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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는 삶

김인수∙김혜은 부부

14년 전 물같이 잔잔한 남자와 불같이 화끈한 여자가 만났다.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신기하게도 금세 솔 메이트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 이후 김인수・김혜은 부부는 한결같이 서로를 지지하며 살아왔다.



(김인수)그레이 컬러 체크 슈트. 화이트 커프스 셔츠 모두 마크론슨. 블랙 워치 비비안웨스트우드 워치. 네이비 컬러 타이, 브라운 컬러 태슬 로퍼 모두 라바르카.
(김혜은)딥블루 컬러 홀터넥 드레스 이상봉. 실버 스트랩 슈즈 지니킴. 

촬영장에 들어선 김인수는 다정다감하고 친절했다. 김혜은이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그는 틈틈이 스태프들에게 말을 걸고 촬영 콘셉트를 체크했다. 준비가 끝난 김혜은은 카메라 앞에서 거침이 없었다. 그런 김혜은을 조용히 서포트해주는 것은 김인수의 몫이었다. 김혜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혼 14년 차 부부치고는 너무 살가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이 아직도 이들의 애정을 샘솟게 하는 걸까?

영혼이 닮았다
김인수와 김혜은의 첫 만남은 14년 전 소개팅 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인수는 그녀의 밝은 기운에 반했고 곧바로 ‘내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혜은 역시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선교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종교적인 부분이 통했고 봉사에 대한 가치관도 같았죠.” 처음부터 통했던 그들은 9개월의 짧은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연애 기간이 짧아서인지 결혼해서도 연애하는 기분이었다. 6년 동안 아이가 없어 마음고생을 좀 했지만 둘의 관계는 변함없이 돈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물과 불 같은데 어떻게 잘 맞을 수 있을까? 남편 김인수에게 물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아내와 나는 자란 환경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비슷해요.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곳을 보면서 사는 거죠.” 그들은 봉사활동으로 더욱 끈끈한 부부애를 다졌다. 둘 다 봉사활동이 몸에 밴 부모님 밑에서 자라 봉사는 의무나 책임이 아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결혼 초부터 꾸준히 후원해온 ‘기아대책본부’와는 이제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다. 김혜은은 살아가면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같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소하게 싸우는 일도 많죠. 남편은 무척 세심하고 단점을 꼭 지적하는 편이에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부딪힘은 어떤 부부에게나 있죠.” 김인수・김혜은 부부는 사소한 문제로 마음 상하기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부부관계에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블랙 체크 턱시도, 화이트 셔츠 모두 마크론슨. 블랙 팬츠, 그레이 투 톤 보타이 모두 라바르카. 블랙 워치 게스워치. 



(김인수)네이비 컬러 체크 슈트, 화이트 셔츠 모두 마크론슨. 블랙 워치 게스워치.
(김혜은)레드 컬러 원피스 자라. 골드 귀고리 프란시스케이. 


뜨거운 것이 좋아
드라마 <밀회>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김혜은은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여배우가 됐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내,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평범한 남편이라면 이런 아내를 불만스러워할 만도 하다. 하지만 김인수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좋아요.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죠. 아내는 무엇을 하든 자신의 에너지를 몽땅 쏟아붓는 사람이에요.” 그의 역할은 지지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김인수 역시 바쁜 치과의사이지만 딸의 육아를 전적으로 도맡고 있다. 딸의 아침과 옷을 챙기고 시간이 날 때마다 놀아주는 것은 그의 몫이다. 김혜은은 이런 남편에게 아낌없이 고마움을 표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빠와 엄마 역할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남편과 딸 가은이는 불만은커녕 최고의 여배우가 되라고 늘 응원해주죠. 저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줄 때마다 감동해요.” 기상 캐스터에서 배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김혜은은 한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영화 캐릭터의 성격 때문에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8개월 동안 피우고 상스러운 욕을 내뱉어야 했을 때 이렇게까지 해서 배우를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밀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김인수는 그녀가 방황하지 않도록 꽉 잡아주었다. “센 역할을 많이 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아내에게는 철학이 있어요. 악역이야말로 사람 본연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캐릭터라는 거죠. 스타가 되고 싶었다면 우아하고 예쁜 역할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그 철학이 흔들리지 않게 늘 기운을 북돋았죠.” 이런 남편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김혜은은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 강한 여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딥블루 컬러 홀터넥 드레스 이상봉. 




비즈 스팽글 차콜 드레스 럭스 엘리자베스. 크리스털 귀고리 케이트앤켈리. 골드 스터드 장식 플랫폼 나무하나.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라
김혜은에게 남편이 든든한 조력자라면 김인수에게 아내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동반자다. 부부가 살면서 위기를 맞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뜻대로 따라오기만 바랐다면 결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혜은은 남편에게 변화를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영혼이 통한다고 행동이나 말투, 생활 습관까지 같을 수는 없어요. 오랜 시간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부딪힐 때마다 욕심을 비워가며 상대방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죠.” 김혜은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절대 결혼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거라고 기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모든 환경이 바뀌고 대단히 큰 행복이 찾아올 것 같죠. 하지만 결혼은 결국 현실이에요. 진정한 행복은 서로를 인정하는 순간 찾아와요. 그것만으로도 즐겁게 살 수 있어요.” 김인수는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14년을 함께 살아온 것이 무척 감사하다. 살면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둘이 같이 손잡고 헤쳐 나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창한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서로 인정하며 잘 살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비춰지면 그게 행복이죠. 관계가 힘들어지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을 생각해요. 부부만큼 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는 관계는 없으니까요.”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4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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