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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TALK

그래서 결혼했어요

나와 맞는 결혼할 사람은 정말 따로 있는 것일까? 이 사람과‘결혼하고 싶다’라는 느낌이 왔다는, 저마다의 잊지 못할 사연들.



01. 잘 싸우는 여자
여자 친구를 본 후 한눈에 반했고, 나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사귀게 됐다. 꿀 바른 듯 알콩달콩한 연애 3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싸웠다. 어떤 연유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싸움이 괜한 자존심 대결 아니던가. 나는 지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자존심만 내세우며 지지 않으려는 나와는 조금 달랐다. 일단 화를 내지 않았고,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차분하게 설명해줬다. 결과적으로 싸움에서는 내가 졌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주 장점이 많은 여자 친구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지혜로운 그녀의 모습이었다. 부부가 되면 잘 싸우는 것도 기술이고 능력이라는 유부남 선배들의 조언이 문득 떠올랐다.

02. 일사천리 결혼식
첫 만남 이후 고백을 받았던 그날 그의 말은 “사귀자”가 아닌 “결혼하자”였다. 만난 지 2주일 만에 결혼이라니!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소 어렵고 진지한 이야기였는데, 진심으로 잘 들어주었고 그다음 주 우리 가족을 만났다. 남자 친구는 정성스럽게 어머니와 눈을 맞추고는 두 손을 잡고 “예쁜 딸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 말과 행동이 진심으로 마음에 꽂혔다. 그때 그 감정은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처음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만난 지 3개월 만에 상견례를 했고, 현재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예비 신랑의 추진력 있는 모습이 든든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결혼을 진행한 남자 친구는 프러포즈 역시 남달랐다. 혼인신고서를 가져와 내밀며 결혼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준 것이다. 결혼 성사는 남자가 얼마나 나서서 추진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03. 사치하지 않는 매력
추진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꽤 힘든 시기가 있었다. 여자 친구의 생일은 다가오고, 평소 여자 친구가 갖고 싶어 하던 가방을 꼭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여유가 없던 터라 고가의 선물을 해줄 수 없었고, 비싸지 않은 시계를 골라 선물했다. 더 좋은 선물을 해주지 못해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선물 받은 시계를 만날 때마다 차고 나왔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가방은 나중을 위해 아껴둔 것이라며 나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겉으로 보기와 달리 취향까지 검소하고 소박한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솔직한 이야기로 나와 평생을 살아갈 여자가 마냥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 해 그녀의 생일에 그 가방을 선물했다.

04. 인기 만점 그녀
작년 여름, 여자 친구를 데리고 군대 동기 모임에 같이 간 적이 있다. 동기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유부남인데다, 아이를 동반하고 나오는 자리라 조금은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같이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그 자리를 즐겨주었다. 그렇게 무사히 모임을 마치고 동기에게 전화를 받았다. “네 여자 친구 정말 괜찮더라! 아내가 무척 좋아했어. 결혼은 언제할 거야?” 라고. 그리고 그해 겨울 우리는 다 함께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그 역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분이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준 그녀의 마음이 고마웠다. 이런 사람이 나의 아내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05. 위기를 함께 겪어보니
둘이 함께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4중 추돌이라는 큰 교통사고가 났다. 당시 타고 있던 의자 등받이가 부서질 정도로 충격이 컸고 버스 창문 절반이 깨졌다. 여기저기 앓는 소리, 옆 사람 안부를 묻는 소리, 기사의 외침 등… 처음 겪는 아수라장 속에서 놀란 건지 장기가 다친 건지 갑자기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고,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배가 아팠다. 한데 그 속에서 자기 안경이 어디로 튀어갔는지도 모른 채 내 안위만 챙기는 한 사람이 있었다. 119요원을 기다리며 내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한 사람. 나의 엑스레이, MRI 촬영 결과가 괜찮다고 나올 때까지 본인 아픈 건 생각지도 않던 사람이었다. 나중에 검사 결과를 확인하니 그는 전치 6주라고 했다. 나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위험한 상황에서 내 옆을 끝까지 지켜준 이 사람이구나! 결혼에 대한 느낌이 왔다.

06. 기승전 너, 이런 사랑꾼이라면
예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는 자취 생활을 했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추석이면 그를 위해 5단 도시락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에게 ‘맛있다,’‘고맙다’라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내가 더 좋아했기에 매년 추석 음식을 챙기고 마음을 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다음 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교제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추석이었다. 헤어지려는 찰나, 남편이 운전석 밑에서 부스럭부스럭 웬 봉지를 꺼내 내밀었다. 그 봉지 안에는 전, 고기, 잡채가 들어 있는 도시락이 있었다. 그 순간 ‘아, 이 남자랑 결혼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예전 남자 친구한테 했던 미련한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두말할 것 없이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주혜선 기자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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