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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기자고경봉&mbc라디오리포터고경봉

우리 이름은 '고경봉'입니다

“이름이 달랐다면 우리가 만날 수 있었을까?” 하고 가끔 자문해본다는 이들. 11월 11일 결혼을 앞두고 그간의 사랑과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 한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1 (라디오 방송에서)“57분 교통정보 고경봉입니다.” 기자 : 어, 나랑 이름이 같네. 기자 어머니 : 우리 아들이랑 이름이 같네. - 모년 모월 모일 운전 중이었던 이들은 우연히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다.

#2 2006년 12월 연말 시상식에서 MBC 라디오 부문 특별상을 받은 고경봉 리포터의 수상 축하 기념 회식자리. 라디오 패널로 출연하는 신문사 기자 : 후배 중에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요? 두 사람이 만나면 재미있겠는데. 리포터 : (인터넷으로 ‘고경봉’이라는 이름을 검색했을 때 뜬 사진 속 인물을 떠올리며) 관심 없어요. - 그 사람이 당사자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당연히 그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거절한다. 그는 그녀의 타입이 아니었으므로.

#3 라디오 패널로 출연하는 신문사 기자 : 고경봉 씨에게 연락해봤냐? 인터넷으로 너를 찾아보았다고 하던데. 기자 : 그래요? - 왠지 고마운 마음에 싸이월드에 쪽지를 남긴다. 선배에게 연락처를 받은 지 두 달이 지나서였다. 이후 그녀에게서 시큰둥한 답변이 왔다. 그리고 말미에 “인터넷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카페를 개설해놓았는데 가입하실래요? 현재 회원수 2명인데 이참에 셋이서 한번 만나죠.”


1, 2 11월 11일 결혼 예정인 고경봉 커플. 전형적인 A형 남자와 전형적인 B형 여자로 자신과는 상반되는 상대방의 성격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고.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들의 만남은 남자 고경봉 씨가 카페에 가입했던 사실을 떠올리면서 비로소 연결되었다. “그 한 사람이 접니다”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석 달여간 메일을 주고받았던 것. 그러면서 여자 고경봉 씨는 얼굴도 모른 채 글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마침내 5월 28일 저녁 7시의 첫 만남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6월에 친구들과 발리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 수중 카메라 케이스랑 여행갈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여권 가방, 작은 주머니 등을 챙겨주더라고요. 일일이 이름까지 써놓았기에 참 세심한 사람이다 싶었는데, 신문사에서 여행 담당 기자였을 때 본인이 사용하던 물건이었다더군요.” 이들이 공식적인 연인이 된 것은 부석사에 함께 다녀오면서부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씨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같이 가보라”고 했던 말을 마음에 담고 있었던 남자 고경봉 씨의 제안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곳에 도착하면서부터 역사와 건축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그녀가 꿈꾸던 이상형이었다. 74년생 남자와 77년생 여자가 결혼을 미룰 이유는 없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려고 본가인 제주도로 가는 항공권을 인터넷으로 예약하는데 계속 오류가 나더라고요. 탑승자 외에 동반자로 고경봉을 쳤더니 ‘실명을 입력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뜨는 거예요. 결국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더니 그쪽에서도 난감해하더군요. 이럴 경우 영어로 입력하면 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죠.” 그러나 고향집에 가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집성촌인 제주도에서는 동성동본 결혼에 대해 예민한 편이었다. 그는 ‘제주 고’씨고 그녀는 ‘장흥 고’씨지만, 후자는 전자에서 뻗어나간 것이라 엄밀히 따지면 같은 조상의 후손인 셈이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주도 집에 가니 인사를 드리기가 무섭게 그의 아버지가 족보책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1천 년 전에 할아버지가 한 분이셨다. 촌수를 따지면 80촌 정도 된다. 20촌 정도면 남과 다름없으니 문제될 것 없겠다’ 하시며 이내 승낙을 하시더라고.

5월 말에 만나 9월에 양가 상견례를 하고 11월에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이들의 결혼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양가에 갔을 때 ‘경봉아!’라는 부름에 두 사람이 동시에 엉덩이를 들고 일어선다는 것, 혼수 준비를 하러 가는 곳마다 신랑 신부 이름을 재차 확인한다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이름이 같은 부모를 둔 2세가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장난스런 걱정을 듣는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단 한 가지, 인터넷으로 궁합을 보았다가 비용 1만원을 고스란히 손해본 것은 내내 억울하게 떠오르는 일이다. “사이트에 가서 생년월일과 이름을 입력하면 A4용지 여러 장 분량이 화면에 뜹니다. 그런데 첫 문장을 보고 난 후 ‘아, 이건 아니구나’ 했죠. ‘고경봉 님보다 고경봉 님의 재운이 강하므로… 고경봉 님은 물의 기운이 강하고 고경봉 님은 불의 기운이 강하므로…’ 이런 식이다 보니 해독 불가능한 내용이었던 거죠.”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이름에 얽힌 사연들. 고경봉 커플은 함께 살아가는 내내 이처럼 재미있는 추억의 덕을 많이 볼 것 같다.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이름에 얽힌 사건을 떠올리면 서먹해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3 “사랑하나 보네”하는 감정이 느껴졌던 영주 부석사에서.
4,5 웨딩 앨범 촬영하던 날. 카메라에 익숙해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선보이는 예비신부와 달리 카메라 앞에 서면 표정과 몸이 굳었던 예비신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고경봉 씨 커플에게는 쟈뎅 커피 포드Jardin CAFE PODS 3종과 포드 전용 머신(25만원 상당)을 선물로 드립니다. 커피 전문 업체인 쟈뎅이 출시한 ‘쟈뎅 커피 포드’는 갓 볶은 원두를 한 잔 분량씩 필터에 담은 후 질소 충전한 제품으로 에스프레소보다는 부드럽고, 커피메이커보다는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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