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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단에 관해 '너무 솔직한' 그녀들의 토크

예단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은 신부는 없을 것. 최근 결혼했거나 곧 결혼을 앞둔 <마이웨딩> 독자들이 모여 ‘골칫덩어리 예단’에 대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블라인드 토크 한판.
토크 참석자 똑똑 신부(지난해 4월 결혼), 과감 신부(지난해 10월 결혼), 연상 신부(2월 결혼 예정), 고민 신부(4월 결혼 예정)

기자 먼저 예단을 이미 하신 분들은 어떻게 보냈는지, 하실 분들은 어떻게 계획하시는지 궁금해요.
똑똑 신부 처음엔 예단에 크게 부담을 갖지 않았어요. 저희가 모은 돈으로 결혼 준비를 했고, 시댁에서 집 구할 때 보태준 것도 아니니까. 현금만 100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었죠. 신랑이 시어머니에게 액수를 얘기했는데 좋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예단 보내기 한 달 전쯤 어머님이 슬쩍 말을 바꾸시는 거예요. 그래도 장손이고 개혼인데 기본적인 건 해야 하지 않겠냐는 친척들 이야기가 있다시면서요. 부랴부랴 ‘예단 삼총사’를 준비했죠.

기자 삼총사라고 하면 보료, 반상기, 은수저?
똑똑 신부 네. 단반상기에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찻잔 세트를 추가하고 이불, 은수저도 보냈어요. 또 백화점 식품관에서 햄퍼를 사 갔어요. 어른들 좋아하는 화과자, 만쥬랑 그때가 정월대보름 전이라 부럼도 넣고 밸런타인데이라고 초콜릿도 예쁘게 담아갔죠. 또 결혼식 2~3주 전에 아버님 넥타이, 도련님 지갑, 어머님 가방은 따로 드렸어요. 예식 날 사용하시라는 의미로요.
과감 신부 신랑이 두 살 연하거든요. 사내 커플로 만났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신랑이 집을 사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모아놓은 돈으로 결혼 준비를 했기 때문에 신랑에게 예단은 최소한으로 하자고 얘기했죠. 시부모님도 너희들 생각대로 하라고 말씀하셨고요. 그런데 제가 성격상 정확하게 하는 걸 좋아해서 “그럼, 얼마 정도 드리고 어떤 것은 생략하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때부터 얼굴 표정이 안 좋으신 거예요. 신랑이 일일이 저한테 말 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마 중간에서 이것저것 가리고 얘기했나 봐요. 그런데 여자의 직감이 있잖아요. 시어머니가 탐탁해하지 않는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원하시는 방향으로 해드리자, 했죠. 현금 예단 850만원에 백화점에서 이불, 반상기, 은수저 사서 함께 보내드렸어요.

기자
원하는 대로 맞춰드렸더니 반응은요?
과감 신부 “어머, 뭐 이렇게까지 했니”라며 무척 좋아하셨어요. 아무래도 백화점 제품이 포장부터 고급스러워 보이잖아요.
똑똑 신부 포장이 참 중요해요. 저는 일부러 포장을 예쁘게 해주기로 유명한 곳을 골랐어요. 시댁 어른들이 받아보고는 포장에 흡족해하시더라고요.


기자
연상 신부님은 이제 곧 결혼식이니 예단 준비는 거의 다 하셨겠네요?
연상 신부 네. 다음 주에 예단 들어가요. 엊그제 이불 예약했고요. 저는 남자친구가 계속 공부하다 직장에 들어간 지 두 달밖에 안 됐어요. 사귄 지 4년이 넘었는데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니까 아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결혼을 하자고 얘기가 나온 거죠. 시댁에서도 처음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결혼식만 해라, 너희들 필요한 것만 준비해라, 계속 그러셨어요.
일동 참, 처음 시작하는 말은 다 똑같구나!
연상 신부 그러니까요. 그래서 마음 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자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어머니가 이불 욕심이 있으니까 이불만 하면 어떻겠냐는 거예요. 기분이 좀 안 좋더라고요. 저는 하신 말씀 그대로 믿고 현금만 준비하고 현물은 안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불만 보내려고요. 매장 직원이 은수저랑 반상기는 얼마 안 비싸니까 같이 준비하라고 권했는데, 그렇게 조금씩 추가하다 보면 예산이 늘어서 안 하려고요. 침대 커버 세트에 겨울용 하나 더 추가하고 한실 방석 세트 4개 합해서 120만원 정도 들었어요. 현금 예단은 700만원 보내기로 했고요.

기자 고민 신부님은 결혼식이 4월인데 예단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고민 신부 일단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보통 예단비가 500만~700만원이고 많게는 1000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우리는 최대 1000만원 정도 생각하자고 그랬어요. 상견례를 할 때 시어머니도 우리 아들이 의사나 변호사도 아닌데 많이 필요 없다 하셨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오빠(신랑)가 전하는 말이 시어머니가 아들 하나 장가보내는 거 예물을 제대로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기본적인 보석 세트에 가방, 화장품 다해서 2000만원 생각한대요. 그 얘기 듣고 좋기보다는 그럼 대체 예단을 얼마 해야 되나 싶더라고요. 또 오빠 누나가 6년 전에 결혼할 때 예단을 1500만원 했대요. 오빠 친척들도 대부분 2000만원 넘게 했다고 하고요. 액수가 커서 놀랐다니까요. 그래서 지금 2000만원에 맞춰야 하나 어쩌나 고민 중이에요. 엄마는 시댁에서 그렇게 요구하면 맞추자고 하시는데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네요.

기자
고민이 많겠어요. 그런데 현금 예단 액수는 어떻게 정하나요?
똑똑 신부 보통 웨딩 카페 같은 데서 검색해보면 집값의 10%라고 하더라고요. 3억짜리 집 해오면 3000만원. 기자 저도 들었어요. 집값에서 0 하나 빼는 거라고.
똑똑 신부 저는 신랑이 이런저런 귀띔을 해줬어요. 큰고모 며느리가 예단을 제대로 안 해 와서 너무 속상하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신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집안 분위기가 이러니까 네가 속 편하려면 부모님 원하는 선으로 맞추자고 그러더라고요. 시댁마다 다른 거 같아요. 진짜 간소하게 해가도 괜찮은 집이 있거든요. 제 친구 중에 아무것도 안 해간 애도 있어요. 자기도 금반지 하나만 받고. 그게 어른들 마음에 달린 건데, 원하는 게 있으면 안 해가기도 좀 찝찝하고요.
과감 신부 저는 아까 현금 예단 850만원 보냈다고 했잖아요. 여기에 50만원이 왜 붙었을까요?
똑똑 신부 아까부터 그게 정말 궁금했는데 못 물어봤어요.
과감 신부 50만원에 얽힌 사연이 다 있답니다. 보통 예단할 때 신랑이 중간에 끼고 얘기가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중간에 말이 잘못 전달되면 오해를 살 소지가 있으니까 어머니하고 만날 자리를 만들자고 그랬어요. 그래서 셋이서 만났는데 시어머니가 신랑 내보내고 저를 방 안으로 부르시더니 얘기를 빙빙 돌리는 거예요. 결국은 뭐 예단 얼마 해올 거냐는 얘기죠. 그래서 800만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래, 그럼 그렇게 하고 친척들 나눠드릴 건 네가 형편에 맞게 준비해라”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그런 게 다 예단비에 포함되는 거 아닌가요?.
똑똑 신부 맞아요. 그 안에 다 포함되는 건데?
일동 어머 웬일이야.
과감 신부 그래서 예단을 보낼 때 50만원을 봉투에 따로 넣어드렸어요. 어머니한테 제가 맞다, 그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을 못하니까.
고민 신부 그런데 예단비 돌아올 때 50% 돌아오는 거예요? 제 옆자리 대리가 결혼할 때 예단비가 적게 와서 신랑하고 싸웠다는 거예요.
똑똑 신부 저도 그거보다 적게 왔어요.
과감 신부 저는 850만원 중에 300만원 받았어요. 사실 저는 차마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고 신랑을 통해 얘기했거든요. 못해도 500만원까지만 갖고 가라. 더 이상은 안 되니까 자기가 어머니한테 얘기 좀 하라고.
일동 하하

기자 연상 신부님은 현금 예단 액수를 어떻게 결정한 건가요?
연상 신부 보통 사람들이 500만원 한다니까 저희 엄마 아빠가 그것보다는 좀 더 해서 시댁 어른들한테 대접 받으라고 700만원으로 결정한 거예요.
기자 요즘엔 현물 예단 종류도 다양해졌던데요. 쓰시던 가전제품을 바꿔주거나 해외여행권을 드리기도 하고. 여기 계신 분들은 그런 경우 없으세요?
연상 신부 저는 시댁이 기독교 집안이라 예배 드릴 때 쓰시라고 방석 준비 한 거 정도?
똑똑 신부 저는 아까 말한 햄퍼요.
연상 신부 그거 참 아이디어 괜찮은 거 같아요. 나도 해야 되나?
고민 신부 알려주세요. 어느 백화점인지.
똑똑 신부 현대백화점 무역점이요(웃음).

기자
예단 준비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받은 건 뭔가요?
똑똑 신부 저는 일단 예단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왜냐하면 신혼여행이나 드레스 같은 건 제 생각대로 하면 되는데 예단은 제 마음대로 못하니까. 그래도 신랑이 중간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예를 들면 시어머니한테 넌지시 물어봐서 반상기는 풀 세트로 할 필요 없고 단반상기에 찻잔 세트 정도 하면 된다는 얘기를 전해준 것도 그렇고요.
과감 신부 일단 금액을 정하는 게 가장 스트레스였어요. 이런 스트레스를 어디다 풀겠어요. 신랑이죠. 신랑이 옆에서 묵묵히 제가 하는 얘기 다 들어줘서 그나마 참게 되더라고요.
연상 신부 저는 앞에서 하는 말, 뒤에서 하는 말 달라지는 거요. 아무것도 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가 말이 바뀌어서 이불을 해라, 침대 사이즈가 슈퍼킹이니 거기에 맞춰라, 이런 얘기 하나하나 들려오는 게 다 짜증이더라고요.

기자 예단 준비할 때 신랑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똑똑 신부님과 과감 신부님 신랑은 훌륭하네요. 연상 신부님 신랑은 어때요?
연상 신부 저희 신랑도 두 살 연하예요. 연애할 때는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몰라서 제가 다 가르쳐줘야 하는 그런 남자친구여서 ‘내가 얘랑 어떻게 결혼을 할까’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결혼 얘기가 나오고부터 본인이 정말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는 거예요. 제 생각도 물어봐주고.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속상한 얘기 털어놓으면 다 들어주고요. 제가 불만 있는 거 얘기하면 집에 가서 시어머니한테 “엄마 내가 찾아봤더니, 요즘엔 이렇게 한다던데?”라며 제 생각을 은근슬쩍 전달해주기도 하고요.
기자 아, 여자친구 의견이 아니라 자기가 찾아본 것처럼?
연상 신부 네. 본인이 인터넷 찾아봤더니 다들 이렇게 한다더라 하고요.
일동 센스 있네, 잘했네.


고민 신부
그런데 현금은 봉투에 넣어서 보내요?
똑똑 신부 한복 숍이나 예단 매장에서 예단 봉투를 줘요. 현물만 포장해주는 곳도 있고.
고민 신부 그렇구나. 다른 분들은 이미 예단 고민이 끝났고, 제가 문제네요.
과감 신부 시댁에서 원하는 선에 맞추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대신 신랑이랑 얘기를 해서 둘이서 결정하는 항목, 어른들 눈에 티 안 나는 항목의 예산을 줄이세요. 예단이 첫 단추라고 하잖아요. 그게 안 맞으면 결혼해서도 시부모님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그런 게 걱정인 거죠. 신랑 통해서 시어머니가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여쭤보고 거기에 맞추세요.
고민 신부 1500만원으로 조정해볼까 했는데 그럼 2000만원 선으로 맞춰야겠네요.
과감 신부 예단이라는 게 집안 대 집안으로 오가는 거라 더 그런 거 같아요. 친척들한테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니까.
똑똑 신부 저는 저희가 모은 돈으로 결혼 준비를 했다고 했잖아요. 부모님께 손 벌릴 생각도 없었고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어느 날 밥 먹는데 그런 얘길 하시는 거예요.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예단비는 해줄 테니까 무조건 시댁에서 해달라는 대로 하라고. 그때 마음이 참 짠하더라고요. 제가 우리 엄마한테는 지금까지 이불 하나 사드린 적이 없는데 싶어서….
과감 신부 예단만 넘기면 나머지는 둘이서 결정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요.

기자
정말 얘기가 끝이 없네요. 자, 이제 마지막으로 예비 신부들한테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예단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것?
똑똑 신부 어차피 결혼하면 시댁 식구들도 가족이 되는 거잖아요. 내 가족과 잘 지낼 첫 시작을 기분 좋게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세요. 보낸 거 얼마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하면 나중에 더 골치 아프고 스트레스받으니까 기분 좋은 선물 드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연상 신부 양쪽 집안이 서로 서운하지 않게, 특별히 시어머니 마음에 들게 하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시어머니 의중을 파악할 때는 특히 신랑 역할이 중요하고요.

기자
솔직한 말씀 감사해요. 독자들이 예단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되겠네요.  TALKING ABOUT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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