비 목록 잘 받으셨죠? 챙겨 오신 모든 장비들을 오늘 아낌없이 다 착용하시면 됩니다.” 이번 여정을 함께한 동신항운 송진 이사가 추위와 고산병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이날은 해발고도 2168m에 자리한 피르스트First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겨볼 참이었다. 인터라켄 역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려 액티비티를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짧은 일정 동안 알프스의 모든 매력을 다 보여주겠다는 듯 곧 소담한 눈송이가 내리기 시작했다. 피르스트까지는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서 곤돌라를 타고 등정할 수 있다.

1986년 스위스관광청과의 긴밀한 협조로 다시 태어난 케이블카는 25분 만에 피르스트 정상까지 안내한다. 곤돌라 아래로 아름다운 고원 목장의 고장, 그린델발트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졌고 웅장한 아이거Eiger, 묀히 등의 거봉이 솟아 있었다. 눈이 쌓인 나무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해 더욱 로맨틱했다. 스키와 눈썰매 명소인 피르스트를 찾아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수많은 스키어들 모습이 까만 점처럼 점점 작아졌다. 피르스트는 스키와 썰매 외에도 아름다운 바할프제Bachalpsee 호수까지 이어진 하이킹 코스나 피르스트 플라이어처럼 사계절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피르스트 정상에 도착하자 허벅지까지 쌓인 휘핑크림 같은 눈과 함께 암벽을 따라 고정시킨 절벽 다리를 걷는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First Cliff Walk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다리를 걷는 동안 바로 아래로 낭떠러지가 펼쳐지는 아찔한 고도가 느껴져 현기증이 날 것 같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이거 북벽의 경치는 전율이 느껴질 만큼 환상적이었다. 전망대 옆에 마련된 산장의 레스토랑에서 스위스식 마카로니와 따뜻한 와인인 뱅쇼로 몸을 녹였다. 본래는 이곳에서 파울호른Faulhorn까지 하이킹을 한 후 그린델발트까지 장장 15km에 달하는 썰매 코스를 달릴 예정이었지만 아쉽게도 눈보라가 심해져 곤돌라를 타고 슈레크펠트Schreckfeld 역으로 다시 내려왔다.

작년 새로 생긴 화제의 액티비티, 피르스트 글라이더First Glider를 탑승하기 위해서다. 독수리 모양처럼 생긴 기구에 슈퍼맨처럼 매달려 1950m의 슈레크펠트 역에서부터 시속 40km로 출발한 후 피르스트 정상에서 시속 80km가 넘는 속도로 그야말로 새처럼 하강하는 짜릿한 액티비티다. 고백하건데 정상까지 뒤로 천천히 올라가는 시간 동안 너무 무서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제외한 다른 기자들은 운행 시간이 너무 짧다며 아쉬워했을 정도. 눈이 내리는 날에는 눈보라가 얼굴을 휘감으니 얼굴 전체를 완전 무장하길 권한다. 흥분 넘쳤던 액티비티를 뒤로하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길, 스위스 전통 산장인 샬레에 하나둘 불빛이 켜지며 아쉬운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하루 종일 눈이 내린 추운 날이었지만,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 모두 이제야 알프스의 진면목을 만난 것 같다며 융프라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

Editor’s Pick
올해로 타계 40주년을 맞은 채플린의 생가가 위치한 브베의 채플린 월드와 스파 천국인 럭셔리 호텔, 융프라우 여행의 필수품인 VIP 패스까지. 스위스 허니문을 풍성하게 해줄 정보들을 소개한다.

스위스에서 꽃핀 사랑, 채플린 월드
제네바 인근 레만Leman 호반에 위치한 작은 도시 브베Vevey에는 채플린이 25년간 거주한 생가를 박물관으로 보존한 채플린 월드Chaplins World가 있다. 채플린의 다양한 작품들과 일대기가 밀랍 인형과 영상 등으로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36세의 나이 차를 극복한 그의 마지막 사랑, 우나 오닐과의 행복한 노년의 모습이 로맨틱하다. 올해는 채플린 타계 40주년을 맞아 융프라우철도와 채플린 월드가 손잡고 제작한 기념 동상이 융프라우요흐 얼음 궁전에 조성되기도 했다.

알프스의 풍경이 깃든 스파, 빅토리아 융프라우 그랜드 호텔&스파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한 규모의 빅토리아 융프라우 그랜드 호텔&스파Victoria Jungfrau Grand Hotel&Spa는 객실 내 발코니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3개의 산이 마주 보이는 클래식한 호텔이다. 5500m2 규모의 스파 시설에는 웅장한 기둥의 수영장과 2개의 월풀, 야외 해수탕과 사우나 시설은 물론 최고의 트리트먼트를 자랑하는 스파 네스센스도 준비되어 있어 허니무너를 유혹한다. 문의 www.victoria-jungfrau.ch

융프라우 VIP 패스
융프라우 철도의 VIP 패스는 융프라우 철도가 운영하는 7개 노선을 계속 탑승할 수 있으며 융프라우요흐, 피르스트, 쉬니케 플라테, 하더 쿨룸, 뮤렌, 멘리헨을 등정할 수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인터라켄, 그린델발트 마을버스와 그린델발트, 벵엔 마을 스포츠 센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여정이 편리해졌다. 계절별로 다양한 액티비티가 무료 또는 할인 제공되며, 정상에서 먹는 무료 컵라면 바우처도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