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석∙노지향 부부
나누는 행복에 대하여
각기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부부의 연으로 만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두 소매를 걷어붙였다. 비영리단체 행복공장을 운영하며 비우는 삶을 추구하는 권용석·노지향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 부부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라’는 말을 전하며 결혼생활에 잔잔한 깨우침을 주었다.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권용석·노지향 부부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일들을 조금씩 구상하고 계획해 2009년 비영리 단체 ‘행복공장’을 설립했다. 행복공장은 개인적으로는 권용석 대표의 오랜 꿈이자 부부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며 밖으로는 성찰과 나눔을 축으로 나와 사회를 돌보는 단체다. 전직 검사에서 현재는 법무법인 변호사로 휴직 중인 행복공장 이사장 권용석과 억압받는 사람들을 다독이는 연극을 하는 ‘해’ 대표이자 행복공장 상임 이사직의 노지향은 부부로 또는 파트너로 안팎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건립비용이 20억원인데 10억을 저희 부부가 부담했어요. 아내가 반대했다면 아마 행복공장은 설립할 수 없었겠죠. 부부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비슷한 가치관과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권용석)
2013년 10월, 행복공장은 시범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 ‘내 안의 감옥’을 구현해 체험 교도소를 열었다. 실제 재소자들의 교도소 생활을 기본으로 하되 예수 성심전교수도회 황지연 신부와 해남미황사 금강 스님, 노지향 상임이사가 치유 연극, 에니어그램,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죄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이곳에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비우는 공간이에요. 비우면 행복해지거든요.”(노지향) “결혼도 마찬가지에요. 기대하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지수는 낮아집니다. 부부관계에서 비우고 다시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죠.”(권용석)
권용석・노지향 부부의 결혼 사진. 권용석 대표가 공익근무를 하던 연애 시절에 노지향 이사가 쓴 연애편지.
마음을 비우고, ‘0’부터 시작하세요
이들 부부 역시 서로에게 100% 만족하는 부부는 아니다.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건 특별하고도 어려운 일이고 몇 십 년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이 사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것.
그러므로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며 ‘0’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기대가 없으면 상대가 조금만 배려해주고, 기대 이상 하는 행동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서로 100%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방향, 가치관, 신뢰, 일에 대한 애정 등 누구보다 서로 믿고 인정했거든요. 100% 완벽하게 하늘에서 이어준 인연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10~20% 다름을 느꼈고, 그 작은 다름이 관계를 흐리는 불씨가 됐었죠.”(노지향)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느끼고 실제 그 ‘다름’ 때문에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소홀하기도 했다. 서로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포기’가 많았다. ‘살다 보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불만만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었던 노지향 상임이사는 권용석 대표에게 본인이 운영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아내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는 그. 역할극과 소통의 시간을 통해 공감하고 그때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떤 부부에게나 힘든 시기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죠. 지금도 사소한 것으로 토닥거리지만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권용석)
디자인하우스 [MYWEDDING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