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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연 이혜순

한복은 결혼의 예禮다

타고난 한복장이 담연 이혜순은 결혼할 때 의무적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결혼의 예를 다하기 위해 갖춰 입는 것이 ‘한복’이라 말한다. 그녀가 직접 지은 신부 한복부터 함받이 한복, 폐백 한복까지 보는 것보다 입어서 더 아름다운 한복으로 결혼의 예를 전한다.



담연 이혜순 디자이너가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추천하는 한복.
피로연 한복, 웨딩 한복 드레스, 활옷과 원삼. 원삼은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온 여성 예복으로 궁중에서 대례복으로, 활옷은 주로 공주와 옹주의 대례복으로 양반집 규수들의 혼례복으로도 입었다.


담연은 ‘연꽃이 핀 못’이라는 뜻으로 디자이너 이혜순의 호이자 그녀가 한복을 짓는 공간이다. 한복을 지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하루도 손에서 한복을 놓은 적이 없을 정도로 한복을 사랑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 한복이라 믿는 그녀.
“한복은 어느 자리에서든지 저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고 수다스럽지 않게 표현해줘요. 또 제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생각, 가치관, 감각까지… 모든 것을 전달하는 옷이 바로 한복이랍니다.”
이혜순은 정식으로 한복을 공부하거나 누구누구의 제자로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는 아니다. 어린 시절 늘 한복을 입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한복을 보고 입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한복 짓는 일이 좋아서 겁도 없이 뛰어들게 된 한복 디자이너 길. 모든 자료는 책 속에 있다고 믿고, 책벌레가 되어 한국의 전통 복식을 공부했고 나아가 한복에 접목시킬 만한 디자인과 예술사에 대해서도 쉼 없이 연구했다.

이미 ‘담연의 한복은 색감이 다르다’는 칭찬을 들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녀였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픈 욕심을 멈출 수 없었다. 전통적인 선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예술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한복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여러 방법으로 해소됐다. 2007년부터 꾸준히 담연 패션쇼와 전시회에서 한복을 선보였고, 한복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또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왕의 남자> <쌍화점> 등의 의상을 제작했고, 북미 최대의 현대 미술 페어인 ‘아트 마이애미’ 오프닝 퍼포먼스에 초대받아 한복을 의복이 아닌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오히려 틀 안에서 공부하고 한복을 지었다면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았을 거예요. ‘좀 더 다른’ ‘좀 더 새로운’ 한복을 짓고 그 점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담연의 한복을 좋아하는 분들이 인정해주시는 점이기도 하죠.”


한복 만드는 일이 천직이라 믿고 외길을 걸어온 담연 이혜순 디자이너.


한복과 어울리는 각종 장신구를 모으는 것도 그녀가 정성을 들이는 일 중 하나다.


새색시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수 있게, 새신랑이 의젓해 보일 수 있게 정성을 다해 짓는 한복은 만들면서도 꽤 뿌듯한 일이랍니다.


한복은 결혼의 예의禮儀다
그녀는 새색시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수 있게, 새신랑이 의젓해 보일 수 있게 정성을 다해 짓는 한복은 만들면서도 꽤 뿌듯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할 때 한복이 자꾸 제외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서양의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더라도 폐백 의상은 전통 한복으로, 명절에는 한복을 갖춰 입으며 예를 갖췄다. 하지만 요즘은 폐백을 생략하거나 신부 한복을 입지 않고, 대여해서 입는 등 한복을 입는 것을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양 복식은 익숙해서인지 쉽게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한복은 입어볼 기회가 많이 없어서인지 제 진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신부들이 결혼을 계기로 한복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복은 그 어떤 옷보다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옷이거든요.”

결혼을 앞두고 예를 갖춰 한복 입을 일이 많다. 우선 함 받는 날 입는 함받이 한복은 원래 신부 어머니가 시집가기 전 마지막으로 지어주는 것이 풍습이다. 노랑 저고리와 분홍치마를 주로 입는데, 시집가기 전이므로 곱게 댕기를 드리우고 방 안에 다소곳이 앉아 함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전통 혼례와 폐백 때 입는 한복은 활옷과 원삼이 대표적. 원삼과 활옷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원삼은 신분에 따라 금박 문양을 달리하고, 활옷은 다홍색 비단에 장수와 길복의 뜻을 지닌 십장생을 수놓은 점이 다르다. 활옷에 수놓인 연꽃은 건강, 장수, 행운, 군자를, 봉황은 행운과 권위를, 원앙은 다정한 부부를, 나비는 소생을, 십장생은 고귀하고 영원한 삶을 상징한다. 그래서 활옷은 인생에서 새로운 출발을하는 신부가 입는 의복으로 사용된다. 피로연 때 입는 한복은 특별하게 스타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대표적인 신부 한복으로 일컫는 자손을 의미하는 연두색 저고리에 잡귀를 물리친다는 붉은색 치마인 녹의홍상綠衣紅裳을 많이 선택한다. 피로연 자체가 서양의 웨딩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때만큼은 신랑 신부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스타일의 한복을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랑 신부의 전통 혼례 한복.


한복을 입는 신부의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족두리와 노리개.


신부들이 결혼을 계기로 한복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옷보다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옷이 한복이거든요.


입어서 편하고, 봤을 때 아름다운 한복
한복을 꼭 입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결혼할 때 만이라도 한복을 입고, 그 아름다움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어보면 한복만큼 편하고 폼이 나는 옷이 없어요. 수십 년간 한복 입기를 고수한 제가 보장합니다. 한국 사람이 입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옷, 한복의 매력에 관심을 쏟아주세요.”
입어서 편하고, 봤을 때 아름다운 것이 한복의 최대 매력이라 말하는 이혜순. 모델은 아니지만 매일 한복을 입고 오가는 일이 패션쇼 캣워크다 생각하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말한다. 매일 입고 다니는 일이 불편하기보다 그것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효과적인 홍보 방법이라 믿는 그녀는 한복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몸소 실천하는 행동주의자임에 틀림없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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