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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겪은 선배들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아찔한 나의 실수

한 치의 오차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일생일대의 결혼식. 먼저 겪은 선배들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아쉬웠던 점을 참고해 ‘아차’ 하는 후회를 남기지 말 것.

내 멋대로 화동 
준비하고 연습한다고 될 일이 아니긴 했다. 귀여운 조카를 내 결혼식 화동으로 세우는 건 오랫동안 바라던 작은 소망이었다. 조카 나이 세 살. 너무 어렸던 탓일까. 내 앞길을 터줘야 했던 조카는 “신부 입장” 소리가 들려도 꽃바구니 대신 로봇 장난감만 손에 쥐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양손에 로봇과 꽃바구니를 들려 세우자 엉뚱한 곳으로 달려가 로맨틱한 나의 꿈을 가차없이 깨버렸다.


제발 멈춰줘 
평소 밥 대신 우유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는데 그날 같은 증상은 처음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를 하고 미용실로 출발. 기분과 함께 장까지 들뜬 걸까. 화장실을 드나드느라 불안감이 엄습했고 주례 앞에 서서도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을 맛봐야 했다. 



하와이, 비자 꼭 챙기세요
허니문은 역시 하와이라며 망설임 없이 여행지를 결정한 우리. 역시 천생연분이지. 하지만 예식이 끝나고 서둘러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좌절하고 말았다. 하와이는 미국령이기 때문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던 것. 게다가 신랑은 전자여권이 아니라 ESTA(미국 비자 면제 전자여행허가)라 신청마저 불가능. 천생연분에서 한순간에 무식 커플이 된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축의금 반환 사건 
결혼식 전날, 축의금 받을 가방을 동생에게 맡기며 사회자와 주례자 사례비, 수모비 등 도움을 준 분들께 드릴 봉투를 넣어둘 테니 예식 후 전하라고 당부했다. 식을 마치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행복을 만끽하며 인천으로 출발, 공항 샤워실에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동안 신랑은 각자 받은 축의금을 모아 환전했고 예상보다 많은 금액에 즐거움은 두 배가 되었다. 원 없이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동생의 난감한 표정 “언니 미안해, 그날 너무 정신없어서 봉투를 전달 못했어.”

내 몸은 모델이 아니었거늘
잡지 속 모델들이 입은 장식 없이 심플하고 슬림한 라인의 웨딩드레스만 눈에 들어왔다. 드레스 숍에 가서도 화려한 스타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심플한 스타일만 고집했고 결혼식 날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완벽하게 무장하면 세련된 신부로 변신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예상치 못한 하객들의 반응 “신부보다 신랑이 훤~하네!”


자연 미인? 자연인! 
하객을 직접 마주하고 인사하는 본식 헤어와 메이크업은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들어왔다. 그 조언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 미용실에서 메이크업 받는 내내 “가볍게, 살짝만”을 연신 강조했고 헤어스타일 또한 순정만화 속 주인공처럼 머릿결을 살려 풀어 내렸다. 식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속눈썹이 부담스러워 보여 몇 가닥을 떼어내고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아직 메이크업 안 한 거야? 왜 이렇게 평소와 비슷해?” 친구들은 내가 아닌 공주님을 상상하며 결혼식에 왔나보다. 


백승이 기자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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