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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 웨딩드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

최재훈 Choi Jae Hoon

‘최재훈 웨딩 부띠크’와 ‘초이 꾸뛰르’의 총괄 수석 디자이너 최재훈. 슬림하고 세련된 일명 최재훈 라인을 완성시킨 스타급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최재훈을 그의 아틀리에 ‘초이 꾸뛰르’에서 만났다.

한국에 최재훈Choi Jae Hoon이라는 이름의 젊은 디자이너가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로 한때 현대백화점 본점의 베르사체, 겐조, 알베르타 페레티, 안나 몰리나리 등 기라성 같은 수입 명품 매장의 MD이자 총괄 디렉터였던 그가 지난 2002년 그의 이름을 건 웨딩 숍 ‘최재훈 웨딩부띠크’를 오픈했을 때 왜 그가 웨딩드레스 업계에 입문하는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의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재훈의 작업 스타일과 작품 세계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가 왜 드레스에 인생을 걸게 되었는지….

(왼쪽) 타프타 실크와 튤
상체의 드레이핑이 힙선까지 타이트한 느낌을 주어 세련됨을 강조한 디자인.
상체는 타프타 실크 소재를 사용했으며, 스커트는 튤 소재로 벌룬 느낌으로 레이어드, 풍성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렸다. 웨딩드레스 최재훈 웨딩부띠크. 목걸이 미키모토.

(오른쪽) 시폰 드레스
반짝이고 광택 있는 시폰 소재로 어깨선으로 이어지는 셔링 장식이 마치 여신을 연상시키는 웨딩드레스. 플라워 모티브 위에 비즈 장식을 해 화려함을 더했다. 잔잔한 허리의 셔링 장식으로 슬림한 허리선을 강조해 여성스러움을 극대화 시킨다. 최재훈 웨딩부띠크. 티아라 미키모토.

1 2007년 스타 한지혜와 함께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해외 로케이션.
2 스타 차현정과 디자이너 최재훈.
3 최재훈 웨딩 부띠크의 미니 드레스. 광택이 있는 새틴 실크 소재를 사용.
4 최재훈 웨딩 부띠크의 사옥 외부.
5 라스베이거스에서 한지혜와 기념 촬영.
6 드레스 피팅을 보고 있는 디자이너 최재훈.

1982년 초봄 어느 날, ‘안데이(안다의 사투리) 박사’라 불리는 소년이 진주 금성초등학교의 운동장에서 모형 글라이더를 날리고 있었다. 그는 실을 서서히 풀고 바람을 타면서 글라이더가 잘 날도록 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소년의 글라이더는 이미 여러 번 날린 것인지 부서지고 찢어져 날개를 덧붙인 상태였지만 함께 날아오른 글라이더 중 가장 잘 날았다. 시행착오 끝에 집념의 소년 최재훈의 낡은 글라이더는 이날 열린 만들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1등 상 최재훈’. 대회 마지막에 호명되자 어린 소년은 단상에 올라가 당당하게 상장을 받아들었다. 이때 이 소년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제종대 선생님이 단상에서 그를 맞이했다. 제 선생님이 있었기에 그가 남다른 손재주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디자이너 최재훈은 믿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재능과 집념을 알아본 과학 주임인 제 선생님으로부터 방과 후 만들기 개인 지도를 받으면서 그림, 찰흙, 모형 만들기와 조립 등 미술과 과학 분야에서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그 소년이 훗날 웨딩드레스계에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소년은 고향 진주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경상사대부속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그는 멋내기를 좋아하고 특히 쇼핑을 즐겨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양장점에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옷과 액세서리 등을 보면서 의상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어머니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고 알려준 것을 계기로 그 직업에 대한 동경이 시작되었지요.” 고등학교 졸업, 부모님이 원하는 의과대학에 지원했으나 부모님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고등학교 졸업 후 3년 만에 그는 원하던 연세대학교 의상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색채 감각을 타고났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던 대학 재학 시절 색감을 잘 살려서 전공학과 교수님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보라색을 특히 좋아해서 대학 때 별명이 ‘보라돌이’였는데, 보라색을 기본으로 안경부터 신발까지 어울리도록 매치하는 코디네이션을 즐겼지요. 확실한 저만의 개성을 찾아 저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1 2008년 4월 엠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초이 꾸뛰르 패션쇼.
2 2007년 3월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최재훈 웨딩 부띠크 컬렉션에서 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 최재훈. 스타 오승현이 피날레를 장식.
3 초이 꾸뛰르 패션쇼의 피날레.
4 초이 꾸뛰르 드레스와 스타 이유리의 만남. 월간 〈마이웨딩〉의 2008년 4월호 표지.
5 발레를 전공한 차현정과 디자이너 최재훈.
6 최재훈 웨딩 컬렉션의 컬러 드레스 무대.

졸업 후 주변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패션의 도시 파리보다는 일본행을 선택하게 된 것도 저만의 가치관을 찾아 확립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색채 미학을 공부했는데 그것이 요즘 드레스의 소재, 컬러를 정하고 디자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가 일본 유학길에 오른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일본 오사카의 칸세이가쿠인다이가쿠(관서학원대학)에서 ‘한복과 기모노의 비교’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미학 과정을 수료했다. 또 일본 유학 시절 그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참관생이기도 했다. “제 드레스 디자인 스타일은 어릴 적에 읽었던 그리스 신화 속 아프로디테와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도 이세이 미야케고, 향수 역시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를 제일 좋아합니다. 잔향이 오래 남아 인상적인데, 향의 성격이 제 성격과 닮았지요.” 아프로디테와 이세이 미야케의 만남. 지난 2007년 3월 프라자호텔 지스텀홀에서 열린 디자이너 최재훈의 단독 컬렉션 ‘네오 르네상스Neo Renaissance’에서 아프로디테의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이세이 미야케의 색감과 플리츠를 기본으로 만든 그만의 일명 최재훈 라인의 드레스를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무대의 ‘Goddess’에서는 부드럽게 몸을 감아 흘러내리는 시폰, 오간자 소재 드레스. 신화 속 여신 아프로디테의 드레이프 진 의상 키톤Kitton에서 힌트를 얻은 드레스들이 무대에 올려졌다. 두 번째 무대, 세련된 색채의 향연인 'Murmuring of Spring'에서는 플리츠와 아름다운 컬러 드레스들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이면서도 컬러 드레스에 애정이 많은 것도 타고난 그의 색채 감각 때문은 아닐까. 2007년 첫 단독 쇼에 이어 2008년 3월, 엠아모리스홀에서 2007년 11월 론칭된 수입 드레스 브랜드 초이 꾸뛰르의 패션쇼가 열리던 날 아침, 최재훈을 만났다.

엘리사브의 불망 드레스
고급스러운 불망 소재, 어깨선부터 떨어지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돋보이는 드레스. 라인은 심플하고 디자인은 과감한 인어라인 웨딩드레스다. 웨딩드레스 엘리 사브 by 초이 꾸뛰르.

“초이 꾸뛰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발렌티노Valentino, 엘리 사브Elie Saab, 줄리엣Juliet, 조르지오 아르마니Georgio Armani, 엘리자베스BElizabeth B 등의 수입 웨딩드레스와 저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인 최재훈 노블레스 라인을 만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분명 최재훈의 디자인 철학은 자신의 이름을 건 최재훈 노블레스 라인, 최재훈 웨딩 부띠크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그만의 가치관을 찾고 꾸준히 노력하면 신부들이 그의 드레스를 좋아하게 된다는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는 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1996년 일본 유학, 1999년 현대백화점 본점 수입 부티크 MD 공채로 입사, 2002년 최재훈 웨딩 부띠크 오픈, 2004년 호주 해외 로케이션, 2006년 중국 소주에 최재훈 웨딩 부띠끄의 ‘한성지련’ 부티크 오픈, 2006년 발리 채플 웨딩 해외 로케이션, 2007년 3월 최재훈 웨딩 부띠끄 패션쇼, 2007년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해외 로케이션, 2007년 10월 스타 김상경의 결혼식에 웨딩드레스 제작, 2007년 11월 초이 꾸뛰르 론칭, 2008년 2월 스타 송일국의 해외 웨딩 드레스 제작, 2008년 3월 초이 꾸뛰르 패션쇼….
“현대백화점에서 수입 브랜드 총괄 MD로 2년간 일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지금 수입 드레스를 고르는데 바탕이 됩니다. 당시 백화점에 입점된 베르사체, 겐조, 알베르타 페레티, 안나 몰리나리, 블루마린 등의 브랜드에서 수입하는 드레스나 원피스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어요. 남자 디자이너여서 아쉬운 점은 드레스를 고를 때 직접 입어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입어보면서 느끼는 공기가 다르거든요. 백화점에서 열리는 장기자랑 대회 때 1등을 했는데 그때 겐조 드레스를 구입해서 입었지요. 주름이 잡힌 보라색 드레스와 레이스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고 검은색 긴 가발을 쓰고 이정현의 ‘와’를 불러 1등을 했습니다. 오픈 초창기에 제가 만든 드레스를 직접 입고 거울에 비춰보면서 가봉을 했는데 뒤가 트인 흰색 하이힐과 기막힌 화이트 시폰 드레스 차림으로 문 부원장(아내) 몰래 입어보았지요. 그때 문 부원장이 갑자기 작업실에 들어와 저와 맞닥뜨렸는데 어찌나 놀라던지 남자가 드레스를 입으니 정말 엽기적이지 않냐며 웃어넘기려 해도 분위기는 어색했죠. 하하.”

중국 진출의 첫 번째 매장 ‘한성(서울)지련’과 수입 드레스 브랜드 ‘초이 꾸뛰르’의 오픈은 디자이너로서 최재훈의 인생 계획 중 하나하나였다. 롱런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이제 그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서 사명감을 갖고 웨딩계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저는 요즘 원로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의 중간 세대, 즉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슬림하면서 세련된 최재훈 라인이라 불리는 웨딩드레스로 최재훈 웨딩 부띠크를 지금의 자리까지 발전시켜온 저의 집념으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이 웨딩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의욕적인 그의 목소리를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온갖 역경에도 목표들을 이루어내는 그의 집념이라면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의 웨딩계에서 자리 찾기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저의 좌우명은 ‘가진 것이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입니다. 제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원래 저의 것이 아니였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죠. 오로지 용기만을 가지고 저는 지금도 달리고 있습니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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