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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수다

결혼 적령기에도 결혼 안 하는 남자들의 심리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은 남자들의 속마음. 그들의 솔직하고도 은밀한 심리에 대해 알아보자. 이달의 주제는 ‘결혼 적령기인데도 결혼 안 하는 남자들의 심리’다.


Guy‘s Profile

남자 1호 35세 프로덕션 PD. 미혼.
솔로로 지낸 지 오래됨.
남자 2호 38세 초등학교 행정실 근무. 미혼. 10년, 3년 등 굵직한 연애만 해옴.
남자 3호 29세 회사원. 미혼. 최근 여자 친구와 헤어졌으며 아직까지 결혼 생각 없음.
남자 4호 38세 포토그래퍼. 기혼.
젊은 시절 숱한 연애 끝에 한 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해 슬하에 자녀 1명이 있음.

결혼 안 하는 진짜 이유가 뭐야?
My Wedding(이하 MW) 오늘 나눌 이야기의 주제는 명확해요. ‘결혼을 안 하는 남자들의 심리’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왜 남자들은 사귀고 있는 여자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안 하는 걸까요? 누가 봐도 결혼 적령기인데 말이죠.

남자 1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닐까요? 아직 기반을 잡지 못한 거겠죠. 아무래도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니까. 얼마 전 신문에도 그런 기사가 났어요. ‘경제적 문제’가 1순위라고. 그다음이 ‘구속받기 싫다’였던가?

남자 2호 경제적인 부분이라면 저도 공감이 가요. 특히나 젊었을 때라면 더더욱. 저도 그랬거든요. 오래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결혼까지 가지 못한 건 결국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어요. 당시 저보다 7세나 어린 그 친구는 저희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왔고 사내 연애로 시작해 10년 가까이 만났어요. 전 회사에는 다니고 있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공무원 준비도 함께 할 때였어요. 연애를 시작한 지 5년째 됐을 때부터인가? 여자 친구는 “언제 결혼하냐”고 독촉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때 전 30대 초반이었고 결혼은 완전 남 얘기였어요. 솔직히 그때는 그 여자를 위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제 꿈을 이루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MW 핑계 아닌가요? 그 여자에 대한 확신이 없다든지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싶은데요.

남자 2호 그건 아니에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결혼을 TALK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오래 만났고 결혼하려면 이 여자랑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연히 계속 절 기다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시간이 지나고 저는 직장을 새로 잡게 됐고 여자 친구도 다른 회사로 옮겼어요. 그런데 확실히 떨어지니 서로 소원해지는 게 있는 거 같더라고요. 전화하면 만날 야근이래. 저 멀리서는 남자 목소리도 들리고, 회식도 잦고…. 남자에게도 육감이라는 게 있거든요. 소극장을 빌려서 프러포즈할 생각까지 했는데 뭐, 끝이 안 좋았죠. 10년 사귀고도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헤어지고 나니 결혼도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MW 그건 젊었을 때 얘기니 그렇다 치고.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남자도 30대 중반이 되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때야 말로 결혼 적령기일 텐데 말이죠.

남자 4호 남자들은 그런 게 있어요. 젊을 때는 더 놀고 싶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어서 한 여자에게 정착하고 싶지 않아요. 톡 까놓고 말해 결혼은 곧 구속이잖아요. 내가 뭘 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자유를 놔두고 굳이 결혼하겠어요? 그런데 나이가 든다, 그러면 상황은 더 심각해져요. 일단 경제력이 생기거든요. 남자들에게 돈이 있다는 건 곧 권력과 마찬가지예요. 극단적으로 말해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집안이 좋은 남자한테 결혼은 ‘자기 손안에 있는 것’이에요. 결혼하고 안 하고의 선택권은 남자에게 있단 말이죠.

남자 3호 주변 형들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33세까지는 일단 결혼 생각이 없고, 이후 대리에서 과장으로 막 자리 잡기 시작하면 일에 욕심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남자 1호 맞아요. 남자들이 한창일 때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요. 젊고, 능력도 인정받고, 옆에는 꼭 애인이 아니더라도 늘 여자들이 있고…. 무서울 게 없죠. 그때 누군가와 결혼한다면 뭔가 많은 걸 포기하는 기분이에요.

여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MW 도대체 여자는 어떡해야 하는 거죠? 다들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웃음)

남자 4호 사실 여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남자를 만나면서 조건 안 따질 사람이 있나요 어디. 맞선이나 소개팅이 들어오면 여자들은 다들 “뭐 하는 사람이야?” “돈 많아? 차는?” 이런 것부터 묻잖아요. 돈 많고 능력 좋은 남자에게는 늘 여자가 있어요. 그런 남자는 여자한테 아쉬울 게 없죠.

남자 3호 그런데 남자도 조건을 보지 않나요? 저희 부장님이 결혼 10년 차이신데 “사랑은 잠시뿐이다. 사랑만큼 돈도 중요하다. 조건 좋은 여자를 만나라”는 말을 자주 하세요. 결혼하고 나면 돈 때문에 싸울 일도 많고 사랑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게 많기 때문이라고. 어느 정도는 수긍이 돼요. 단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결혼하기 힘든 세상인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만난 여자애는 제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사귀게 된 데에는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이유가 컸어요. 나름대로 결혼을 생각하면서 만났는데 얼마 전 헤어졌어요. 사실 외모가 제 타입은 아니었는데 도저히 극복이 안 되더라고요. 뭔가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부분은 극복하지 못하겠다고 할까. 사귀는 것까진 하겠는데 결혼은 못할 것 같은 마음이랄까. 막상 결혼하면 그런 타입이 더 마음은 편할 것 같기도 한데…. 그전에 제 안에서 불타오르는 뭔가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웃음)

남자 2호 전 여자의 경제적 조건도 조건이지만 아무래도 나이도 걸려요. 지금 제 나이에 들어오는 소개팅은 다 30대 후반이에요. 30대 중반이 지나면 노산이라고들 하잖아요. 개인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설렘이 과연 얼마나 갈까’ 하는 주의라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내려면 아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이가 많으면 좀 걱정이 되죠. 잘못된 애가 나올까봐 겁나거든요.

남자 1호 정말 결혼은 때가 중요한 것 같아요. 때를 놓치면 어느 순간부터는 조건으로만 만나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남자는 더 부담스럽다니까요.

MW 조건을 따지는 게 싫은 사람은 보통 연애결혼을 하죠. 그런데 그 연애가 너무 길어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냥 적당할 때 결혼하면 안 되는 걸까요? 좋다고 시작한 만남이 결국 서로 부담만 되는 걸 보면 뭐가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아요.

남자 1호 처음에는 다 좋다고 시작하죠. 특히 남자는 여자를 꼬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잖아요. ‘너를 영원히 사랑하네, 너밖에 없네’ 하는 것들. 사실 뭐 그 순간에는 정말 이 여자밖에 없고 이 여자가 좋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애정이 식을 수밖에 없고, 예전에 만난 여자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도 느끼는 것 같아요. 자연스레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남자들이 좀 철이 없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세월이 쑥 지나가버리는 거 같네요.

남자 2호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나 만날 순 없죠.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보면 만날 부부 싸움이에요. 예쁜 여자라고 죽도록 쫓아다니다가 결혼했는데도 그래요.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등골 빠지고, 부인은 공주 대접해줘야 하고. 그렇게 사느니 그냥 편하게 혼자 살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내가 벌어서 내가 쓸 정도는 되잖아. 뭐 막말로 나이트를 가도 어울릴 사람 많고, 돌싱도 있고, 어울릴 사람이야 많지 않아요?

일동 …(침묵)

누군가는 밀어붙여야 한다

MW 그렇다면 유일한 기혼자이신 남자 4호분은 언제 결혼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던가요?
남자 4호 결국에는 현실적인 부분들 때문이죠. 삼십대 초반에는 그 젊음이 영원할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서른 중반쯤에 제가 나이가 먹어가듯 부모님 연세 드시는 걸 보니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MW 오늘 토크에서 보기 드문 성숙한 발언인데요?

남자 4호 저도 왕년에는 날렸습니다. “결혼을 왜 해? 여자는 계속해서 바뀌는 소모품인데”라고 했을 정도죠. 하하. 그런데 그렇게 많이 만나고 해봐서 그런지 결국에는 누군가를 만나도 그 진행 과정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 지금 있는 현실에 더 충실하게 된 것 같아요.

남자 2호 주변에 부모님 두 분 다 계시고 장남인데다 서른 중반쯤 된 남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올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이런 남자들은 한 번쯤은 결혼을 생각해봤을 것이고 주변에서도 지금 결혼하라고 난리일 때거든요.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겠다는 허황된 기대도 더 이상 없을 때고. 부모님은 “결혼 안 하면 호적에서 파버린다” 하실지도 모를 일이죠. 그럴 때 여자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예요. 남자는 의외로 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 이끌어주길 원하기도 해요.

남자 1호 맞아요. 결혼에 대한 혐오감이 없는 이상 어느 정도 나이가 찼을 때는 누구나 ‘큰 문제없으면 결혼한다’일 거예요. 오래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일단 같이 살면서 서로 알아 가면 되는 거고. 다만 남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그 적령기가 제멋대로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죠.(웃음)

남자 4호 두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드리는 말씀인데 솔직히 저도 결혼 압박이 있었어요. 결혼 전 우연히 여자 친구의 어머니를 차로 모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자네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건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머리털이 곤두서는 게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마치 죄를 지은 사람이 된 기분? 그런데 그렇게 몰아세우신 덕분에 지금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안 했으면 아마 아직까지 안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MW 마지막으로 여자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 결혼하려면 여자도 이 정도는 배려해줘야 한다든지.

남자 2호 남자한테 잘하는 사람. 남자는 대부분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힘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남자라고 늘 다 성공하고 일취월장하는 건 아니잖아요. 때론 꺾일 때도 있는 거고. 그런데 여자들은 그런 걸 못 견뎌 하죠. 대박이 나지 않는 아닌 이상 평탄하길 원해요. 남자도 힘들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고, 때론 사업이 꺾여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마음속에는 사명감이 있는데 의심부터 하면 남자로선 힘들죠. 끝까지 믿어줄 수 있는 사람, 예쁘면 더 좋고.

남자 1호 나는 예쁜 것보다 성격이요

일동 에이~

남자 2호 외모는 무시할 수 없잖아요. 나와 취향이 꼭 맞아떨어지는 누군가를 만나기는 너무 힘들고. 그렇지 않다면 외모라도 적당히 마음에 차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러나저러나 결혼해서 살면 힘들다고 하니, 이왕이면 다홍치마잖아요.

남자 4호 누구나 결혼할 때 딱 이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하나일 때보다는 둘이 될 때 더 나았으면 좋겠다는. 떠나간 사람은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시고 훌훌 털어버리세요.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처럼요.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2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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