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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일상의 마법

윤일상, 박지현 부부

결혼한 지 벌써 5년, 그사이 쌍둥이의 부모가 된 두 사람. 그럼에도 이들은 지금껏 ‘연애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독신을 다짐했던 남자 윤일상의 마음을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사로잡은 여자 박지현,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마법에 빠져 있었다.


(윤일상)더블 버튼 재킷과 브이존 네크라인 셔츠, 블랙 보타이 모두 장광효 카루소. 블랙 턱시도 팬츠 바톤. 트럼프 브로치 케이트앤켈리. 블랙&화이트 윙팁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지현)미니 벌룬 드레스 이상봉. 진주 헤어밴드 JP클라리쎄. 화이트 플라워 이어링 케이트앤켈리. 와인 컬러 가죽 브레이슬릿 티에르. 화이트 레이스 오픈토 씬.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을 생각하면 아직도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머금어진다. 결혼 전에 ‘윤일상 저작권료’를 검색해봤다는 박지현의 말에 모든 스태프가 깔깔대며 웃었고, 새벽 네 시에 자다 깬 선율, 시율이와 놀아주고 있는 부스스한 모습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윤일상에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촬영 중간중간 아내를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는 그와 ‘일부러 넓데데하게 찍는다’며 핀잔을 주는 그녀의 알콩달콩한 대화에는 행복이 묻어났다. 천생연분, 혹은 합이 잘 맞는 ‘만담 콤비’ 같은 이 유쾌한 부부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윤일상)핀턱 셔츠와 골드 원형 커프 링크스 모두 바톤. 블랙 보타이 레인. 블랙과 골드 컬러 메탈 안경 비씨비걸스. 
(박지현)
언밸런스 드레스 몽유애. 레드 스퀘어 이어링 케이트앤켈리. 

인연이 되려고 했다
일가친척들에게까지 ‘독신’으로 살 것이라 엄포를 놓았던 윤일상. 그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자신도 없었고, 가정을 꾸리고 지키는 것보다 음악이라는 세계 속에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서 가끔 지옥 같은 일을 겪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삶에 치이고 지쳐갈 무렵 상처받지 않은, 순수하고 밝은 여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인이 소개해줬어요.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처음 한 생각이 웃기게도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결혼하자’했고 한 달 후에 상견례까지 마쳤죠.” 윤일상의 이야기를 듣던 박지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말을 잇는다.

“‘이 남자가 미쳤나’ 싶었어요. 아니면 ‘날 쉽게 보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 뒤로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이 남자가 휴대전화 번호를 처음으로 바꾼 거예요. 바뀐 번호로 연락이 왔는데, 일상 씨인지 모르고 전화를 받았죠.” 어렵게 통화가 된 두 사람. 윤일상은 그녀에게 “공연을 보러 가자”고 했다. 다짜고짜 결혼하자던 남자가 부담스러웠던 그녀였지만, ‘공연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김건모 콘서트’를 함께 보러 갔다. 바람둥이처럼 보였던 그이지만, 진지하고 진실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작곡가’ 윤일상에서 ‘남자’ 윤일상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남자, 정말로 널 좋아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도 결정적이었다. “그때는 여러 사람이 있어도 저만 보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우주 최강’으로 예쁘다는 이야기까지 하면서요. 하하. 그래서 친구도 그렇게 느꼈나 봐요.”


연애 같은 결혼 생활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기간이 짧았죠. 둘 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에요.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생기기 전 3년간 우리는 거의 ‘동거’하는 기분으로 신혼 생활을 했으니까요.” 서로의 사소한 습관 하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은 신혼여행에서조차 좀 어색했다고 한다. 그녀가 호텔에서 화장실에 갈 때 그는 밖에 나가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결혼 생활이 더욱 ‘연애’처럼 느껴졌다. “막연히 상상하고 있는 이미지 같은 것이 있잖아요. 그게 깨질까봐 사실은 겁이 나더라고요. 조신한 여잔 줄 알고 있었을 텐데, 하하.” 의도치 않은 ‘내숭’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짧은 연애 기간, 윤일상은 오히려 결혼 후 발견한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고 한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정말 저렴한 것이에요. 아내가 이런 것들을 검색해서 잘 사거든요. 여행지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점도 잘 찾아요.
현지 가이드가 놀랄 정도로요. 현실적인 문제들을 존경스러울 정도로 잘 처리하죠. 또 저는 약간 결벽증이 있는데, 아내 역시 그래요. 청결하게 정돈된 집 안은 물론 선율이, 시율이를 돌보는 솜씨하며. 정말로 저는 음악만 하면 돼요.” 그는 결혼 전까지 ATM에서 입금이 되는지도 몰랐고, 전구 한 번 갈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저 “는 주부이지만, 밖에서 일하는 것만큼 만족스럽고 성취감도 커요. 집 안에서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남편은 진심으로 인정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주거든요. 저 스스로도 행복하고요. 지금은 남편의 매니지먼트와 재무 관리까지 겸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만족스러워요. 결혼한 후 우리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최고인 것 같아요.”


(윤일상)블랙 벨루어 바이올렛 재킷과 팬츠 모두 바톤. 체크무늬 와인 셔츠 휴고보스. 골드 컬러 보타이와 바이올렛 깃털 장식 모두 레인. 브라운 스트레이트 팁 세라. 
(박지현)네크라인 포인트의 블랙 드레스 다이아나 베일, 메탈 라운드 링과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 진주 장식 이어링 케이트앤켈리.

가족, 그 일상의 기적
“음악은 내 자신보다 중요한 것이었어요. 제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 있었죠. 하지만 결혼 후 놀랍게도 가족이 음악보다 우선이 되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에요. 아이를 바라보고, 아내의 손을 잡고. 이런 생활이 정말 행복해요. 이런 기적을 가능하게 한 사람이 바로 아내죠.” 결혼 전에는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매일 밖으로 돌았던 윤일상이지만 지금은 집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쌍둥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들어올 때 가끔 불쌍한 목소리로 ‘배가 고파’ 하고 전화가 와요. 이렇게 귀엽게 말하는 데 밥을 안 차려줄 수가 없죠. 집에서는 애교도 많고 가끔 혀 짧은 소리도 내는 사랑스러운 남편이에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에서 사랑이 흘러넘친다. 이야기를 하며 잘못된 부분은 티격태격 고쳐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부부. “작곡가의 아내로 사는 게 정말 행복해요. 저를 만나고 처음 만든 음악이 이은미 씨의 ‘녹턴’이라는 곡인데, 작업실에서 들려주는 거예요. 세상에 나오기 전, 그 생생한 음악을 제가 처음 듣는 거잖아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퍼지더라고요. 함께 있을 때 ‘악상이 떠올랐다’며 휴대전화에 녹음해두는 것들이 음악으로 만들어져 들을 때, 새삼 남편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얼마 후면 쌍둥이 선율이와 시율이의 첫돌이다. 두 아이는 기적처럼 다가와서 부부에게 사랑을 전해준 소중한 존재. 선율은 ‘멜로디’를, 시율은 ‘시의 운율’을 뜻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윤일상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유해졌다’는 이야기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기 삶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니까 그런 조언들을 해주고 싶어요. 긍정적으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라고. 우리 부부가 그렇거든요.” 감성적인 윤일상과 현실적인 박지현. 두 사람의 성향은 정반대이지만, 이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행복한 결과를 낳았다. 서로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것들을 알아보고 서로의 삶에 조금씩 보태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만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의 기본 바탕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긍정과 사랑이었다.


이은빈(프리랜서) 사진 이진수(비쥬바이진스) 스타일링 이윤정 헤어&메이크업 라끌로에(헤어 조연희, 메이크업 이예지) 의상 협조 다이아나 베일(02-555-0387), 레인(02-2266-3455), 몽유애(02-541-8575), 바톤(02-514-1225), 세라(02-512-4393), 시티즌 by 갤러리어클락(02-542-0385), 씬(02-543-8132), 이상봉컬렉션(02-546-4088), 장광효 카루소(02-547-0753), 케이트 앤 켈리(02-508-6033), 타루토 옵티컬(02-552-7583), 티에르・JP클라리쎄(02-540-7817), 휴고보스(02-515-4088)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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